유이화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조선시대  억울하다 못해 치욕스런 사건 하나를 꼽으라면 임진왜란이다.  많은 사람이 죽고 살아남은 사람도 황페해진 터전에 배고픔에 치를 떨었던 시절이다. 그만큼 치욕스런 삶에도 우리 조상들은 꿋꿋이 이 나라를 지켜왔음을 자랑스럽다. 
   

  대체적으로 승리자의 입장을 위해 쓰여진 많은 위인전을 볼 때면 항상 전쟁을 온 몸으로 감당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  안중에도 없다. 명석한 두뇌로 전쟁을 잘 이끈 장군의 모습을 부각시키고자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처럼 주연부다 조연의 삶이 더 눈에 띄는 시대라 나의 궁금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보다.

   

   이 책 "유이화"는 그런 나의 궁금증을 일말에 해소해준 책이라 할 수 있다. 전에 조두진님의 능소화를 읽었던 적이 있는데  사백년전에 죽은 남편을 위해 쓴 여인네의 편지 한장이 그 한 맺힌 사랑을 대변하듯 썩지도 않고 고스란히 남아 소설로 다시 태어난 이야기를 읽었을 때 놀라웠던 기억이 있다. 그럼 유이화는 어떤 이야기일지 정말 궁금했다.

 

    유이화는 실존인물인 안철영의 아내의 이름이다. 이름만큰이나 아름답고 또 고결한 조선의 여인네였음을 짐작할 만하다. 전쟁이 일어나자  왜적을 무찌르고자 민초의 힘을 보였던 의병으로 나선 철영은 아픈 아들을 위해 의원을 부르러 간다는 말만 남기고 돌아오지 않는다.  그사이에 아들 편윤은 죽고 유이화는 포로로 진주성에 끌려간다.  왜적에 의해 진주성은 함락되고 같은 진주성에 있었지만 만나지도 못한 그 두 사람은 먼 타국 일본에서 어렵게 만나게 되는데..

     

    얼마나 고통을 당했는지는 배로 가는 도중에 유린을 당하는 여인네들의 삶에서, 또 당도한 일본땅에서 겪은 치욕보다 더한 지옥같은 노예삶은 정말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전쟁을 패한 죄값을 고스란히 짊어지게 된 유이화의 삶을 듣고 있자니 눈물이 난다. 같은 여자로서 지금 이 시간 정말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다시 어렵게 재회한 두 사람, 남편은 아내를 찾아 기쁘지만 이미 남의 아내, 자식까지 두게 된 유이화는 결국 헤어지게 되고 아픈 이별을 해야 하는 운명이 된다.  슬프지만 자신의 뜻이 아닌 그녀를 그렇게 만든 시대의 원망을 뒤로하고 아내의 삶, 자식을 위해 조선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말이 가슴 찡하게 만든다.

 

    능소화나 유이화 모두 조선시대 여인네들의 삶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 민초의 삶이 곧 그 시대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란것을 알게 해준 책이다. 잘 쓰어젼 역사소설을 한편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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