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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라는 것 - 아내들은 알 수 없는 남편들의 본심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구계원 옮김 / 열음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연애할 때의 듬직하고 자상하던 남자가 결혼 후 변했다. 왜?
남자들이 하는 흔한 농담으로 “잡아 놓은 물고기에 미끼 줄 필요 있냐?”라고 말한다. 당연히 아내들은 화가 난다. 배신감이 밀려오면서 결혼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문제는 부부가 된 여자와 남자가 결혼의 실체와 남녀 간의 차이를 몰랐기 때문에 생긴 오해인 것이다.
결혼은 마치 신데렐라의 황금 마차처럼 자정이 지나면 호박으로 바뀌는 현실인지도 모른다.
호박은 원래부터 호박이었는데 연애하는 동안 황금 마차로 착각하며 즐거워한 것이다. 그래서 인생선배들의 충고는 잔인하지만 일리가 있다.
바로 이 책은 콩깍지가 벗겨진 아내들에게 유용한, <남편 설명서>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애인에서 남편으로 바뀐 남자들의 본심을 알려준다. 신혼에서부터 정년 퇴직할 시기까지의 적나라한 속내를 볼 수 있다. 결혼과 동시에 환상이 깨진 것은 아내뿐 아니라 남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도 유독 아내들이 참을 수 없는 것은 남편의 변화가 의도적인 속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왠지 속은 느낌이지만 책을 읽다 보니 새삼 남자란 존재를 배우게 된다.
세상에 완벽한 결혼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아담과 이브도 상황은 다르지만 서로 싸웠으니까. 남자와 여자가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서로에게 끌리듯이 같은 이유로 싸우게 된다. 그런데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망각한 채 비난하다 보면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
이혼율이 늘어나는 현상은 사회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이 책은 일본의 경우지만 우리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행복한 결혼 생활은 99% 가 부부 간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 남편을 둔 아내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래, 원래 남자는 이런 본성이 있으니까 눈감아주자. 대신 이럴 때는 한 마디 해야지.’ 라는 식으로 말이다. 서로를 위해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남편을 제대로 알기 위한 정보는 좋지만 왠지 설득을 당한 느낌도 든다.
남편이라는 남자들의 본성을 바꿀 수는 없으니 아내들은 잘 파악하여 대처하라는 의도가 아닐까?
가전 제품을 구입해도 사용 설명서를 잘 읽고 사용해야 오래 고장 없이 잘 쓸 수 있다. 하물며 남편이야 오죽할까? 너그럽고 이해심 많은 아내들이 남편의 기능, 작동법, 주의 사항 등을 잘 파악하는 것이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지름길인지도 모른다.
연애할 때는 각자 개성 있는 남자들이 어쩜 결혼하고 나면 ‘남편’이라는 똑 같은 모습으로 사는 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이 해답을 줄 것이다. 만약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읽는다면 쉽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장밋빛 결혼 생활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찬물을 끼얹는 내용이기도 하니까. 그렇다고 결혼 생활이 지옥 같고 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결혼은 이인삼각 경기와 같다. 혼자 뛰는 것보다는 느리고 힘들지만 뛰어 가는 길이 외롭지 않아 좋다. 인생이란 더 빨리 가는 것보다 얼마나 즐겁게 가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기왕에 결혼이라는 끈으로 묶여 있다면 그 상황을 즐겨 보자.
현명한 아내들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