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글동네의 그리운 풍경들
정규웅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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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맞는 작품을 발견하면, 그 작가의 소설을 쭉 찾아 볼 때가 있어요. 그러다 보면 소설가가 쓴 수필을 더욱 좋아하게 될 때도 있는데요. 아무래도 작가의 삶, 작가의 시선이 작품에 은근하게 배어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그래서 <1980년대 글동네의 그리운 풍경들>의 저자가 후기를 대신하여라는 글에서 시나 소설 따위를 읽고 나면 으레 이 작품을 쓴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고, 그들의 삶의 흔적들은 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하는 궁금증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고 정말 공감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이 책이 바로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이 책의 저자 정규웅은 자신의 바람과 재능을 잘 살려서 문학기자로 활동해왔는데요. 예전에 강준만의 <한국 현대사 산책>에서 1980년대를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이라고 정리하는 것을 보며 어떠한 면에서는 정말 극단적인 시대였구나 했었는데요. 그 시대에 문학은 어땠을까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정치권력의 도구가 되어버린 문학도 있었지요. 바다 위의 삶이 익숙했던 그래서 한국 해양 문학의 개척자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던 천금성이 전두환 전기인 황강에서 북악까지를 쓰기까지의 과정이 그러했습니다. 그는 후에 바다에서도 육지에서도 설 자리가 없어졌다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그 말을 하던 그의 마음이 조금은 짐작이 된다고 할까요? 또한 한나라의 최고 시인인 서정주가 열여섯 살 아래의 대통령 생일에 축시를 쓴 것으로 말이 많았다는 이야기에서는 그의 친일전력을 생각해보면, 좋게 생각하자면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인물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말이죠. 자신을 계관시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대한 사상성 논쟁이 문단에서 먼저 시작되었다는 것도 떠오르네요. 서정주가 이를 빨갱이 소설이라고 했다고 하는 것에는 그다지 놀랍지 않았는데, 원로 소설가 김동리가 민중 문학의 사상성은 본질적으로 불온하다라는 말을 했다는 것은 놀라웠어요. 아무래도 제가 김동리의 작품을 읽으며 갖고 있었던 인상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 할까요? 이데올로기가 모든 것을 지배하던 시대의 자화상같기도 하고요.  

책을 읽으면서 제가 좋아했던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면 참 반가웠어요. 그 중에 당신들의 천국으로 저에게 감동을 주었던 이청준에 대한 이야기는 작품과 작가가 참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었고요. 그리고 궁금했던 작가도 생겼습니다. 바로 강신재인데요. 사실 저는 잘 모르는 작가였는데,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평론하는 글에 대해서, 여류작가라는 호칭도 그리고 여성이 여성스럽다는 것이 왜 문제인지에 대해 지적을 했다고 해요. 그리고 그러한 작가의 시선이 작품에 많이 녹아있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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