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꿈만 꾸어도 좋다, 당장 떠나도 좋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1
정여울 지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당선작 외 사진 / 홍익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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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이 책은 정여울이 사랑한, 그리고 많은 배낭여행객들이 사랑한, 유럽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사랑을 부르는 유럽
직접 느끼고 싶은 유럽
먹고 싶은 유럽
달리고 싶은 유럽
시간이 멈춘 유럽
한 달쯤 살고 싶은 유럽
갖고 싶은 유럽
그들을 만나러 가는 유럽
도전해 보고 싶은 유럽
유럽 속에 숨겨진 유럽

이렇게 열 가지의 주제로, 각각 top10을 뽑아 소개하고 있다. 그러니까 100개의 유럽은 같거나 비슷한 혹은 전혀 다른 매력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백 가지 중, 전에도 가보고 싶었고, 지금도 가보고 싶고, 앞으로 꼭 갈 몇몇만 이 서평에 담아봤다.

 

 

시간이 멈춘 유럽 3위의 폼페이 화산 유적.
 
폐허는 '존재'보다는 '부재'를 생각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모두가 더 멋지게. 더 빛나게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세상을 피로한 경쟁으로부터 벗어나서 아름다운 소멸을, 아름답게 잘 사라지는 법을 생각하게 만드는 마법이 있다.
 
참 멋진 말이다. 아름다운의 범위는 참 넓은 것 같다. 폐허가 아름다울 수 있는 곳은 어쩌면 유럽뿐이지 않을까? 이번에 꽃보다 누나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유럽은 참 유물 유적들이 많을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살아나가고 있다. 한국의 아쉬운 것은 고즈넉함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우리의 옛 문화를 이어나가고 있지 못하다는 슬픔이다. 그러나 유럽은 폐허마저, 전쟁의 상처마저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저 수선하지 않고, 없애지 않고, 그것을 깊이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함께 그대로 나아가는 것은 우리의 배울 점이다.

 

 

한달쯤 살고 싶은 유럽 1위인 해변마을 친퀘테레. 2위에 오른, 이번에 꽃누나의 여행지였던 두부로브니크도 참 가보고 싶지만, 세계문화유산의 도시가 궁금하다. 얼마나 아름답기에 한 달쯤 살고 싶다는 것일까?
 
여행을 오래 다니면서 나는 욽퉁불퉁한 길이 좋아졌다. 직선 주로가 아닌 구불구불한 길, 돌부리나 잡초같은 장애물이 많은 길, 시멘트로 매끌매끌하게 미장되지 않은 길, 낯익은 풍경보다는 낯선 풍경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길들이 좋아졌다.

나도 울퉁불퉁한 길이 좋다. 한국에 이제는 많이 남지 않은, 울퉁불퉁한 구불구불한 길. 유럽의 그 길을 걸어보고 싶다. 조금 불편하면 어떤가? 그 길에서 낯선 풍경을,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말이다.

 

 

달리고 싶은 유럽 7위의 야간 침대 열차. 나는 야간 침대 열차에 로망이 있다. 열차 여행을 몇 번 다녔고, 한국의 야간 열차도 타 봤다. 하지만 유럽의 야간 열차, 침대열차에 대해 생각만 해도 설렌다.
 
비싸지만 낭만적이고, 불편하지만 멋지고 신기한.
 
야간 열차를 타고 밤새 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주변의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낯선 기차를 우리 집 안방처럼 편안하게 여기는 나를 발견한다. 밤새 달리는 열차 속에서 발견하는 가장 흥미로운 타인, 그는 바로 누구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자유로운 나 자신이었다.
 
비싸지만 낭만적이고, 불편하지만 멋지고 신기한.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이번에 아는 동생이 유럽 여행을 갔다 오며 야간 열차에 대해 말 해줬다. 그 녀석은 6인실을 썼다고 했다. 좁아서 잘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지내보니 지낼만 하더라고. 그러면서 여행 중에 만난 어떤 배낭여행객은 40인실에서 자보기도 했다고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언제 40인실에서 자보겠냐며 같이 웃었다. 아, 정말 유럽은 모험이 가득하다. 적어도 나에게 그렇다.
 
