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 - 2013 제3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재찬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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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펀치의 화자는 고3 수험생이다. 이제 수능이 눈 앞에 현실이 되어버린 시기이다.

소녀는 사회에, 부모에게, 학교에, 사람들에게, 심지어 자신에게도 냉소적이고 비판적이다.


모래 먼지가 안개처럼 흩날려 앞을 가린다. 모래 먼지는 미래를 꿈꾸라고 하면서 미래를 닫아 버린, 멍청한 어른들 같다. 

 

그녀는 마법에 걸리는 날이면 사막의 낙타의 꿈을 꾼다. 미래가 닫혀버린 끝없는 목마른 모래사막의 한가운데... 그녀는 앞으로 나가는지 제자리인지,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간다.

 

숨은 혈은도 찾아내는 기계로 우리 집을 들여다본다면 집안 구석구석 언어의 선혈이 낭자할 거다. 

 

말은 욕이고, 흉기이다. 부모의 말 한 마디에 소녀는 상처를 입고, 그 언어의 선혈은 집안 여기저기 낭자하다. 어쩌면 그 선혈은 분위기가 되어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계급사회에서 왜 계급을 못 만들게 하는지 헌법을 이해할 수 없다. 지들이 만들어 놓고 지들이 금지하고, 모순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대는 것들. 난 겨우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교육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그 구렁텅이에서 탈출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동물들한테도 선택받지 못한 실험녀가 직장 면접관에게 선택될 수 있을까.

 

 소녀는 자신의 등급이 5등급이라 말한다. 성적도 외모도... 그런데 성형 대국에 살면서 그녀도 충분히 예뻐질 수 있으나 그럴 마음이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수컷들의 발정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소녀는 사회를, 부모를, 학교를,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한다. 소녀는 역설적인 부분이 많다. 그러나 그 모습이 객관적이고 냉소적으로 보이는 건 왜일까? 아마 그녀가 다른 이들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그런 냉정한 잣대를 대고 있으며, 가끔 비치는 냉소적 비웃음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사람이 역설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1등급이 아니면 기회조차 잡지 못해."
방 변호사가 한 말이다.  1등급은 유전자와 부모의 재산이 결정하는 거다. 주인공이 될 수 없기에 난 궤도에서 이탈할 테다. 안 그러면 내 인생은 보나마나 평생 들러리일테니까. 

말은 욕이다. 

사회가 현정이한테서 피자를 도둑질했다.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자유롭지도 않다. 20대가 오기 전에 자유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10대가 가기 전에 억압을 잘라 내야 한다. 나는 수년간 그 방법을 물색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약유강식에게 납치된 '니모'를 찾아야 한다. 

과외 두 시간 중 반 시간은 자기 자랑이다. 자랑할 만하다고 할 수 있지만, 아무튼 별로다. 과외를 보면 학고 과학실 앞에 붙어 있는 사진이 떠오른다. 아이큐만큼이나 혀를 길게 내밀고 있는 얄미운 아인슈타인. 

엄마한테 서울 안에 있는 대학은 기독교요, 서울 밖에 있는 대학은 이슬람교다. 나한테 아웃 서울은 리얼리즘이요, 인 서울은 해리 포터다. 어떻게 갑자기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란 말인가. 

익숙함은 스스로 사하는 면죄부다. 

한 학기 등록금만 낸 후에 학교는 다니지 말고 재수를 하라고 한다. 지금까지 19년이나 해도 안 되던 공부가 1년 더 한다고 좋아질까. 

전혀 부러울 것 없는 엄마 인생을 보며 가질 수 있는 진심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것밖에 더 있겠나. 

엄마도 방 변호사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에 의해 48평 아파트에 갇히게 됐다. 방 변호사도 '마을 사람들'에 의해 엄마보다 먼저 48평 방에 갇히게 됐을 거다. 이제 두 사람은 나를 48평에 가두려 한다.
나는 '어쩐지'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다. 

난 누군의 희망도 되고 싶지 않고 누구에게 희망을 걸고 싶지도 않다. 
각자 알아서 살자. 

내 구토는 내가 만드는 거다. 세상 누구도 가지지 못한 나만의 능력이다. 나는 내가 원할 때 역겨움을 토해 낼 수 있다. 

난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구별해 보곤 한다. 여기서 훈련이 잘된 덕분에 학교에서 아이들의 거짓말은 첫 문장에서 대번에 알 수 있다. 오랫동안 훈련된 교사들의 거짓말은 한참 시간이 지나서 겨우 알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는 게 병이다. 

