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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베르크 프로젝트 ㅣ 프로젝트 3부작
다비드 카라 지음, 허지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블레이베르크 프로젝트"
이 책은 나치의 피해가 현대까지 어떻게 미치는 지 잘 보여주는 책이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흘러가며 보여주는 것들은 독자로 하여금 점차 이야기의 조각들을 맞춰주고,
책을 덮을 때에는 '아!'하는 카타르시스만 남긴다.
나는이 책을 통해 다비드 카라라는 작가를 처음 접했다.
그러나 그의 스토리는 흥미진진했고, 그의 문체는 참 재밌었다.
이야기 내내 독자를 들었다 놨다.
그 이상을 알고 싶어 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런 부조리한 세계에서 편히 자려면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게 최선이고, 그것만이 생존 희망을 연장시켜줄 테니 말이다.
책의 처음은 호르스트 겔러라는 ss-친위대의 죽음에 대한 내용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고 싶어하며 나치군에 들어왔던 한 가장의 죽음.
아무것도 모른다며 눈 감고 세상을 살다가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며 나치군으로 세상을 뜬 것이다.
내가 할 일은 하나뿐인데, 그걸 할 용기가 없었다. 총알, 올가미, 혹은 지붕에서 훌쩍 뛰어내리기. 관두자. 나는 비겁한 사람이니까. 그래서 궁여지책 삼아 이렇게 서서히 나 자신을 죽여가는 것이었다. 어차피 결과는 마찬가지니까.
아버지는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게 죽었고 어머니는 살해당했으며, 정체 모를 사람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 버나드의 말에 반박할 수는 없었다. 코빈 가족 사냥이 시작되었다는....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 제레미가 있었다. 그가 어떤 사냥감, 아주 덩치 큰 사냥감을 잡기 위한 덫으로 사용되고 있을이 분명했다.
제레미는 참 아이러니한 인물이다.
생애 최고라고 생각한 순간에 삶을 포기하고 싶을 좌절을 겪게 되었고,
삶을 살아갈 여력이 없어 포기 하고 싶을 때 위기를 겪으며 다시 삶을 꿈꾸게 된다.
그는 잘가나가는 금융업계의 성공자에서 살인자에 알코올중독자로까지 떨어진다.
그리고 가출한 아버지가 비밀 첩보임무를 하게위해 어쩔 수 없이 떠났다는 걸 알게되고...
아버지도 죽고, 어머니도 죽고... 아버지 같았던 버나드 딘도 죽고....
그러나 그는 아이러니 하게도 모두가 죽는 상황 가운데 못 죽고 복수일지라도 삶의 희망을 갖게 된다.
이 책이 나치를 다룬다고 해서 처음에는 좀 격한(?) 비평이 들어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책에는 꽉꽉 억누른 나치 피해자들의 비명이 들어있다.
책 전반에 걸쳐 나치를 비판하고 비난하진 않지만,
그 피해자들의 억누린, 절제된, 비명이 오히려 더 슬프게 다가 왔다.
"그들은 괴물이에요. 우리로서는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괴물들이라고요."
"에이탄, 그런 함정에 빠지면 안 됩니다. 그들도 인간입니다. 인간일 뿐이죠. 그들이 우리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도 똑같이 인간성을 잃고 임무를 위한 임무를 처리하게 될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되도록 그들을 생포하려는 거지요. 자신들의 무시무시한 본성을 마주하도록. 우리 인간의 본성을 말입니다."
"엘리는 저처럼 그들을 직접 접해보지 않으셨잖습니까. 분명 옳은 말씀입니다. 저도 알아요. 하지만 그들이 괴물이라고 믿기 때문에 제가 돌아갈 희망이 없다는 숙명론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겁니다. 선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어요. 저는 그것을 직접 경험했어요.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나를 구해주었죠. 인간의 영혼에 선이 내재되어 있다고 믿게 내버려 두세요. 악이 예외라고 믿는 절, 그렇게 믿게 내버려 두세요."
어떤 변이가 일어났기에 고통스러운 과거의 메아리, 인간이라는 종 전체에 남아 있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70년이나 지난 지금 다시금 떠오르는 것일까?
에이탄은 이 블레이베르트 프로젝트의 실질적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거인에 힘도 센 그가 인간의 악과 선에 대해 엘리와 이야기 하는 이 장면은 가슴에 깊숙이 와 닿았다.
인간의 무시무시한 본성을 말하는 엘리와
선을 믿음으로 자신이 돌아갈 여지가 있음을 믿고 싶은 에이탄.
에이탄은 초반에는 그저 쿨한 보디가드 혹은 킬러로 나오지만...
뒤로 갈 수록 그의 비명에 가슴이 아팠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다 비명 속의 인물들이다.
제레미는 아버지에게 어렸을 때 버림받고 그 상처를 안고 자라서 금융업계의 큰 손이 되었으나. 어린아이를 치어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되고 좌절하여 운전도 못하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자신을 서서히 파괴하는 인물이다.
재키는 어려서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고 그 멍을 숨기기 위해 하던 단련이 그녀를 강하게 만들었고, 결론적으로 CIA까지 들어오게 된 여성이다.
에이탄은 나치의 인간실험의 피해자로 약에 의해 개조된 유태인이다. 그는 살인을 하지만.... 좋아서 죽이는 건 아니다.
"...나는 미친놈들과 죄 없는 사람들 사이에 낀 존재야. 난 더 이상 죄 없는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람을 죽여. 내가 떨지도 주저하지도 않고 후회하지도 않는 건 그 때문이야. 내가 내 임무를 다 하지 못하면 홀로코스트로 희생당한 저들의 죽음은 헛된 죽음이 되어 버려. 반항하는 늑대는 그 자리에서 깨끗하게 처리해 버리지. 내 정체가 궁금해? 나 희생자들의 마지막 보루야!"
희생자들의 마지막 보루. 많은 죽은 사람들... 그리고 살아남은 오직 그.
그는 자신을 마지막 보루라고 칭한다.
나는 중반에 에이탄이 홀로코스트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마치 본인이 겪은 것 같이 말하여 의아함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소설의 마지막에 풀린다. (스포는 여기까지 하겠다.)
이 소설의 마지막은... 해피엔딩으로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다비드 카라의 소설을 처음 봤지만... 이 소설로 이 작가의 팬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좀 산으로 가는 반전이 있긴 하지만..
글 중간 중간에 준 단서들이 그 반전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 생각했을 때, 음주운전으로 어린아이를 치어 죽인 제레미 노바체크 또는 제레미 코빈.
제레미의 아버지 대니얼의 친구이자, CIA요원인 버나드 딘.
모사드 요원으로 글의 초반부터 막판까지 글의 사건전개에 중요한 인물인 에이탄 모르그.
그리고 젊은 CIA요원 재키.
이 글의 제목이 된 이름 빅터 블레이베르크 교수.
2인자로 권력욕을 묘하게 잘 숨겼던 힘러.
이 소설은 재밌고 흥미로웠고, 슬펐다.
이 소설은 해피엔딩이지만 동시에 비극이다.
이 소설은 아직까지 이어지는 나치의 피해를 말하고 있다.
이 소설을 보면서 일제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일본도 나치만큼이나 많은 한국인과 중국인들을 죽이고.
마루타...인체실험을 했다.
지금껏 반성하지 않은 것도 정말 엄청나지만....
이렇게 피해자들은 여전히 억누린 울음으로 울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