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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뿔났다 -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환경 교과서 꿈결 청소년 교양서 시리즈 꿈의 비행 4
남종영 지음 / 꿈결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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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뿔났다라는 책은 표지에 그려져 있는 동물들이 귀여워서, 그리고 청소년을 위한 환경교과서라는 말에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책을 보는 내내 이 책은 청소년 뿐 아니라 대학생 또는 어른들도 봐야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에 대해, 환경 지식에 대해서 아주 쉽고도 세세히 나와있다. 머메드부터 현대의 멸종까지. 시간을 흘러흘러 지구가 왜 뿔이 나게 되었는지 이야기 해주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가슴에 와닿았던 것은 중간중간에 있던 포스터들이다.

 

 

위의 포스터는 "사막화는 매년 6000종의 동물을 파괴시킵니다."라는 문구와 코끼리가 사막화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충격적이고 신선했다. 이런 포스터는 뒤에도 계속 나온다.

 

 

수리공인 사람들이 박제된 듯한 동물을 수리하려 하지만, 멸종은 수리 할 수 없습니다.

 

 

"자연은 재활용이 되지 않습니다."

 

 

 "자연 속에서 이 회사는 앞으로 500년은 더 살아남을 것입니다."

 

회사는 부도나고 없어졌지만, 자연 속에서 버려진 물건은 500년이나 더 남아 자연을 괴롭힐 것이다.

 

 

 이 사진을 보면서, 이 책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구에는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다. 인간은 그 많은 생물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사람들이 많아지고, 욕심이 많아져서 지구를 덮쳤다. 처음에는 동물이, 그다음에는 자연이 상처를 받았고..지구는 이제 사람이 그렇게 될 차례라고 말한다. 지구가 뿔났다. 그 뿔에 받히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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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
명로진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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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껴 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은 제목부터 맘에 들었다. 비평가 교수님에게, 시인 교수님에게 글쓰기를 잘하는 법이 뭐냐고 물어 본 적이 있었다. 시인 교수님은 어렵지 않게 느끼는 그대로 쓰는 것이 글쓰기라고 하셨고, 비평가 교수님은 글쓰기의 기초는 문법과 카피라고 하셨다. 이 내용에 더 추가된 내용이 이 책에 있었다.

 

이 책에는 30여가지의 글쓰기 팁이 있고 중간 중간에 베껴 쓰기를 할 수있도록 좋은 글과 공간이 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자긴부터 분석해 봐라.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해서 분석하고 자신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을 발견하라. 가장 많이 하는 일 중에 당신의 쓸 거리가 있다.

 

보통 글을 쓸 때,어떻게 쓸까에 대한 것도 많이 고민하지만 무었을 쓸까에 대한 고민도 많다. 소재를 무엇이냐.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냐. 난 소재가 글의 근원이며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소재가 있어야 글이 나오고, 소재가 내가 뭘 말하고자 하는지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소재는 엄청나고 별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일 중에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인 것 같다. 뭔가를 쓰려면 그것에 대해서 쓸 만큼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글은 화려하게 치장하려 하지 말고 쉽게 써라. 쉬운 말을 쓰는 게 창피한 게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어려운 말을 아는 척 하는 게 창피한 일이다.

 

많이 들은 말이지만 잘 안지켜지는 습관 중 하나이다. 손에 배어버린 번역투는 고치기 참 어렵다. 나는 글을 쓰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내 눈에는 아무리 보아도 어려운 구석이 없고 참 단순한데 말이다. 주어와 술부를 맞추는 연습을 하고, 문장을 쪼재고, 문법을 맞추어 보아도 오랜시간 몸에 배인 습관을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베껴 쓰기가 필요한가 보다. 새로운 습관을 익히기 위해서 말이다.


반전이 있는 글- 독자의 예상 동선을 배반해야 한다. 작가의 계획도 배척해야 한다. 그럼, 이런 반전은 어떻게 만드는가?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산해서 반전을 집어넣는 작가도 있다. 그러나 반전은 때로는 글 쓰는 사람이 자판을 두드릴 때 느닷없이 그의 머리에 떠오르기도 한다. 그게 바로 글쓰기의 반전이다. 

 

글의, 특히 소설의 중요한 매력 포인트 하나는 반전이다. 글을 쓰다보면 이 반전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궁금증과 흥미를 동시에 부르는 반전. 그러나 의외로 반전은 가까운 곳에(?) 있다. 나는 단편이긴 하지만 몇 편의 소설을 써봤다. 그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줬을 때, 그들의 반응은 나를 당황케 했다. 독자는 내가 암시나 반전으로 넣은 것들은 눈치도 못 채고 전혀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내용의 무언가를 발견하곤 한다. 이것 또한 글쓰기의 반전이 아닐까. 독자의 반전인가?