 

이 소설은 냉소로 시작해서 냉소로 끝난다. 그녀는 어린 소녀같지 않은 냉소... 그러나 어쩌면 고삼다운 냉소로 일관한다.

가슴에 쏙쏙 박히는 그녀의 말은 나의 고삼시절을 생각하게 했다.

"그래, 나도 이랬었지..."

 

 

사랑같지만 알고 보면 증오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모른 척 한다. 

"네 시작은 미약했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웃기시네. 내 시작은 미약했고 이대로 둔다면 내 나중은 오물로 뒤덮이리라. 

나를 위한 게 남을 위한 건 될 수 없지만, 남을 위한 건 결국 나를 위한 걸 포장한 거다. 모래의 남자는 아직 얼마나 많은 걸 모르 있는 걸까. 
복잡한 건 간단하지 못한 것일 뿐이다. 

교실 밖처럼, 교실 안에 자비는 없다. 

 

상처 많은 그녀는 사실 그저 평범한 소녀였다. 그녀의 잘못은 방변호사는 아들을 원했다는 것. 엄마는 착하고 공부 잘하고 날씬하고 예쁜 딸을 원했다는 것. 사회는 1등급을 원한다는 것. 그리고 그녀는 그것들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 뿐이다.

 

 

내가 5등급이면서도 1등급 대우를 받는 건 어디까지나 방 변호사의 경제력 때문이다. 담탱이의 미소를 받아먹는다면 일곱 난쟁이가 와도 왕자가 와도 깨어나지 못할 거다. 

너무 예쁜 게 죄가 된다는 건, 기꺼이 동의한다. 미필적 고의, 아니면 과실치상, 그것도 아니라면 원죄 정도가 되겠다. 

너무 못생긴 게 죄가 되는 건, 내가 동의하건 말건 원숭이들이 우글거리는 대한민국에서 '레알'이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비판거리는 경제력, 등급, 그리고 여자의 외모이다.

이것들은 하나로 통할 수 있으면서도 각기 다른 상처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책의 어딘가에서 원숭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티비 프로그램에서 원숭이들에게 예쁜 여자와 안 예쁜 여자 중 누구에게 바나나를 먹는지에 대한 실험을 했다. 실험결과는 예쁜 여자의 완승.

원숭이 마저 사람의 외모를 보는데, 면접관은, 손님들은, 남자는 외모를 안 볼리 있겠는가....

씁쓸했다. 이 씁쓸함은 어쩌면 내 등급이 1등급이 아니여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말라깽이들한테는 얼씬도 못하면서 지방질은 내가 편한지 떠날 생각을 안 한다. 음흉한 시선으로부터 날 지켜 주는 지방질이 편하긴 하다. 살을 뺀다면 누구를 위해서 빼야 하는 걸까?

 

내가 평소에 자주 갖는 질문이다. 살을 뺀다면 누구를 위해서 빼야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위해서, 취업을 위해서, 건강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나를 위해서였던 그 대답이 과연 몇 번째로 밀려났는지 매번 생각해 본다. 또 나를 위해선데.. 왜 자신들이 난리란 말인가.....? 내가 편하면 된 거 아닌가? 모든 질문은 뫼비우스의 띠가 되어버린다.

 

 

"이유란 원래 있는 게 아니고 새로 만드는 거니까."

"원래 진리는 말이 안 돼. 말이 되는 건 말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해."

슬퍼서 운 게 아닌데 울다 보니 슬퍼질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종백숙부라는 사람은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는 배우라고 한다. 그는 시종일관 표정이 없다. 장례식장에 있는 사람들 중 연극을 하지 않는 사람은 종백숙부가 유일해 보인다. 

높은 위치에 오를 때까지 계속해서 발악하고 올라가서도 그 위치를 지키는 건 할머니 말대로 "지랄 염병"해야 할 일이다. 

남을 걱정하는 척하는 건 사실 자기 위안을 하고 있는 거다. '어떡하니'는 '다행이다'와 동의어다. 고모는 내가 살이 찌는 걸 보고 언젠가 "어쩌면 좋니."라고 했는데 난 그때 고모의 얼굴에서 걱정은 커녕 안도감을 읽었다. 고모 딸은 날씬하다. 

지금껏 한 번도 결석이나 지각을 한 적이 없다. 엄마 덕분에 나는 태어나서 여태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옥에 갔던 거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학교는 성실한 내게 교육도 친구도 주지 않았다. 

"실행될 때까지 계획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볼 수 있지."

