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사다리 - 불평등은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키스 페인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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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심리학자 키스 페인의 <부러진 사다리>, 굳이 부제인 불평등은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를 보지 않더라도, 무엇을 다루고 있는지 짐작이 가는 책이었습니다. 경제선진국들이 행태를 꼬집는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표현을 많이 접하기도 했고, 이를 확장하여 사회계층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이 책은 단순한 소득불평등, 혹은 가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죠. 무엇보다 중요하게 느껴진 것은 상대적박탈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키세 페인은 켄터키 주의 빈민 출신이었는데요. 그는 자신이 처음 무상급식을 접했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다 비슷한 사람처럼 느껴졌던 학교에서 그는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에 거대한 사다리가 드리워진 것처럼 분명한 위계를 느끼게 되었는데요. 자신이 다른 사람에 비해 더 가난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그 것이 주는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아마 누군가는 당신이 미국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절대적인 가난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요. 자신의 경험과 많은 분야에 걸친 실험과 연구를 통해서 드러난 것은 가난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누군가가 마법처럼 가난한 사람들의 부를 2배 늘려준다고 해도, 여전히 사람들은 불평등하게 느낄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나보다 더 부유한 사람들은 여전히 더 많은 부를 갖고 있고 그 부가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오죽하면 돈이 돈을 번다는 말까지 있겠어요. 그러다보니 지위의 사다리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인식하는 것은 그대로인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래서 사회 계층간 부의 격차가 심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많이 느끼게 될 수 박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것을 개인이 고군분투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어제 문학잡지에서 읽었던 한 칼럼이 떠오르네요. 거기에서 과거에는 출세를 통한 내 집 마련이라는 신화가 있었다면, 현재는 부모의 증여를 통한 내 집 마련이라는 신화만이 남았다는 지적이었는데요. 그만큼 경제적 불평등은 세대를 이어가고 있고, 사회의 경직성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문제는 이 것이 단순한 경제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거쳐 정말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스코틀랜드에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자전거 탄 채로 우는 것보다 벤츠에 탄 채로 우는게 더 편하다.’라는 속담까지 있다고 하잖아요. 책을 읽으면서 답답하다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문득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손꼽히는 부탄이 떠오르더군요. 하지만 그 곳 역시 선진국의 문화가 들어가면서, 사람들은 미디어 속의 모습과 자신의 삶을 비교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러면서 행복지수가 조금씩 낮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어요. 물론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어디에도 답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이 책을 통해서 불평등이 갖고 있는 문제점이 얼마나 큰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것의 의미있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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