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나무 - 유홍준
추리닝 입고 낡은 운동화 구겨 신고 마트에 갔다온다 짧은 봄날이
이렇게 무단횡단으로 지나간다 까짓 도덕이라는 거, 뭐 별거 아니지
싶다 봄이 지나가는 아파트 단지 만개한 벚꽃나무를 보면 나는
발로 걷어차고 싶어진다 화르르 화르르 꽃잎들이 날린다 아름답다
무심한 발바닥도 더러는 죄 지을 때가 있다 머리끝 생각이 어떤
경로를 따라 발바닥까지 전달되는지...... 그런 거 관심 없다
굳이 알 필요 없다 그동안 내가 배운 것은 깡그리 다 엉터리,
그저 만개한 벚꽃나무를 보면 나는 걷어차고 싶어진다 세일로
파는 다섯개들이 라면 한 봉지를 사서 들고 허적허적 돌아가는 길,
내 한 쪽 손잡은 딸아이가 재밌어서 즐거워서 자꾸만 한 번 더
걷어차 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