이렇게 걸핏하면 감동의 도가니에 빠지는 성격 탓에 나는 글쟁이가 된 것 같다. 무엇을 읽어도 웬만하면 재미있고, 무엇을 봐도 경이롭다. 10년에 걸친 유럽여행 기간 동안 내가 진정으로 발견한 것은 예전엔 미처 몰랐던 나 자신이었다. 

유럽의 밤열차는 내게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돌아갈 수 없는 공간을 그리워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중요한 것은 '유럽'이 아니라 '여행' 그 자체다. 우리가 단단히 무장한 마음이 빗장을 열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이 삭막한 도시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엽사 속의 함초롬한 풍경으로 거듭날 것이다. 방금 이 책을 펼친 여러분과 함께 나는 또 무작정 떠나고 싶다. 여러분과 함께 배우고 싶다. 반복되는 삶의 권태에 지지 않고 오늘 우리가 살아야 할 세상을 생애 최초의 첫눈처럼 눈부시게 바라보는 법을. 이 무한 시간의 바다 위에 내 그리움의 닻을 내리는 법을.
 
정여울 특유의 문체를 글 중간 중간에서 책을, 유럽을 더 살려주는 것 같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그녀는 10여년의 유럽 여행을 걸쳐 만난 것은 유럽뿐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다고 말한다. 예전엔 미쳐 몰랐던 자기 자신. 확실히 우리는 모르는 곳에 가서, 모르는 자신을 만나는 것 같다.

 

꿈만 꾸어도 좋고 당장 떠나도 좋은 유럽!!!

여행에세이에 별 흥미가 없던 내가 이 책을 유난히 기대한 이유는 주제가 유럽이기도 했지만, 요새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을 보고 나서 더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년말에는 꼭!!!!! 결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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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왕실 법정에 서다 제인 오스틴 미스터리 1
스테파니 배런 지음, 이경아 옮김 / 두드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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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왕실 법정에 서다

개인적으로 제인 오스틴이라는 작가에 흥미가 있었기에 이 작품이 더 기대되었다.

일종의 팬픽이긴 하지만, 실제 제인이 남긴 편지와 일기를 토대로 쓰여진 작품이라 더 더 기대가 되었다.

작품의 초반에는 아래와 같이 등장인물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보지 않고 작품 내에서 등장인물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가장 마지막에 봤다. 
 

 

 

 

청혼을 거절하고 도피성으로 스카그레이브 저택에 오게 된 제인은 더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친구의 결혼식 축하파티는 곧 늙은 새신랑의 장례식장이 되고 만다.

잠시 주위를 살펴 근처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좀 더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렇게 털어놓아도 용서받을 수 있겠지. 여자란 원래 호기심 덩어리니까. 

기분을 전환하려고 하트퍼드셔에 왔다. 그런데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이었다. 내가 예상할 수 있는 그 어떤 죽음보다 생생하고 끔찍한 죽음. 스카그레이브 백작의 고통스러운 죽음을 목격하고 어쩔 수 없는 무력감을 절감하게 된 건 내 비겁한 행동의 대가이리라. 최악의 상황은 도피해봤자 언젠가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니까. 

 

제인은 처음에는 초대받은 친구의 자격으로 가지만, 점차 사건의 주요인물로 부상하게 된다.

 

 

 

 

 