끝에는 한 방이 있어야 한다. 독자가 다음에 당신의 글을 또 읽고 싶게 하려면 인상적인 결말을 위한 항 방을 준비해야 한다.

 결말이 재밌어야 소설이 재밌다. 해피엔딩, 새드엔딩.. 때로는 열린 결말... 독자로서는 확실한 엔딩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작가로서는 열린 결말이 좋다. 뭔가 있어보이는 끝. 첫인상도 중요하지만, 헤어질 때의 인상이 좋아야 또 만나줄 것 아닌가. 인생만 한 방이 아니다. 소설도 한 방이 필요하다.

 

나는 악필인데다가 번역투도 꽤 많고, 주술이 안 맞을 때도 많다. 이런 문제점들을 고치기 위해 베껴 쓰기를 추천 받은 적이 있다. 솔직히 나는 인내심이 부족해서 장편은 겁부터 났다. 그래서 정~말 짧은 단편만 써봤다.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은 헤이졌던 마음이 다잡혔다. 장편 베끼기에 한 번 시도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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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절대가이드 - 제주 사는 남친들이 솔직하게 까발린 강추 비추 관광지 절대가이드 시리즈
김정철.서범근 지음 / 삼성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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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었던 책이기에 받았을 때 기대가 컸다. 노란 배경에 예쁜 사진들, 이 책은 제주도에 대해 알뜰 살뜰 잘 소개가 되어있을 뿐 아니라 실려 있는 사진들도 예뻐서 보는 내내 내가 제주도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이 책의 전체제목은 '제주 사는 남친들이 솔직하게 까발린 강추 비추 관광지 -제주도 절대 가이드'이다.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이 강추하고 비추하는 관광지라니 신뢰가 간다.

 

이 책을 정~~말 짧고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제주를 이해하는 10가지 키워드
10개의 테마가 있는 여행코스
제주 북부/동부/남부/서부
한라산 또는 오름
제주 올레길
제주도 또는 섬

 

테마코스 중 나는 20대를 위한 짠돌이 코스에 눈이 갔다. 열 가지 코스 모두 다 알차게 꾸며져 있지만, 역시 여행은 가난한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 법이다. 코스에는 체류시간까지 세세하게 다 나와있다. 필요한 것은 물과 튼튼한 다리뿐이다. 

 

 

보기만해도 군침 도는 맛집 소개란이다. 제주도 온 지역의 맛집이 이 책 안에 다 있는 것같다. 가게명, 전화번호, 주소, 지도에 나온 위치, 가격, 덤으로 침 넘어가는 사진까지!! 음,,,, 저 물회집은 그 맛집 중에도 낸 눈에 들어온 가게다. 다음에 제주도 여행 갈 때 꼭 가봐야 겠다.

 

 

그리고 각 지역의 관광지에는 친절하게 가이드팁들이 달려있다. 주소와 전화번호와 지도에 있는 위치가 설명과 함께 작은 칸에 담겨있다. 제주도 여행 길에, 가 보고 싶은 곳은 많은데 효율적으로 정말 실한 곳만 가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번 여름엔 20대를 위한 짠돌이 코스를 시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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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아이 창비청소년문학 50
공선옥 외 지음, 박숙경 엮음 / 창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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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청소년 문학 50권 기념 소설집인 파란아이... 처음엔 내가 재밌게 봤던 글들의 작가들의 단편선이라고 해서 호기심에 보았다. 그러나 다 보고 나서 책 뒤페이지에 있는 "진짜 청소년 소설이란 이런 것이다!", "이곳에 모인 작품은 결코 만만하고 소소한 이야기가 아닙니다."라는 말이 눈에 박혔다.

 

이번에 모인 작품은 결코 만만하고 소소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청소년에게 적절한 이야기인 줄 알고 이 책을 펴 든 독자가 있다면 깜짝 놀랄 것입니다. 무대는 중학교 교실부터 미래의 우주 공간까지 넘나들고, 사람뿐 아니라 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주제는 인생 그 자체의 핵심으로까지 파고들어 갑니다. 예상보다 훨씬 담대하고 깊은 이야기들이 모였습니다.


이 해설은 참 맞는 말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 말이다. 소소하다기 보다, 청소년이 봐야하는 글이기 보다...뭐랄까 마치 어른을 위한 동화를 보는 기분이랄까...? 화자들은 어린이들이들이다. 소년, 소녀, 때론 아기고양이, 때론 세살박이 아기, 중학생... 한 이야기, 한 이야기가 무척이나 깊다. 이 책은 7명의 작가가 7편의 소설로 7개의 색다른 청소년문학을 보여준다.

