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세포 2
시미즈 아카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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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하는 세포> 2권의 에피소드는 식중독, 열사병, 적아구와 골수구, 암세포예요.

인간의 몸 속에 침투하는 각종 유해한 균들을 외계 괴물처럼 묘사해서 무시무시한 공포물을 보는 것 같아요.

이때 영웅처럼 등장하는 백혈구와 여러 면역 세포들이 힘을 합쳐 적을 무찌리는 모습에서

왠지모를 감동이 쓰나미처럼 몰려와요.


"고맙다, 내 몸의 세포들아!"


2권에서 재미있는 장면은 골수에서 혈구가 분화되는 과정을 아기들로 표현한 장면이에요.

골수에서 전구세포로 태어난 적혈구는, 적아구라는 세포로 성장하고 매크로파지에게 육성되는 거예요.

이렇게 말로 설명하면 생물 공부하는 느낌이지만

만화책을 펼치면 엄청 재미있어요.

적아구(적혈구 세포가 되기 전, 분화중간단계의 세포, 골수 안에 존재함)가 어린이 모습으로 옹기종기 책상에 앉아 있고,

유치원선생님 같은 매크로파지가 등장해서 교육을 시켜줘요.

수많은 적아구들 중에서 유독 길을 잘 잃는 애가 하나 있는데, 그 얘가 바로 1권에 나왔던 그 적혈구예요.

골수 안으로 침투한 녹농균에게 쫓기던 적아구를 골수구(백혈구가 되기 전, 분화 중간단계의 세포, 골수 안에 존재함)가 구해준다고 나서는데,

골수구도 꼬마 어린애라서 공격력이 너무 약해요. 다행히 튼튼한 백혈구가 나타나서 녹농균을 무찔러서 둘다 무사해요.

이 장면은 바로 적혈구가 어린 시절에 만났던 백혈구, 어린 골수구와의 추억이에요.


열사병에 걸려 몸 속의 수분은 말라가고, 고열로 모든 세포들이 지쳐가는 상황에서

쑤우욱 하늘에서 몸 안으로 들어온 대롱은?

바로 수액주사바늘이에요. ㅋㅋㅋ

세포들이 "물이다~!!!"라며 환호하는 장면을 보며 덩달아 기분 좋아지더라고요.


마지막 암세포의 공격은 무서우면서도 왠지 짠한 감정이 올라와요.

인간의 몸에는 정상세포가 세포분열할 때 오류를 일으켜서 암세포가 생겨나요. 건강한 신체에서도 하루에 암세포가 수천 개가 만들어진다고 해요.

암세포는 죽여야 마땅한 세포인데, "왜 죽어야 하느냔 말이야....!!! 나쁜 짓 같은 건 한 적도 없는데... 그저 태어났을 뿐인데!"라고 울부짖을 때는 뭔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량으로 태어나서 다른 정상세포들에게 따돌림받고, 공격당하는 모습만 보면 안타깝지만, 사람이 아니라 암세포라는 점에서 얼른 정신을 차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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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세포 1
시미즈 아카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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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소재라서 감탄했어요.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들이 주인공이에요.

세포들이 사는 세상은 바로 인간의 몸 속.

 

1권에서는 적혈구가 산소 배달하는 장면으로 시작해요.

체내 세포들 각각을 사람으로 표현하니까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세포의 역할이 딱 보면 이해가 쏙 ㅋㅋㅋ

책 표지에 빨간 자켓, 빨간 모자를 쓴 사람이 적혈구, 뒤에 선 전투복장의 사람이 백혈구.

 

1권에는 4개의 에피소드가 나와요.

폐렴구균, 삼나무 꽃가루 알레르기, 인플루엔자, 찰과상.

처음 장면에 나오는 적혈구가 길을 잃어서 헤매다가 무시무시한 폐렴구균과 마주친 위기의 순간에

짜 잔 ~~ 백혈구가 백마 탄 왕자처럼 나타나서 화려한 액션으로 세균을 무찔러요.

음, 만화책이 흑백이라서 다행이지 컬러였으면 백혈구와 세균의 격전이 무서웠을지도 몰라요. ㅋㅋ

각 에피소드마다 인간의 몸을 공격하는 세균, 바이러스, 알러지원 등이 실감나는 이미지로 등장해서 재미있어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좀비로 묘사한 건 완전 압권이었어요. 웬만한 공포물 저리가라할 정도로.

1권에서 제 마음을 사르르 녹여버린 베스트 장면은

찰과상 때문에 찢긴 상처 틈으로 들어온 세균들을 막아내던 백혈구가,

"너는 ... 중요한 혈구를 빠뜨렸어.

매크로파지도 단구도 킬러 T세포도 B세포도 아닌,

우리의 강력한 조력자를.

이 상황을 뒤엎을 수 있는 힘을 가진.... 프로를 말이야!"라고 말해요.