이 책을 보면서 문체가 참 흥미로웠다. 보면서 '오만과 편견'이라는 작품이 참 많이 오버랩되었다. 제인은 엘리자베스 같았고, 사건의 주요인물인 피츠로인 백작은 머리색을 제외하면 다아시와 흡사하다. 이 작품에서 제인은 스물일곱의 노처녀로 자신을 말한다. 외모도 머릿결도 별로인... 자신의 장점은 이성적 사고 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중위가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 걸 보면.. 분명 매력적인 여자였을 것 같다. 뭐, 내 주관적인 팬심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어지는 저녁 내내 나는 페인 경이 꽤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절절하게 깨달았다. 그도 그럴것이 자작은 단 한 마디만으로도 말솜씨가 느껴지고 침묵이 오히려 도발로 느껴졌지만, 이후의 파트너들은 입을 열면 재미가 없고 입을 다물면 더 재미가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이런 내 마음은 다 짜증과 불만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내 마음속에는 질투라는 악마가 살고 있다. 내가 타고난 분별력과 재치를 포기하는 대신 페니 델라하우세이의 외모와 부를 얻는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아름다운 외모에 부유하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나는 알 길이 없다. 내가 주위 남자들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건 적극적인 사고방식과 쾌활함 덕분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미친 짓인 것 같아요. 사랑하니까 그랬겠죠."

"제인,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슬픔과 날아오를 것 같은 지극한 기쁨을 동시에 느껴본 적 있나요?"

"아무것도 모르고 죽어서 다행이라니, 이렇게 참혹한 일이 또 있을까."

스물다섯이 된 날도, 스물여섯이 된 날도 오늘만큼 덜컥 겁이 나지는 않았다. 스물일곱이라는 나이에는 더 이상은 피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 그 뭔가는 십 대를 넘긴 여자에게, 특히 결혼하지 않은 여자에게 확실하게 존재한다. 어쨌든 저택의 그 누구도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걸 몰랐으므로 나도 말하지 않았다. 너무 과한 진지함은 관심을 끄는 법이니까. 

"사람의 성격만큼 관찰할 가치가 있는 게 또 있을까요?"
"저는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성격은 실망만 안겨다 주죠. 누군가를 잘 알게 될수록 그 사람을 좋아할 수 없게 됩니다. 혹은 나 자신이 싫어지거나."

 

친구인 이소벨부터 해서 피츠로이 백작, 헤럴드 경, 톰, 조지... 그녀는 그들 각각의 조각난 자료를 가지고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많은 실마리들을 얻게 되지만 음모의 올가미를 씌우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녀는 친구를 도와주려다가 사건의 증인이 되어버리고, 신부와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재판하는 상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된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친구를 구하려고는 하지만...

 

 

 

 

절망감이 들 정도로 현실은 냉정하다. 그러나 그녀의 계속된 나아감에 결국 진실을 드러나고, 서로 사랑하는 남녀는 풀려나게 된다. 좀 아쉬웠던 것은, 그녀가 문제를 해결하고 진실에 접근한 건 맞지만, 여탐정이라 불리기는 조금 아쉽다는 점이다.

 

나는 그날 밤의 불행한 사건에서 완전히 회복되었다. 목에 난 멍자국도 사라졌고, 한 가지 결심을 세우기도 했다. 앞으로는 어떤 청혼이든 피할 것이다. 내 거절로 교회의 저택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일이 또 벌어져서는 안 되니까. 스카그레이브 사람들은 나러럼 생각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이 시대 작가들이 쓴 풍속소설이 다 그러하듯 이 이야기도 온통 결혼으로 끝이 난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그녀의 이성과 재치와 유머를 내세운다. 그 시대의 작가들 중 한 명인 그녀가, 그것도 결혼이라는 소재로 소설을 썼던 그녀가 위와 같이 썼다는 것이 흥미로우면서 재밌다.

참 즐거운 사실은 이 책이 겨우 시리즈의 1권이라는 것이다. 다음 권이 그 다음 권이 참 기대되는 작품이다. 제인 오스틴의 팬이든 아니든 볼 만한 책이지만, 그녀의 팬이라면 꼭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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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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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before you

 

오래 기다린 책이었기에 받았을 때 정말 기뻤다. 이 책은 잘나가던 사업가 윌이 갑자기 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그저 내 사진들을 보고 있었을 뿐이겠죠. 저렇게 살다가 불구가 되면 얼마나 끔찍할까 생각하면서."