행복은 외계에나 있는 거다. 행복을 찾아 떠난 사람 중 돌아온 사람은 모두 행복을 찾지 못했고 행복을 찾은 사람은 모두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그녀의 시야가 어떻든 살인자이다. 부모를 청부살해했고, 그 청부살해를 실행한 자도 죽였고, 그녀의 말대로라면 그녀 자신도 죽일 예정이다. 남이 보면 그녀는 부자 부모를 만났고, 기독교에 외모를 뜯어 고치면, 상위층에 속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읽으면서 동감되고 동의하면서도 안타까웠던 건 그녀가 더 큰 불행과 아픔을 몰랐다는 것이다. 자신의 힘듦과 고통과 우울에 빠져, 그런 시각으로 세상을 봤던 그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책을 보면서 얼마 전에 본 '달고 차가운'이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부모를 죽이고 싶어하는 아이들. 달고 차가운의 주인공은 공부스트레스 뿐 아니라 사랑도 조금은 들어가 있었지만, 이 소설엔 우정과 형제다툼까지 있으니 쌤쌤이리라. 왜 아이들은 부모를 죽이고 싶어할까...? 그러고 보니 나도 고삼때 썼던 '가출일기'라는 소설에서 결국 부모를 죽이고 말았더란다.

 

솔직히 이 소설을 보면서 주인공의 시야가, 생각이 나와 비슷해서 많이 놀랐다. 난 아직도 세상에 조금은 냉소적이다. 그녀와 나의 차이점은 나는 소설로 그 시절이 지나갔고, 그녀는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울한건... 그녀에게 행복은 여전히 외계에 있다는 것이다. 연금술사의 결말처럼 늘 행복은 그녀 곁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사회에 대해서, 교육현실에 대해서, 고삼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제 막 수능이 끝난 시점, 얼마나 많은 고삼들이 자살을 하는지 뉴스에선 이야기도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왜 우리의 자식을 죽이며, 우리를 죽이게 만들며 공부를 시키는지....

미래를 행복을 추구하기 보다 지금의 행복을 누리게 해주는 건 어떻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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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1 - 송지나 대본집
송지나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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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모래시계 1-2권의 표지입니다.

고현정, 최민수, 박상원 등 드라마의 등장인물들 사진이 표지에 있습니다.

 

등장인물 소개입니다. 각 등장인물에 대한 설정을 알 수 있습니다.

소개가 생각보다 세세하게 되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원래 대본에도 이렇게 세세하게 등장인물이 소개되어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 참 좋았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용어 정리집입니다.

시나리오 및 대본집에 어색한 독자의 이해를 위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 좋았습니다.
 

 

모래시계의 유명한 장면 중 하나이며, 지금까지도 패러디 되고 있는 장면 중 하나이지요.

"나...떨고 있냐?"

 

 

이 책의 마지막입니다. 우석과 혜린이 태수의 재를 뿌릴는 장면...

마지막 우석의 말이 가슴을 울립니다.

 

광주에서 계엄군으로 참가했던 우석과 시민군이었던 태수...

다른 사람이 아닌 우석이 자신에게 형을 내려달라며 태수가 "그 다음이 문제야. 그러고 난 다음에 어떻게 사는지. 하나는 너처럼 살고, 하나는 나처럼 산 거야."말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생각해 보게 되었고,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처음엔 그저 추억으로 이 책을 대했지만, 역사와 사회와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질문만이 남았습니다.

 

정말 멋진 책 같습니다.

15년 보다 더 된 작품이 아직까지 회자되고 패러디되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도 있지만 작품의 힘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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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 삶이 때로 쓸쓸하더라도
이애경 글.사진 / 허밍버드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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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 이애경

 

작자이자 작사가인 이애경님의 신작에다가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보게 됐다.

생각보다 얇은 책은, 생각만큼 쉽게 읽혔다.

한 구절 한 구절이 내 이야기 같고, 네 이야기 같아서 보는 내내 달콤하고 씁씁했다. 아포카토처럼.


네가 무엇을 하든 용서될 때부터 사랑일까. 
조금만 서운하게 해도 네가 지독히 미울 때부터 사랑일까. 

술래에게 다가가던 걸음을 들켰을 뿐인데 
나는 그때부터
꼼작도 못하고, 아무 데도 가지 못하
그가 어떤 속도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 말하든 상관없이
그를 기다려야 하는 자리에 놓이게 되었다. 

 

이 책은 크게 사랑, 이별, 그리고 인생을 말한다.