이때 등장한 혈소판들!!!

옹기종기 모여든 혈소판은 귀여운 아이들 모습을 하고 있어요.

우와~~ 어찌나 귀엽고 예쁘던지 혈소판에게 반해버렸어요.

원래 전자책으로 사려고 했는데,

만화는 역시 손으로 쓱쓱 넘겨보는 손맛을 무시할 수가 없어서 종이책으로 구입했어요.

종이책으로 사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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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손님
히라이데 다카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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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같은 소설입니다.

<고양이 손님>을 읽노라면 좁은 골목으로 이어진 동네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마치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손님이 되어 주인공의 집을 찾아가는 기분이 듭니다.


우리가 세를 얻은 거처는 기와담장과 판자 담으로 둘러싸인 넓은 부지 안의 별채였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남편인 '나'와 아내를 뜻합니다.

판자 담에 나무로 짠 쪽문이 있어서 집주인에겐 뒷문, 셋집 거주자에겐 출입문으로 쓰였습니다.

옹이구멍은 그 키 낮은 쪽문 옆에 뚫려 있는, 어느 누구에게도 들킬 일 없는 눈(目) 모양입니다.

옆집은 거대한 느티나무의 무성한 가지로 지붕이 덮여 있습니다.

골목길은 그 옆집을 지나서 왼편으로 옆집 기와 담장이 삐죽 튀어나오고 다시 오른편으로 약간 예각을 그리며 꺾어져 있습니다.

그 꺾어지는 방식이 몹시 날카로워 보여 흡사 번개 도안과 비슷하여, 우리는 장난삼아 번개골목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어느날 길을 잃고 번개골목에서 헤매고 있는 새끼고양이를 느티나무가 있는 옆집의 다섯 살 남짓한 사내아이가 데려다 키우게 됩니다.

   - 나, 이 고양이 기를 거야.

라는 또릿또릿한 사내아이의 목소리가 담장 너머에서 들렸을 때,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때가 기회를 놓친 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옆집 소유가 된 뒤로 새끼고양이는 빨간 목걸이를 차고 방울 소리를 내며 곧잘 우리 별채의 뜰에 나타났습니다.

고양이 이름은 치비라고 했습니다.

    -치비!

라고 부르는 사내아이의 낭랑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소년의 발소리에 딸랑딸랑 작은 방울 소리가 휘감겨 들렸습니다.

치비는 하얀 바탕에 연갈색이 서린 먹빛의 동글동글한 반점 몇 개가 들어간 자그마한 암컷 고양이였습니다.


우리의 삶 속으로 슬며시 들어온 고양이 치비.

평범한 일상이 고양이 치비를 통해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아내는 치비가 고양이 모습을 하고 있는 마음 잘 통하는 친구 같다고 말합니다.

물론 치비가 아내의 손바닥을 깊숙이 물어뜯는 바람에 절교했던 때도 있었지만 아내는 치비를 '내 고양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대상이든 마음에 들어오면 그 마음은 온전히 내 것이 됩니다. 그런데 종종 마음은 그 대상이 내 것인듯 착각합니다.

왔다가 가는 손님, 고양이 치비를 통해서 그 마음을 골목길 풍경처럼 바라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잔잔한 일렁임, 낭랑한 방울 소리 같은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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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 젊은 괴짜 곤충학자의 유쾌한 자력갱생 인생 구출 대작전
마에노 울드 고타로 지음, 김소연 옮김 / 해나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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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표지에 메뚜기 분장을 하고 있는 사람의 정체는 개그맨이 아닙니다.

놀랍게도 곤충학자, 일명 메뚜기 박사 마에노 울드 고타로입니다.

혹시 이그노벨상을 받은 괴짜 과학자인가 싶을 정도로 첫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놀랐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오로지 메뚜기 연구를 위한 열정으로 아프리카에 간 젊은 곤충학자의 고군분투 생존기입니다.


책의 장르는 과학서적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내용은 '메뚜기를 찾아 떠난 고타로의 모험담'으로 과학자의 에세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가 간 곳은 서아프리카의 모리타니입니다.

메뚜기 연구소에서는 메뚜기 퇴치를 위한 방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신의 형벌'이라고 부를 정도로 대규모 메뚜기떼의 비행으로 그 피해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현재 대량 살충제로 박멸하고 있지만, 그 살충제가 메뚜기뿐 아니라 사람과 가축까지 유해한 영향을 주고 있어서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소에서는 메뚜기가 어디서 얼마큼 발생하고 있는지 항상 파악하기 위해 사막 곳곳에 조사부대를 파견합니다. 차량으로 이동해야 되기 때문에 전속 운전기사와 통역을 해줄 티자니를 만나게 됩니다. 우스개소리로, 이 책에서 메뚜기보다 더 많이 알게 된 정보는 티자니에 관한 것들입니다. 고타로의 연구를 위해 수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티자니라서 그 존재감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잠깐, 메뚜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사막메뚜기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몰랐던 메뚜기의 특별한 능력 때문입니다. 메뚜기는 혼잡해지면 변신하는 특수한 능력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초록색을 띤 온순한 메뚜기는 드문드문 서식하는 저밀도 환경에서 발육한 개체로 고독상이라 불리며, 서로 피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반면 주변에 동료 개체가 많고 고밀도 환경에서 발육한 부류는 무리를 이루며 활발히 움직이고, 유충은 노랑이나 검정 등 눈에 띄는 색을 갖으며, 이들을 군생상이라 부릅니다.