 

윌은 너무 잘 나갔기 때문에, 나을 가망성이 없는 사지마비 환자인 자신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는 처음에 기괴한 연기를 하는 등 루이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인 루이자 클라크는  마을에서 벗어난 적이 거의 없는, 일하던 카페가 문을 닫는 바람에 실직자가 되어 일을 구하고 있는 스물 입곱의 여성이다. 사지마비 환자를 다뤄본 적도 기술도 없지만 실직의 위기에 놓인 아버지와 치매환자를 모시고 사는 어머니와 미혼모인 동생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게 된다.

 

걱정도 많았고, 까칠하고, 본인을 싫어한다고 생각해서 루도 윌을 싫어하게 된다. 그런데 지내면서 루는 윌의 매력에, 윌은 루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한다.

 

루는 6개월만 일하기로 하고 시작하는데, 윌이 6개월 뒤에 스위스 병원에서 자살하기로 된 사실을 알게 되고 윌의 마음을 돌리려고 노력한다.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둘 다 서로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살기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윌은 이 작은 마을에서만 살아온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루가 안타깝고, 루는 잘나갔지만 이제는 사지마비 환자가 되어 죽기만을 원하는 루가 안타깝다. 보는 나도 둘의 모습이 그리고 둘의 사랑이 안타까워졌다.

 

 

 

둘은 서로를 만나 변화하기 시작한다. 사지가 마비되면서 죽기만을 바랬던 윌은 루를 만나며 즐거워졌고, 좁은 마을이 세상의 전부였던 루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둘의 변화를 차츰 보면서 내가 다 변화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위의 장면이 매우 맘에 들었다. 루가 윌의 영향으로 도서관에도 가게 되고 인터넷을 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윌이 쓸 수 있는 음성인식키보드를 찾아서 설치하고.... 윌은 그에 대한 감사로 카드를 남기는 이 장면... 냉철하고, 냉소적인 윌의 문체가 집약되어 있는... 윌다운 카드라는 생각에 웃음이 난다.

 

 

 

 

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그가 이별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사랑에 빠졌다." 윌은 죽음으로 계속 나아갔지만... 루는 어느 순간, 사지마비가 걸린 그의 몸은 가장 사소한 문제가 되어버렸다. 가장 재미없는... 가장 사소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아, 이 부분을 읽으며 표지의 문구가 계속 생각났다.

 

"왜냐하면 남자친구가 안 된다고 하니까. 스물일곱이나 됐는데도 착한 딸이니까. 너무 무서워서. 이러지 말아요, 클라크. 좀 삶을 살아봐요. 대체 발목 잡는 게 뭐가 있다고 이래요?"

 

윌의 시야를 변하게 하려는 루와 루의 세계를 넓혀주려는 윌을 보면서 나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둘은 조금은 달랐지만, 삶을 살아보라고 말하고 있었고, 중반 이후부터는 완전 몰입 됐는지 둘이 나에게 말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는 루의 시점이다. 그런데 중간 중간 간병인의 시점으로, 그리고 윌의 부모님의 시점이 되기도 한다. 루의 시점으로만 윌을 보다가 다른 이의 시점으로 루와 윌을 보니 새로웠고 더 객관화되었다. 그리고 각각의 상황들이 나오면서 소설을 더 풍성하게 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친구가 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살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억지로 살라고 하는 건, 당신도, 나도, 아무리 우리가 그 친구를 사랑해도, 우리는 그에게서 선택권을 박탈하는 거지 같은 인간 군상의 일원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이 글은 로맨스 소설일뿐 아니라 사회적 쟁점 중 하나인 안락사를 다루고 있다. 합법적인 자살... 자살여행. 인권과 윤리와 이성 가운데 아직도 이 소재는 뜨거운 감자이다. 죽을 권리마저 인정하는 게 인권일까 아니면 윤리적인 도덕적인 것이 우선되어야 할까? 루가. 그리고 이 책 전반에 있어 이 고민은 계속해서 나온다. 그러나 결론은 본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윌은 스위스로 떠난다. 윌은 루가 같이 가주길 바랬지만...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윌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일도 그만두고 따라가지도 않는다. 그러나 윌이 스위스로 떠난 뒤... 윌의 엄마에게 온 전화에 스위스로 바로 떠난다.