 

아무도 모르게-공선옥
내가 생각하기에 인간이 외롭다는 것은 날씨와 관계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인간은 외로움을 느끼며 배가 고프거나 아플 때는 더욱더 외로움을 느끼게 되지요. 내가 관찰해 본 결과로는  나의 아버지 되시는 오상봉 씨께서는 담배가 떨어지면 외로워하시지요. 또한 저의 어머니 되시는 김숙자 씨께는 돈이 떨어지면 외로워하시지요. 나의 형되시는 오영호 씨는 여자친구와 싸우고 나서 외롭다 하더군요. 인간은 그렇게 모두 외로운 겁니다.

 
나는 그렇게 강릉 아이가 되었다. 엄마의 강릉 생활은 여수에서와 하나도 다른 것이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여수 살 때의 내가 아니었다. 나는 아무도 모르게, 다른 아니가 되어 버렸다. 사람이 어제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
 

그렇게 소년은 강릉아이가 되었다. 서울아저씨에게 버림받은 엄마가 정처없이 이삿짐센터 아저씨의 고향인 강릉으로 오게 되고. 소년은 그렇게 강릉 아이가 되었다. 엄마의 생활은 변함이 없었지만, 소년은 아무도 모르게 다른 아이가 되었다. 잔잔한 파문같은 소설인 것 같다. 사람이 어제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화갑소녀전-구병모

두 번째 글인 화갑소녀전은 개인적으로 참 어려웠다. 성냥팔이 소녀가 살기위해 들어갔던 공장에서 모든 에너지를 빼앗기고 결국 죽는다는 건지... 뭔가 승화된 결말인 것같은데... 아.. 참 어렵다. 찬찬히 시간을 내어 다시 읽어봐야 할 글이다.


파란아이-김려령
 오는 길에 버스가 줄줄이 이어진 긴 터널을 통과하던데, 그때 세계가 바뀐 것은 아닐까. 이곳에서 무사히 지내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터널을 통과하면, 그제야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이 친구, 상상력도 좋다.
 

소년은 책갈피 속에 끼워 둔 사진을 꺼냈다. 누나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린 꼬마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소년의 파란 입술도 배시시 웃는다. "니가, 나란 말이지?"

 

 익사로 죽은 누이의 이름을 쓰는 입술이 파란아이. 누이의 입술도, 소년의 입술도 파랗다. 소년의 엄마는 누이를 잊지 못하고, 소년에게서 자꾸 누이의 모습을 찾아내고 겹춰본다. 그래서 도시에서는 수영장이나 물 근처에는 가지도 못한다. 하지만 방학이 되면 할머니가 계신 시골에서 지내는데 그는 수영도 잘하고 물을 좋아한다. 결국 소년은 소녀가 그와 같으면서도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소년은 이름을 바꾸고, 사진 속의 누나와 대화한다.

 
푸른과 피망-배명훈
 채은신지를 만나서 하루 종일 싸울 수 없게 된 것. 우리가 싸우지 못하도록 서로를 떼어 놓는 것. 나에게 전쟁은 그런 일이었다.
 전쟁은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펼쳐지는 정치의 연장이지만, 이 순간 전쟁의 양상은 그보다는 훨씬 더 단순해져 있었다. 위가 시키는 대로, 그리고 혀가 이끄는 대로! 무기도 필요 없었다. 그냥 입 속으로 집어넣으면 그만이었다. 다른 건 이제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동의하는 휴전 협정이 맺어졌다. 입 밖으로 직접 소리를 내어 휴전이라는 말을 꺼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입 밖에서가 아니라 입 안에서 맺어진 협정이었다. 종이 위에 쓰인 그 어떤 협정보다도 오래오래 지속될 신성한 약속
.
 

이 글은 정말 어른을 위한 동화같은 느낌이다. 어른들에게는 만나서 싸우는 게 전쟁이지만, 이 작은 아이에게는 만나지 못해서, 싸울 수 없는 게 전쟁인 것이다. 작은 별을 놓고 벌어지는 전쟁에서 소년, 소녀는 싸움이 오히려 전쟁을 끝내는 일이 되었다. 얼마나 재밌는 설정인지.


고양이의 날-이현
 -이것이 고양이의 눈이다.
잿빛 고양이는 하염없이 펼쳐진 세상의 풍경에 그만 넋을 잃었다.
-주차장에서, 컨테이너 위에서, 식당 앞에서, 카페 문 앞에서... 그건 그저 하루를 살아가는 일일 뿐, 고양이의 눈은 하늘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돼.