성충이 되면 군생상은 몸에 비해 날개가 길어져 비행에 적합한 형태가 됩니다.

고독상과 군생상은 오랫동안 각기 다른 종의 메뚜기로 인식되어왔으나 1921년, 러시아의 곤충학자 우바로프 경이 평소에는 고독상이던 메뚜기가 무리 속에 들어가면 군생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 현상을 '상변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메뚜기가 대규모로 출현할 때는 모든 개체가 군생상이 되어 해충으로 변합니다. 때문에 연구자들은 군생상화를 막는 것이 대발생 자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여겨서, 상변이의 메커니즘 규명을 위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고타로는 아프리카에 가기만 하면 사막메뚜기 떼를 만나게 될 줄 알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신기한 건 메뚜기가 맹위를 떨치는 지역에는 예전부터 내려오는 말이 있는데, 그건 외국에서 연구팀이 오면 메두기 출현이 딱 멈춘다는 것입니다.

마치 메뚜기들이 본능적으로 숨는 것처럼, 메뚜기에게 최대 전적은 연구자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고타로 역시 메뚜기 떼를 애타게 찾아다니게 됩니다.


이 책에서 웃픈 현실은 그가 비정규직이라서 돈 걱정 없이 메뚜기 연구를 하고 싶어서, 다소 우스꽝스런 복장으로 대중 앞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유명해지면, 대중들이 메뚜기에 대한 관심도 생길테니까. 고타로가 진짜 원한 건 유명세가 아니라 정규직 곤충학자가 되는 것입니다. 참으로 현실적인, 눈물겨운 이야기입니다. 문득 고타로도 메뚜기처럼 생존을 위한 변신을 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만의 길, 메뚜기 박사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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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유기견을 입양하다 에프 그래픽 컬렉션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말라 프레이지 그림, 신형건 옮김 / F(에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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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유기견을 입양하다>는 알쏭달쏭한 책입니다.

God got a dog.

Dog got a god.

이 책 속의 하느님은 내가 알던 그 하느님이 아닌 것 같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그림 속 하느님은 배불뚝이 아저씨였다가 귀여운 흑인 소녀였다가 상냥한 아줌마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건 하느님의 행동입니다.

미용 학교에 가서 파마를 배우려다가 손톱에 홀딱 반해서 '짐 네일케어'라는 가게를 연 하느님.

보트를 타고 호수를 노 저어 가면서 감탄하는 하느님.

손수 준비한 스파게티로 혼자 식사하는 하느님.

(하느님은 혼자 식사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함)

누군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하느님.

병원에 간 하느님.

의사는 하느님을 진찰하더니 심장이 좀 빠르게 뛰는 것 말고는 별 이상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 증상은 하느님이 처음으로

어떤 사람이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사실은 하느님을 두렵게 한다고. 여전히.


세상에 하느님이 두려워한다고요?

자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두근두근 심장이 빠르게 뛰는 증상이 생겼다니, 너무 소심한 것 아닌가요?


문득 '내가 진짜 하느님에 대해 아는 것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지전능한 존재, 이 세상을 창조한 분. 사실 하느님에 대한 얘기도 전부 전해 들은 거라서 믿고 안 믿고는 각자 자유라는 것.

그렇다면 이 책 속의 하느님이 진짜 하느님이 아니란 법도 없겠죠?


만약에 하느님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삶 속에 깜짝 등장을 한다면 어떤 모습이 좋을까요.

책 속 하느님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모습은 식탁 위에 촛불 하나 켜놓고 스파게티와 함께 와인 한 잔 마시고 있는 아줌마.

아무리 불러도 대답할 수 없는 저 먼 하늘나라가 아니라,

옆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아줌마라면 훨씬 친근하게 말을 건넬 수 있을 것 같아서.


참, 유기견을 입양한 하느님이 궁금한가요?

원래 하느님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 하느님이 개를 좋아해도 워낙 할 일이 많아서 보살피고 책임질 자신은 없었는데,

그런데 길 잃은 개가 춥고 배고프고 외로워 보여서, 문득 그 개를 하느님 자신이 만들었다는 사실이 떠올라서

집으로 데려와서 '어니'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돌봐주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외로움을 타던 하느님에게도 누군가가 생겼으니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어때요, 이런 하느님?

인간적이라서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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