 

 

 

 

마지막에 가서야 루는 윌이 자신을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남친과 헤어졌을 때 윌을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지만... 윌도 그녀를 사랑했음을 너무 늦게 깨닫는 것 같다. 쨌든 둘은 사랑을 했다. 서로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싶었고... 어떤 의미에서 둘은 서로에게 서로를 선물했다. 둘의 세계는 서로를 만난 시점에서 정말 달라졌다. 

 

내가 이 돈을 주는 건 이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게 별로 남지 않았는데, 당신만은 날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세상에서 당신은 약간 편치 않은 느낌을 갖게 될지도 몰라요. 사람이 안전지대에서 갑자기 튕겨져 나오면 늘 기분이 이상해지거든요. 하지만 약간은 들뜨고 기뻐하길 바랍니다. 그때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돌아왔을 때 당신의 얼굴은 내게 모든 걸 말해주었어요. 당신 안에는 굶주림이 있어요, 클라크. 두려움을 모르는 갈망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당신도 그저 묻어두고 살았을 뿐이지요.

대담무쌍하게 살아가라는 말이에요. 스스로를 밀어붙이면서. 안주하지 말아요.
 

 

보통 열린 결말에서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고민하게 되는데, 이 소설은 결말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는데도 새드인지 해피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둘 다 새로운 세상을 만났으니 해피인가.... 윌은 결국 스위스로 떠나니 새드인가........ 알 수 없다. 이 문제는 안락사를 인정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만큼이나 답이 없다.

 

 

 

 

 

 

윌과 루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세세한 문체를 읽으면서 윌이 되었고, 루가 되었고, 또 그들을 보는 관객이 되었다. 영화화되어도 참 멋진 작품이 될 것 같다. 장면 하나 하나가 상상이 되면서 내 세계도 조금은 넓어진 것 같다. 윌이 루에게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에게 해 주는 말 같아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어지는 의지 같은 것을 느꼈다. 세계는 특별한 사람을 만남으로도 넓어지는 것 같다. 저 남친인 패트릭을 그렇게 오래 만났으면서도 루의 세계는 넓혀지지 않았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윌을 만나고... 그녀는 윌의 세계를 자신의 세계로 받아들였다. 윌은 세상에 없지만... 윌의 시야는 루의 시야에 있는 뭐 그런 느낌이랄까...?

 

여운이 꽤 오래 남는 작품인 것 같다. 꽤 두꺼웠는데 두꺼운지 모르고 읽었다. 정말 영화 한 편 본 기분이었다.

명대사 명장면도 많다.

상처일 것만 같았던 윌의 전 여친과 친구의 결혼식에서 둘의 춤은... 정말 명장면인 것 같다.

명대사는 역시....맨 마지막의 "그냥 잘 살아요. 그냥 살아요."가 아닐까?

 

마음을 울린...... 멋진 로맨스에 눈물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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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으로 떠난 소풍
김율도 지음 / 율도국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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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으로 떠난 소풍

 

처음에는 제목이 맘에 들었다. 다락방으로 소풍을 떠났다니 무슨 의미일까? 김율도라는 시인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며 시집을 폈다. 시 하나 하나를 읽을 때마다 다락방으로 떠났다는 것이 정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겪어 왔고 그로 인한 오랜 상처가 시 여기저기에 녹아 있었다.

 

 

이 상처는 어두운 시대상과도 결합되어 있었다.

현실적인 요소가 숨어 있고... 그 현실에 눈물 흘리는 작가가 있었다.

 

 

시들을 읽으며, 시집을 읽으며.... 김율도라는 시인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과연 이 시인은 어떤 사람일까?

오래된 상처가 이제는 흉터가 되어 그의 존재와 하나가 되어 버린 거 같다.

 

 

놀림과 이해는 분명 거리가 멀다. 체험과 흉내는 보다 훨씬 거리가 가깝다. 놀림이었던 흉내는 어느새 체험이 되고... 이젠 이해가 되어 버린 걸까? 어감의 차이가 의미의 차이가 이렇게나 받아 들이는 사람에게도 다르게 다가온다.