-...제 아무리 왕초라도 다른 영역을 침범하지는 않아. 저마다 마땅한 영역을 가질 뿐, 그 이상을 탐하지 않는다. 그것이 고양이가 함께 사는 방식이야. 개처럼 서열을 짓거나, 인간처럼 끝없는 욕심을 부리지 않아. 우린 저마다의 영역에서 저마다 주인으로 산다. 그게 고양이다. 고양이가 사는 법이다.
 어차피 어미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누구든 마찬가지였다. 한 번에 한 걸음씩, 두려워도 조금씩, 그렇게 제 발로 내려가야 했다. 제 발로 달리고 오르고 내려가는 일. 어미 고양이는 바로 그런 하루를 선물하고 싶었던 것이다. 잿빛 고양이는 이제야 어미의 뜻을 알 것 같았다.
고양이의 날. 잿빛 고양이는 어제를 그렇게 불렀다. 그 신비로운 하루가 지나고 이제 새로운 날이었다.

 

참 멋진 소설이다. 주인공이 고양이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성장소설이라고 느껴졌다. 어미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에게 떠나기 전 주는 선물같은 하루. 고양이의 눈에 대해서, 영역에 대해서 어미 고양이는 말한다. 그리고 아기 고양이가 나무에 스스로 오를 수 있도록, 그리고 스스로 내려 올 수 있도록 그저 기다린다. 이 책의 7편의 소설 중에 개인 적으로 가장 재밌게 봤다.


졸업-전성태
"나는 아침에 일기를 써. 밤에 쓰는 일기는 하루 동안 저지른 잘못을 고백하라고 강요당하는 반성문 같잖아. 반성은 지긋지긋하지. 이젠 누구한테 보일 일도 없고 쓰라고 강요 받지도 않으니까 일기장을 가지고 다니며 아무 때나 써. 특히 아침에 쓰는 일기는 아주 특별하지. 난 문장 하나를 쓰고 등교해. 너도 해 봐."
 

타임캡슐을 묻고 그들은 졸업한다. 인용한 문구가 참 마음에 남았다. 문장 하나를 가지고 되새기며 하루를 보낸다는 학생. 얼마나 멋진지. 나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덩어리-최나미
찬옥이는 절망적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어제 찬옥이의 충격적인 얘기보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더 믿을 수가 없었다. 자기들한테 맞설게 아니면 가만 있으라는 건가? 내가 아니라 찬옥이가 제 입으로 그랬다고 하잖아. 자기들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은, 그게 찬옥이라도 봐주지 않겠다는 거야? 쟤들이 지금 믿고 있는 건 뭐지? 울컥해서 돌아보는데 경이와 눈이 마주쳤다. 경이가 남들 눈에 안 띄게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게 말이 되느냐고 묻고 싶었다. 경이는 이제야 알겠냐는 듯이 피식 웃고는 안경이나 올리라는 시늉을 했다. 안경 닦은 지가 오래됐는지 눈 앞이 부옇게 흐려졌다. 
 

찬옥이의 거짓말로 따돌림을 당하게 된 경이, 사실을 알고 말리려다 따돌림을 당하게 된 화자, 그리고 찬옥이. 현대의 청소년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이지메, 왕따를 보여주는 소설. 따돌림에는 이유가 없다. 그런데 실재로 따돌림이 이런 것 같다. 이유는 없고 피해자들만 있는..... 왜 그 때는 알지 못하고, 늘 지나서 후회하는지... 요즘 청소년들은 가슴에 정말 이런 덩어리들을 품고 있는 것 같아 슬프다.  

 

만만하고 소소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재미없거나 인상깊지 않은 이야기도 없다. 책을 덮고서 청소년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이여.. 방황하다 지친 어른들이여. 이 책을 추천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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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 소설
혜경 지음, 최종훈 원작 / 걸리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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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김수현이 바보역활을 한다는 영화로만 알고 있다가 책을 읽으며 깜짝 놀랐다.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책에 푹 빠져들었다. 소설을 보고 정말 재밌어서 웹툰까지 봤다.