짝사랑부터 시작해서, 불타는 열정을 가진 사랑... 그리고 결국 이별로 나아간다.

짝사랑은 해바라기에 비유하는 건 많이 봤지만, 무궁화 꽃에 비유를 하다니! 그녀의 기발함이 새롭다.

그렇다. 짝사랑을 하다가 들키면, 내가 먼저 사랑했고 내가 사랑하고 있는데 수동적이 되어버린다.

그가 결정을 내리기까지 어쩌면 얼음이 되어버린다. 내 마음만 가져가면 됐지, 내 멋대로 하던 사랑마저 가져가 버린다.

 

사랑은
올 때마다 매번 전염되는
변종 독감 같은 것인지,
방어할 수가 없고
앓을 때마다 아프다.

수학은 공식이라도 있지. 
사랑,
그 어려운 걸 왜들 하려고 하는지.

"사랑이 아프다. 감기처럼 "

내가 좋아하는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그래 사랑은 아프다. 마치 감기처럼 말이다.

예방 주사를 맞아도, 온 몸을 둘둘 감싸도, 어느새 나는 사랑에 아파하고 있다.

사랑에는 방어법도, 공식도, 답도 없다.

그렇게 갑작스레 사랑하게 되었다가 갑작스레 이별하게 된다.

이상하게 늘 아프다.

 

 

분명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는데, 눈물을 그칠 타이밍은 언제인가...?

저자는 이 타이밍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했지만,

나는 바로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혹은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다. 이제 그만 울고 앞을 바라보아야 할 때.

그 때가 언제든 바로 지금.

 

 

봄... 이제 겨울이 지나면 다시금 봄이 온다.

내 인생의 봄은 언제나 올런지.

뭐 겨울이 지나도 세상이 끝나지 않으니..

언젠가는 분명 봄이 오겠지?

 

 

누구는 나에게 나이가 드는 중이라 했고,
누구는 나에게 철이 드는 중이라고 했다. 
그것이 나이는 철이든,
'든다'는 건,
사람이 들고 나듯이
무언가가 채워진다는 것. 
단풍에 물이 들고 빠지듯
다른 색깔이 입혀진다는 것.
햇볕이 잘 들듯
많은 것을 수용할 준비가 되었고,
밖으로 드러내도 부끄럽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는 것. 

 식물이 자라듯이, 단풍이 들듯이, 계절이 바뀌듯이 나는 나이를 먹는다.

내가 보기엔 매일의 나는 자람도 없고, 그저 그 모습 그대로 인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순간 깨닫는 건... 세상이 '어느새' 바뀌어간다는 것이다.

'응답하라'시리즈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건, 나도 나이를 먹었다는 것, 그리고 지금도 먹고 있다는 것.

언젠간 이 글도 부족한 필력에 부끄러워하며 또는 감상에 젖어 볼 날도 오겠지.

그런 날은 분명히 올 것이라 믿으니, 오늘의 나도 어제의 나보다 성장했음을 믿어야 겠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누군가 그렇게 노래했다.

그러나 사랑만 변하는 게 아니라 아픔도 변하고, 외로움도 변한다.

시간은 놀라운 게 기억마저도 변하게 만든다.

아픈 기억에서 즐거웠던 추억으로.

지금 사랑한다고 평생 사랑하는 것은 아니듯,

지금 외롭다고 평생 외로운 것은 아니다.

 

슬픔에서 빠져나오는 건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내가 해 온 건
사람들과 다른 선택이었지
틀린 선택은 아니었으니까. 

 

 

'가슴 두근거리는 삶을 살아라'

다른 사람은 무관심하게 지나쳐 가는 보물들.

그 보물은 어쩌면 내일, 어쩌면 오늘, 어쩌면 지금.


오늘 우리에게 주어지는 건
'오늘'을 살아갈 힘이다. 
오늘을 잘 견뎌 내면,
'내일'을 살아갈 힘은
내일 주어질 것이다. 

오늘을 살고 나면, 내일은 내일에게 맡겨버리는 현명함.

내일 뭐 할까를 고민하지마라.

내일이 되면 자연스레 알게 될 터이니.


달기만 한 인생은 없다. 
쓰기만 한 인생도 없다. 

인생은 아포가토. 
온기와 냉기가 공존하는
달콤 쌉쌀한 디저트 같은 것. 

그러니
주어지는 대로 감사하고 즐기는 것이
인생을 맛있게 사는 법. 