 


바퀴와 화병.....

나는 바퀴인가 화병인가.....

바퀴면 어쩌고 화병이면 어떠한가?

상황에 따라 바퀴가 되고 화병이 되면 되는 것을...

그러나 우리가 아는 현실은...

바퀴를 멈추고, 화병을 굴리는 것 같다.

 

구르는 걸 좋아하는 이가 바퀴가 되고,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 이가 화병이 되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시집은 그의 이름을 딴 건지, 아니면 홍길동의 율도국을 딴 건지... 율도국에서 나왔다.

상처가 흉터가 되어버린... 그의 율도국은 어떤 세상인지 새삼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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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 일에서든, 사랑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1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두행숙 옮김 / 걷는나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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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처음엔 제목에 끌렸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니... 아무리 강심장인 사람이어도, 철갑으로 둘러쌓인 사람이여도 상처받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칼보다 무서운 게 펜이고, 모든 흉기보다 무서운 게 말이란 흉기다. 이 흉기는 의도치 않아도 남을 찌르게 되고 또 내가 찔리기도 한다.


삶은 상처투성이다. 그러나 똑같이 부당한 일을 당해도 어떤 사람은 상처를 입고 어떤 사람은 상처를 입지 않는다. 그 차이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 달려 있다. "중요한 것은 부당한 대접이나 모욕을 받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이를 견뎌냈느냐다"라는 세네카의 말처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상처가 인생을 마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우리 삶에 놓인 가시덤불을 깨끗이 걷어 낼 방법은 없다. 한 가지 희망은 그 모든 나쁜 경우에도 선택이 여지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이렇게 저렇게 애를 써도 우리 인생에서 상처를 일으키는 사건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가 한 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이다. 상처를 일으키는 사건을 나와 관련된 문제로 받아들이고 마음이 상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를 선택할 권리는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는 말이다. 

상처받았다는 것은 '누군가 나에게 상처 주는 행위를 했다'가 아니라, 그 행위 때문에 '나의 가지가 땅에 떨어진 것 같은 감정을 느꼈다'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누가 봐도 상처 주는 말이지만 나는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다. 

기분 나쁜 일을 당했을 때 그것이 마음의 상처로 남느냐 아니냐는 상대의 말과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마음을 상하게 하는 상황에서 처음 우리가 느끼는 것은 '상처'가 아니라 '상처 받은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마든지 '그 느낌'을 상처로 남길 수도 있고 상대의 문제로 되돌려 줄 수도 있다. 

 

여기서 상처 입는다고 하는 단어는 육체적인 상처가 아닌 심리적인 상처이다. 우리는 살면서 상처가 되는 상황들과 말들을 무수히 겪는다. 그러나 누구는 상처 받고 누구는 상처 받지 않는다. 저자는 중요한 것이 상처 입는 말을 들었느냐 또는 겪었느냐가 아닌 견뎌냈느냐라고 말한다. 그리고 상처받기를 거절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상처 입은 사람들이 종종 잊는 것이 하나 있다. 파괴적인 분노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바로 '나'라는 사실이다. 

몸이 느끼는 통증을 잠재울 약을 찾아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기 전에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라.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 낸 결과니까. 

무조건 상처받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났고 어떤 행동때문에 마음이 상했는지 생각하며, '나의 문제'와 '너의 문제'를 분리해 보라. 무조건 내 탓도 무조건 남 탓도 하지 않을 때 상처의 악순환을 멈추게 된다.
  

 

우리는 상처 받으면 복수하고 싶어한다. 내가 겪은 고통을 남도 똑같이 겪게 해 주고 싶은 마음에 복수를 꿈꾼다. 그러나 저자는 복수 또한 자신을 상처입히는 길이라고 말한다. 그 사람에게 복수 하고픈 마음이 없어서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처 입지 않기 위해 적을 용서하라고 한다. 모든 일에는 객관화가 필요한 것 같다. 나의 잘못, 상대의 잘못. 객관화는 싶지 않지만,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보다 유익한 게 없다.

