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악인은 누구?

악인 ㅣ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요시다  슈이치의 글을 처음 읽은 나로서는 사실 도전정신이 먼저 들게 한 책이다.  이전에 일본소설을 읽었을 때 느꼈던 점은 우리와 사뭇 다른 정서,  아쩜 이렇게도 잔인한 장면을 실감나게 묘사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겁도 나고 얼른 덮고 싶은 마음이 먼저 였는데 그래도 그 끝을 알고 싶었기에 한쪽 눈을 감고라고 읽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 악인 " 은 이제껏 알고 있던 미스테리한 면과 인간과 인간의 고리를 연결하고 있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외로운 자신을 누군가 알아봐 주길 원하는 현대인들의 소통방법인 문자메세지를 통해 알게된 또다른 인간관계등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단 두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많은 등장인물을 통해 누가 왜 그녈 그렇게 또 그런 죽음을 맞게 했는지에 대해 로두무비를 연상시키는 글의 서술이  긴장감을 만들게 된다.
 

   주인공 요시노와 유이치는 둘 다 외로운 사람들이다.  요시노는 자신과는  동떨어진 생활, 이를테면 호화로운 생활에다 인기도 만점인 마스오를 짝사랑하는 요시노는 사실 아무 대답없는 그에게 끝없이 문자를 보내고, 어쩌다 인터넷 만남사이트에서 알게된 사람들과 문자를 보내면서 현실을 도피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유이치는 어려서 엄마에게 버림받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라지만 마음은 항상 피해의식을 갖고 있어 보인다.  그런 두사람이 만나게 되면서 그녀는 그에게 , 그는 그녀에게 진정 바라는 마음이 엇갈리고 결국에는 살인이란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죽은자는 말이 없고 오직 떠드는 이들은 여론을 부추키는 언론매체다.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자수하려는 유이치를 붙들고 그를 숨게 한 여자, 미쓰요는 그런 여론이 만들어 낸 또다른 희생자다. 물론 사람을 죽인건 잘못한 일이고 그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하지만, 살인자라고 해서 그렇게 인권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말하는  언론매체나 사람들의 눈은 더 잔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위에 증언을 통해 유이치의 성품이나 행동에서 볼 때 그가 살인을 할 의도는  없었다는 사실은 나타나지만, 정작 소름끼치게 하는 부분은 우연히 유이치를 만나러 가다가 만난 (그렇게나 만나고 싶어도  못만났던)  마스오를 보고 얼결에 그녀를 차에 태우고 가다 차 밖으로 밀쳐내 어두운 고개길에 버려진 요시노를 두고 아무 죄책감없이 가버린 사실을 막상 도망 다니다 범인을 따로 있다며 죄가 없다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풀려나자, 그 사실을 정말 무용담을 늘어놓듯 친구들앞에서 떠벌리는 마스오의 모습이 또하나의 악인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 봤다.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 물론 자신의 맘에 들지 않았더라도 그런 행동을 보인 마스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가진 야누스적인 잔인한 면모를 보는 것 같았다. 


  한 인간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피라미드 꼭대기의 돌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밑변의 돌 한 개가 없어지는 거로구나

p439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가 사랑을 주고 싶은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 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비극을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