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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ㅣ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me before you
오래 기다린 책이었기에 받았을 때 정말 기뻤다. 이 책은 잘나가던 사업가 윌이 갑자기 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그저 내 사진들을 보고 있었을 뿐이겠죠. 저렇게 살다가 불구가 되면 얼마나 끔찍할까 생각하면서."
윌은 너무 잘 나갔기 때문에, 나을 가망성이 없는 사지마비 환자인 자신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는 처음에 기괴한 연기를 하는 등
루이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인 루이자 클라크는 마을에서 벗어난 적이 거의 없는, 일하던 카페가 문을 닫는 바람에 실직자가 되어 일을 구하고 있는
스물 입곱의 여성이다. 사지마비 환자를 다뤄본 적도 기술도 없지만 실직의 위기에 놓인 아버지와 치매환자를 모시고 사는 어머니와 미혼모인 동생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게 된다.
걱정도 많았고, 까칠하고, 본인을 싫어한다고 생각해서 루도 윌을 싫어하게 된다. 그런데 지내면서 루는 윌의 매력에, 윌은 루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한다.
루는 6개월만 일하기로 하고 시작하는데, 윌이 6개월 뒤에 스위스 병원에서 자살하기로 된 사실을 알게 되고 윌의 마음을 돌리려고 노력한다.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둘 다 서로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살기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윌은 이 작은 마을에서만 살아온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루가 안타깝고, 루는 잘나갔지만 이제는 사지마비 환자가 되어 죽기만을 원하는 루가 안타깝다. 보는 나도 둘의 모습이 그리고 둘의 사랑이
안타까워졌다.
둘은 서로를 만나 변화하기 시작한다. 사지가 마비되면서 죽기만을 바랬던 윌은 루를 만나며 즐거워졌고, 좁은 마을이 세상의 전부였던 루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둘의 변화를 차츰 보면서 내가 다 변화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위의 장면이 매우 맘에 들었다. 루가 윌의 영향으로 도서관에도 가게 되고 인터넷을 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윌이 쓸
수 있는 음성인식키보드를 찾아서 설치하고.... 윌은 그에 대한 감사로 카드를 남기는 이 장면... 냉철하고, 냉소적인 윌의 문체가
집약되어 있는... 윌다운 카드라는 생각에 웃음이 난다.
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그가 이별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사랑에 빠졌다." 윌은 죽음으로 계속
나아갔지만... 루는 어느 순간, 사지마비가 걸린 그의 몸은 가장 사소한 문제가 되어버렸다. 가장 재미없는... 가장 사소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아, 이 부분을 읽으며 표지의 문구가 계속 생각났다.
"왜냐하면 남자친구가 안 된다고 하니까. 스물일곱이나 됐는데도 착한 딸이니까. 너무 무서워서. 이러지 말아요, 클라크. 좀 삶을 살아봐요. 대체 발목 잡는 게 뭐가 있다고 이래요?"
윌의 시야를 변하게 하려는 루와 루의 세계를 넓혀주려는 윌을 보면서 나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둘은
조금은 달랐지만, 삶을 살아보라고 말하고 있었고, 중반 이후부터는 완전 몰입 됐는지 둘이 나에게 말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는 루의 시점이다. 그런데 중간 중간 간병인의 시점으로, 그리고 윌의 부모님의 시점이 되기도 한다.
루의 시점으로만 윌을 보다가 다른 이의 시점으로 루와 윌을 보니 새로웠고 더 객관화되었다. 그리고 각각의 상황들이 나오면서 소설을 더 풍성하게
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친구가 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살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억지로 살라고 하는 건, 당신도, 나도, 아무리 우리가 그 친구를 사랑해도, 우리는 그에게서 선택권을 박탈하는 거지 같은 인간 군상의 일원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이 글은 로맨스 소설일뿐 아니라 사회적 쟁점 중 하나인 안락사를 다루고 있다. 합법적인 자살... 자살여행. 인권과
윤리와 이성 가운데 아직도 이 소재는 뜨거운 감자이다. 죽을 권리마저 인정하는 게 인권일까 아니면 윤리적인 도덕적인 것이 우선되어야 할까?
루가. 그리고 이 책 전반에 있어 이 고민은 계속해서 나온다. 그러나 결론은 본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윌은 스위스로 떠난다. 윌은 루가 같이 가주길 바랬지만...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윌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일도 그만두고 따라가지도
않는다. 그러나 윌이 스위스로 떠난 뒤... 윌의 엄마에게 온 전화에 스위스로 바로 떠난다.
마지막에 가서야 루는 윌이 자신을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남친과 헤어졌을 때 윌을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지만... 윌도
그녀를 사랑했음을 너무 늦게 깨닫는 것 같다. 쨌든 둘은 사랑을 했다. 서로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싶었고... 어떤 의미에서 둘은 서로에게
서로를 선물했다. 둘의 세계는 서로를 만난 시점에서 정말 달라졌다.
내가 이 돈을 주는 건 이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게 별로 남지 않았는데, 당신만은 날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세상에서 당신은 약간 편치 않은 느낌을 갖게 될지도 몰라요. 사람이 안전지대에서 갑자기 튕겨져 나오면 늘 기분이 이상해지거든요. 하지만 약간은 들뜨고 기뻐하길 바랍니다. 그때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돌아왔을 때 당신의 얼굴은 내게 모든 걸 말해주었어요. 당신 안에는 굶주림이 있어요, 클라크. 두려움을 모르는 갈망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당신도 그저 묻어두고 살았을 뿐이지요.
대담무쌍하게 살아가라는 말이에요. 스스로를 밀어붙이면서. 안주하지 말아요.
보통 열린 결말에서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고민하게 되는데, 이 소설은 결말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는데도 새드인지
해피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둘 다 새로운 세상을 만났으니 해피인가.... 윌은 결국 스위스로 떠나니 새드인가........ 알 수 없다. 이
문제는 안락사를 인정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만큼이나 답이 없다.
윌과 루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세세한 문체를 읽으면서 윌이 되었고, 루가 되었고, 또 그들을 보는 관객이
되었다. 영화화되어도 참 멋진 작품이 될 것 같다. 장면 하나 하나가 상상이 되면서 내 세계도 조금은 넓어진 것 같다. 윌이 루에게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에게 해 주는 말 같아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어지는 의지 같은 것을 느꼈다. 세계는 특별한 사람을 만남으로도 넓어지는 것 같다. 저 남친인
패트릭을 그렇게 오래 만났으면서도 루의 세계는 넓혀지지 않았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윌을 만나고... 그녀는 윌의 세계를 자신의 세계로
받아들였다. 윌은 세상에 없지만... 윌의 시야는 루의 시야에 있는 뭐 그런 느낌이랄까...?
여운이 꽤 오래 남는 작품인 것 같다. 꽤 두꺼웠는데 두꺼운지 모르고 읽었다. 정말 영화 한 편 본 기분이었다.
명대사 명장면도 많다.
상처일 것만 같았던 윌의 전 여친과 친구의 결혼식에서 둘의 춤은... 정말 명장면인 것 같다.
명대사는 역시....맨 마지막의 "그냥 잘 살아요. 그냥 살아요."가 아닐까?
마음을 울린...... 멋진 로맨스에 눈물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