'좋은 게 좋은 것이다.' 어느새 내 입버릇이 되어 버린 말이다.
누가 그랬다. "넌 참 편하게 산다"고.

그리고 누구는 또 말했다. " 넌 참 착해."

난 착하지도 않고, 긍정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한 가지 아는 것은 그거다.

'좋은 게 좋은 거'는 거.

 

책을 읽으면서, 다 읽고나서 드는 생각은...

누군가의 블로그를 훔쳐본 기분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했고, 그로인해 아파봤고, 이별했고, 그리고 지금 오늘을 살고 있는 누군가의 블로그.

그녀의 블로그에 비밀글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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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항공 컨설팅북 1 - 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라오스 편
성희수.박정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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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항공 컨설팅북"


연말에 나이가 더 먹기 전에 우리끼리 해외여행을 가보자는 친구의 제안에

덥썩 그러마 하고 약속을 해놓고,

어떻게 가야 할지 고민만 만만인 상태인 나에게

한 줄기 빛 같은 책이 왔다.

 

저가항공 컨설팅북.

시간도 없지만, 돈은 더더욱 없는 우리이기에 저가항공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그런 저가항공을 알뜰하게 알려주는 책이라니!

저가항공에 대한 설명부터 국내외 저가항공 비교 및 취항노선,

그리고 직항과 경유노선등을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저가항공 홈페이지에 포인트 사항까지 기재해 놓는 이 친절함... 감동이구나.

그 뿐 아니라 여행자들을 위한 코스도 잘 나와 있다.

핵심 코스, 패밀리 코스, 허니문 코스 등등 어떻게 움직이면 되는지 시간까지 디테일하게

팁까지 적어 놓으며 잘 설명이 되어 있다. 

거기서 끝이 아니고,

관광명소, 숙소, 음식점까지 디테일하게 소개가 되어 있는데

내가 좋았던 건 주소와 전화번호, 웹사이트 뿐 아니라

가격과 와이파이 사용까지 체크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두 군데가 아니라 여러군데가 소개되어 있어

입맛에 따라, 상황에 따라 골라갈 수 있게 되어 참 좋았다.

필요한 경우엔 팁과 함께 이런 지도까지....!

거기다 구글 지도에서 책에 소개된 모든 지도를 확인 할 수 있다니

적어도 길을 잃을 위험이 조금 더 줄었다.

내가 제일 좋았던 부분은 각 공항을 이용하는 법이었다.

솔직히 해외에 몇 번 나가봤지만, 늘 가장 어려운 건 입국과 출국이다.

어떤 입국 절차를 밟아야 하느지, 비자는 얼만지, 출입국 신고서는 어떻게 작성하는지...

외국어라고는 별로 좋지도 않은 실력의 영어니, 물어보기도 벅차고...

그렇다고 그냥 작성하자니 더 벅차고..ㅠㅠ

그런데 참 친절히 설명해 놓아 좋았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하던가.

그러나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좀 더 싸게, 좀 더 알차게~

몸은 조금 힘들더라도 재밌게~

이번 연말엔 떠나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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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자들 블루문클럽 Blue Moon Club
유시 아들레르 올센 지음, 김성훈 옮김 / 살림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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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자들" 

 

처음엔 피가 튀기고 피가 흐르는 표지에 좀 걱정되기도 하고, 재밌을 것 같은 추리의 느낌이 왔다.

피가 흩뿌려진 표지도 인상 깊었지만, 여자의 얼굴과 Q도 흥미로웠다.

이 소설은 특별수사반Q의 두 번째 이야기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칼 뫼르크와 키미(키르스텐-마리 라센)이라고 할 수 있다.

칼의 시점으로 키미의 시점으로 소설은 전개된다.

대부분 칼의 시점이지만, 중간 중간마다 키미의 시점으로 글이 전개 되어 흥미를 유발한다.


여기서는 내 정체를 들키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 안의 악마들과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 나머지는 서둘러 내 앞을 지나쳐 가는 저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나를 해코지 하려는 빌어먹을 놈들, 무심한 눈길마저 나를 피하는 저놈들 하기에 달렸다. 

키미는 노숙자다. 많은 소리들이 들리는, 왜 노숙을 할까 미스테리한 여자다.

칼은 특별수사반Q를 끌어가는 사람이자 경찰이고, 이전 편에서 놀라운 수사를 이루어 낸 사람이다.

이 둘은 서로의 방식으로 과거의 사건의 현재화에 기여한다.

키미는 과거의 사건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있고

칼은 사건의 조각들을 모아 퍼즐을 맞추고 결론에 도달한다.