 

 

모든 일을 나의 탓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이들이 있다. 보통 상처는 남에게서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상처는 본인이 주는 것이다. 상대방은 나에게도 또 다른 이에게도 같은 말을 하지만, 누구는 상처 받고 누구는 상처를 받지 않으니 말이다. 상처를 허락하지 않음.... 나도 노력해 봐야겠다.

 

 

'나의 분노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아픔을 주었을까.'

 

상처 입은 곳을 찾아가 보라는 저자의 말.... 마지막 질문은 나의 분노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아픔을 주었을까이다.. 상처의 뫼비우스 띠. 상처는 상처를 부르고, 더 큰 상처를 가져온다. 이 띠를 과감히 자를 수 있는 이는 용서 할 수 있는 사람 뿐이지 않을까? 올해의 다짐에 '남을 용서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를 추가해야 겠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자기만의 잣대를 버려둔 채 타인 혹은 사회에서 제시하는 모범을 무작정 좇을 때가 많다. 

우리는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 

불완전함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존재의 일부일 뿐이다. 

편견으로 인한 상처는 절대 저절로 아물지 않는다. 쌓이고 쌓여 결국 폭발하고 만다. 더 위험한 것은 마치 사회적 규칙이나 문화처럼 인식되어 쉽게 바꿀 수 없고 상처 또한 대물림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편견을 사라지게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다가가는 일, 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라. 그러면 우리가 얼마나 작은 세계에서 헛된 경쟁을 하며 아등바등 살아왔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편견에 갇혀 자기가 정해놓은 안전한 영역에셔, 검증된 사람들만 만나며 살아가기엔 세상은 너무나 흥미진진한 것들로 가득하다. 

 

편견에 대한 저자의 말이 아프다. 편견을 사라지게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세상에는 많은 편견이 있다. 그리고 그 편견으로 인한 차별이 있고, 또 상처가 있다. 이 편견이 준 상처는 심지어 치유도 어렵다. 그러나 그의 입장에서 세상을 봄으로 이 편견을 깨트릴 수는 있다. 편견을 깨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사고의 틀이라는 게 생각보다 견고하다. 나도 많은 때 깨려고 하지만... 박혀있는 편견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을 상처줬는지... 책을 읽으며 반성이 되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두 사람이 똑같은 걸 느끼고 똑같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 사람을 내 옆에 두고 마음대로 하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처음 유배되 상처는 그에게 받은 거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그 상처를 키우고 곪게 한 건 나의 부정적인 감정이었다. 그가 땅에 묻힌다 해도 사라지지 않을, 오직 나만 해결할 수 있는 슬픔이었던 것이다. 

용서는 상처를 잊어버리거나 타협하는 것과는 다르다. 상처를 준 사람들의 잘못을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 쌓인 원망과 분노를 내려놓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나의 분노가 다시 나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을 없애는 것이다. 

누군가와의 만남이 나를 고통스럽고 아프게만 할 뿐 성장시키지 못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닌 것이다. 

 

사랑..... 아름답고 좋은 단어인 이 사랑은 때론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무서운 흉기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입고, 또 상처입는지. 나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을 상처 준 적도 또 상처 입은 적도 있다. 김광석님의 노래도 있지 않은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상대를 구속하는 것이, 아프게 하는 것이, 상처 주는 것은... 사랑이 아닌 것이다.

 

 

나보다 더 나이를 먹은 분이 보기에 난 아직 핏덩이일지도 모른다. 나도 나보다 어린 이들을 보면 그렇게 느낄 때가 있기에. 나이가 어리든, 많든, 남자든, 여자든... 우리 모두는 상처를 받고 산다. 넘어지는 것이, 상처를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시 일어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상처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는 것에 집중한다면, 이 상처는 언젠가 훈장이 되고, 다시 넘어지지 않게 하는 교훈이 되지 않을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오늘도 흔들리고 있지만, 한 걸음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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