리해랑, 리해진, 원류환

은밀하게 위해하게는 간단히 말하자면 간첩이야기이다. 오성조 조장 원류환은 북에서는 '초엘리트 혁명전사'이지만 남에서는 '달동네 슈퍼에 사는 바보 방동구'일 뿐이다. 그가 바보 생활을 한 지 2년 째, 당에서 내려오는 임무는 책으로 보는 나는 참 재밌었지만 어이없는 것들이 많았다. 계단에서 굴어떨어지기, 노상방뇨와 뇨상배뇨 등.. 바보를 연기하기도 참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 아니라 동네 소년과 동네 꼬맹이들 한테도 이리 저리 맞는 신세다. 때릴 걸 알면서도 맞아주는 장면에서 간첩은 정말 별걸 다 해야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게 중점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저 위에 높은 분들은 말이야, 우리 같은 혁명전사를 쉽게 '연어'라고 불러. 고향으로 돌아와 산란을 하는 연어처럼 큰일을 하고 오라는 뜻이라나 뭐라나...참, 류환 동무. 그거 알아? 연어 말이야. 연어는 목숨 걸고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도 산란을 마치면...죽어."

 

그들은 들개로 자랐고, 연어라 불린다. 들개같이 치열한 삶의 경쟁 끝에 조원이 되고 조장이 된다. 그런 그들은 결국 죽는다. 인간은 누구나 죽지만, 그들의 죽음은 어쩐지 가엽다. 이 글은 재밌으면서도 감동적이다. 재밌는 가운데 감동의 끈을 놓치 않는다. 동시에 감동적이면서도 재밌다. 동네 바보 방동구 옆에는 우체부로 잠입해 있는 '서상구'와 기타리스트를 꿈꾸는 소년으로 잠입한 '리해랑', 그리고 좋아하는 윤유란의 동생 윤두준의 꼬봉으로 잠입한 '리해진'이 있을 뿐 아니라 달동네 마을 주민들이 있다.

 

"내 생각에는 말이다. 사람은 각자 자기 삶이 있기 마련이다. 그 삶에 너무 깊이 관여하고 속박하면 참 힘들거야. 조용히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 있건만. 동구야. 네가 누구든 어디서 뭘 하던 사람이든, 좋은 놈이든 나쁜 놈이든 이 동네에서 동구 넌 누구나 웃게 만드는 착하고 순박한 슈퍼집 동구란다. 적어도 넌 지금 여기서 필요한 존재야."

 

전직 순사인 고영감의 말이 가슴을 울린다. 적어도 넌 지금 여기서 필요한 존재라는 말. 독자인 내 맘도 울리는데, 글 속 동구의 아니 류환의 마음은 얼마나 만졌을까. 그는 북한의 주민으로, 오성조 조장으로, 혁명전사로 원류환이었지만, 남한에서는 그저 바보 방동구. 바보지만 그에게는 그 삶이 소중하지 않았을까. 북측의 도발 사건을 묻기 위해 북한 정부는 남한에 투입한 간첩에 대한 정보를 남한 정부에 건네주기로 하면서 류환과 해랑과 해진에게는 자결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그러나 세 명은 이유를 듣고 싶어하고 가족의 안위를 확인받고 싶어하면서 명령을 미루게 된다. 결국 마지막에 북에서 내려온 처형단의 사람들과 맞서게 되고 싸운다. 류환은 그가 몰랐던 '사실'들에 류환은 패닉에 빠진다.

 

'돌아가고 싶어...아무것도 몰라도 괜찮았던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갈래.'

옷에서 삐죽이 나온 통장이 류환의 눈에 들어왔다. 슈퍼를 나서기 전 할매가 준 통장이었다. 류환은 팔을 뻗어 통장을 집어 한 장 한 장 넘겼다. 거기엔 할매가 거르지 않고 매달 입금한 월급이 들어 있었다. 처음 일곱 달엔 '동구 월급'이라는 항목으로, 다음 여섯 달렌 '우리 동구 월급'이라는 항목으로. 그다음 석달엔 '우리 둘째아들', 그 뒤로는 '아들 장가 밑천...' 류환은 통장을 움켜쥐었다. 울음이 목구멍을 틀어막아 숨이 막혀왔다.

'돌아가고 싶어. 그렇게...살고 싶어.'

바보 동구로 살아온 2년의 시간이 들짐승처럼 산 십여 년의 시간을 넘어 류환을 지배했다. 류환의 심장이 전기에 덴 것처럼 빠르게 뛰었다. 

 

많은 사람들이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결말이 새드인딩이라고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열린 결말이라고 한다. 나는 열린 결말 쪽이라고 말하고 싶다. 들개로 살아온 이들이 연어로 끝나지 않고 사람으로 살 수 있기를...

 

얼마 전에 라오스에서 강제로 북송된 꽃제비 아이들로 인해 나라가 들썩였다. 이 책을 보면서 좀만 더 남한 정부의 대처가 빨랐다면...하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국적은 다르지만, 같은 민족인.. 북한 사람들과 한민족으로 웃으며 손 잡을 수 있는 사이로 만날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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