"그래, 바랜다고. 시들다, 사라지다, 뭐 이런 뜻이지. 양심의 가책은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네, 아사드. 오히려 그 반대야."
 

사건이 있다. 사건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다.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제목에 대해서 궁금했다.

작가가 제목을 왜 도살자들이라고 했을까?

도살자들이라니... 어감이 너무 세지 않나? 아니, 그보다 가축을 도살하는 것도 아니고...

추리소설이니까 설마 사람을...도살하는 자들이라는 의미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아이들은 약에 취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교사들의 통제를 벗어나 자기 멋대로 행동하면서 그들의 권위를 비웃는 것, 이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다. 기숙학교 바로 옆에서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이 딱 그런 것이었다. 

울릭의 턱 근육이 실룩거렸다. 생각만으로도 흥분됐다. 흥분을 잘하고 참을성 없음, 이것이 그의 본질이었다.  

"글쎄요, 수사관님. 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희생자들을 위해 무엇 하나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우리 둘 밖에 없습니다. 모르시겠어요?"

이제 두 하이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지킬 박사들이 다시 등장할 때가 되었다.

 

이 글에는 한 명의 도살자가 아닌 '도살자들'이 나온다.

키미를 비롯한 패거리들.

돈 많은 집안에 태어나 자신들 외의 존재들을 가축 취급하는,

폭력에 쾌감을 느끼고, 동물을 사냥하듯이 사람도 사냥하는 자들이 나온다.

실제로 동물들을 사냥하고, 폭력이나 가학적인 섹스에 흥분하는 머저리들.

이 책에서는 상류층에 대해 주로 안 좋게 그려져 있다.

 

그 부모도, 그 자식들도 그리 좋은 시각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돈 많은 부자들은 아이들을 기숙학교로 보내 방치(?)해 버리고, 아이들은 마리화나에 취해

삐뚤어진 시각을 가지고 자란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 스스로 인간이 아닌 동물이 되었고.

그 폭력이 주는 쾌감에 취해 도살자들이 되어 무작위 폭력을 하고 다니게 된 것이다.

돈은 그런 그들을 잘 포장했고,

많은 과거의 사건은 묻힌 채 그들은 여전히 폭력 속에 쾌감을 즐기며 사회 상류층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비단 그들 뿐 아니라, 다른 상류층들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그려져 있다.

그들에게 돈을 받고 뒤처리용으로 써지는 사립탐정 올베크나 패거리 중 한 명의 형인 법무부 장관, 그리고 같은 기숙학교 출신인 부반장, 그리고 그 패거리의 피해자였던 기숙학교 급우, 패거리의 부모님들.

특히 패거리나 키미의 부모는 정말 최악인 것 같다.

 

과거 사건의 조각들은 칼의 수사에 의해 조금씩 맞춰져 나가지만,

책의 끝부분에 키미의 시점에서 과거가 드러나면서 완전한 모습을 갖춘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키미, 그리고 귀여운 어린 것, 그리고 카산드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소리다. 저주 받은 두 명의 K와 작고 귀여운 수호천사 하나. 

카산드라 라센은 평생 좋은 것만을 즐기며 살아왔다. 그리고 이제 그것들이 그녀의 모습을 앗아갔다. 어떤 이는 말할 것이다. 사고였다고. 어떤 이는 이렇게 한마디 더 보탤 것이다. 그럴 줄 알았다고
.  

 

키미는 K에 대해 증오를 느낀다.

아마 그의 부모 둘 다 이름에 K가 들어가고,

그녀를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만들었던 이들의 이름에 K가 들어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소설의 결말에서 나는 참 씁쓸했다.

그 패거리가 정의의 철퇴를 맞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들이 법 앞에 처벌 받지 않아서이다.

이 패거리들은 법 앞에서 자신들의 죄가 폭로되는 것을 두려워한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잃고, 돈을 잃고, 명예를 잃고 감옥에 들어가 썪을 시간을 두려워 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결말은 없다.

어쩌면 작가도 돈 많은 부자들이 법의 그물망을 어떻게 벗어나는지...

그들을 처벌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이런 결말을 낸 것이 아닐까 싶다.

 

무거운 주제 가운데, 작가의 위트있는 문제가 계속 책에 빠져들게 했다.

일이 많아 보는데 좀 오래 걸렸지만, 한 번 잡으면 놓치기 싫어 힘들었다.

아직 이전 책을 보지 못했는데, 작가의 필력이, 스토리가 그의 다른 책으로 나를 이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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