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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꿈만 꾸어도 좋다, 당장 떠나도 좋다 ㅣ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1
정여울 지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당선작 외 사진 / 홍익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이 책은 정여울이 사랑한, 그리고 많은 배낭여행객들이 사랑한, 유럽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사랑을 부르는 유럽
직접 느끼고 싶은 유럽
먹고 싶은 유럽
달리고 싶은 유럽
시간이 멈춘 유럽
한 달쯤 살고 싶은 유럽
갖고 싶은 유럽
그들을 만나러 가는 유럽
도전해 보고 싶은 유럽
유럽 속에 숨겨진 유럽
이렇게 열 가지의 주제로, 각각 top10을 뽑아 소개하고 있다. 그러니까 100개의 유럽은 같거나 비슷한 혹은 전혀 다른 매력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백 가지 중, 전에도 가보고 싶었고, 지금도 가보고 싶고, 앞으로 꼭 갈 몇몇만 이 서평에 담아봤다.

시간이 멈춘 유럽 3위의 폼페이 화산 유적.
폐허는 '존재'보다는 '부재'를 생각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모두가 더 멋지게. 더 빛나게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세상을 피로한 경쟁으로부터 벗어나서 아름다운 소멸을, 아름답게 잘 사라지는 법을 생각하게 만드는 마법이 있다.
참 멋진 말이다. 아름다운의 범위는 참 넓은 것 같다. 폐허가 아름다울 수 있는 곳은 어쩌면 유럽뿐이지 않을까? 이번에 꽃보다 누나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유럽은 참 유물 유적들이 많을 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살아나가고 있다. 한국의 아쉬운 것은 고즈넉함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우리의 옛 문화를 이어나가고 있지 못하다는 슬픔이다. 그러나 유럽은 폐허마저, 전쟁의 상처마저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저 수선하지 않고, 없애지 않고, 그것을 깊이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함께 그대로 나아가는 것은 우리의 배울 점이다.

한달쯤 살고 싶은 유럽 1위인 해변마을 친퀘테레. 2위에 오른, 이번에 꽃누나의 여행지였던 두부로브니크도 참 가보고 싶지만, 세계문화유산의 도시가 궁금하다. 얼마나 아름답기에 한 달쯤 살고 싶다는 것일까?
여행을 오래 다니면서 나는 욽퉁불퉁한 길이 좋아졌다. 직선 주로가 아닌 구불구불한 길, 돌부리나 잡초같은 장애물이 많은 길, 시멘트로 매끌매끌하게 미장되지 않은 길, 낯익은 풍경보다는 낯선 풍경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길들이 좋아졌다.
나도 울퉁불퉁한 길이 좋다. 한국에 이제는 많이 남지 않은, 울퉁불퉁한 구불구불한 길. 유럽의 그 길을 걸어보고 싶다. 조금 불편하면 어떤가? 그 길에서 낯선 풍경을,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말이다.

달리고 싶은 유럽 7위의 야간 침대 열차. 나는 야간 침대 열차에 로망이 있다. 열차 여행을 몇 번 다녔고, 한국의 야간 열차도 타 봤다. 하지만 유럽의 야간 열차, 침대열차에 대해 생각만 해도 설렌다.
비싸지만 낭만적이고, 불편하지만 멋지고 신기한.
야간 열차를 타고 밤새 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주변의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낯선 기차를 우리 집 안방처럼 편안하게 여기는 나를 발견한다. 밤새 달리는 열차 속에서 발견하는 가장 흥미로운 타인, 그는 바로 누구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자유로운 나 자신이었다.
비싸지만 낭만적이고, 불편하지만 멋지고 신기한.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이번에 아는 동생이 유럽 여행을 갔다 오며 야간 열차에 대해 말 해줬다. 그 녀석은 6인실을 썼다고 했다. 좁아서 잘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지내보니 지낼만 하더라고. 그러면서 여행 중에 만난 어떤 배낭여행객은 40인실에서 자보기도 했다고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언제 40인실에서 자보겠냐며 같이 웃었다. 아, 정말 유럽은 모험이 가득하다. 적어도 나에게 그렇다.
이렇게 걸핏하면 감동의 도가니에 빠지는 성격 탓에 나는 글쟁이가 된 것 같다. 무엇을 읽어도 웬만하면 재미있고, 무엇을 봐도 경이롭다. 10년에 걸친 유럽여행 기간 동안 내가 진정으로 발견한 것은 예전엔 미처 몰랐던 나 자신이었다.
유럽의 밤열차는 내게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돌아갈 수 없는 공간을 그리워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중요한 것은 '유럽'이 아니라 '여행' 그 자체다. 우리가 단단히 무장한 마음이 빗장을 열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이 삭막한 도시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엽사 속의 함초롬한 풍경으로 거듭날 것이다. 방금 이 책을 펼친 여러분과 함께 나는 또 무작정 떠나고 싶다. 여러분과 함께 배우고 싶다. 반복되는 삶의 권태에 지지 않고 오늘 우리가 살아야 할 세상을 생애 최초의 첫눈처럼 눈부시게 바라보는 법을. 이 무한 시간의 바다 위에 내 그리움의 닻을 내리는 법을.
정여울 특유의 문체를 글 중간 중간에서 책을, 유럽을 더 살려주는 것 같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그녀는 10여년의 유럽 여행을 걸쳐 만난 것은 유럽뿐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다고 말한다. 예전엔 미쳐 몰랐던 자기 자신. 확실히 우리는 모르는 곳에 가서, 모르는 자신을 만나는 것 같다.
꿈만 꾸어도 좋고 당장 떠나도 좋은 유럽!!!
여행에세이에 별 흥미가 없던 내가 이 책을 유난히 기대한 이유는 주제가 유럽이기도 했지만, 요새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을 보고 나서 더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년말에는 꼭!!!!! 결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