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정유경 지음 / 시공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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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갖고 있는 중독성을 마약에 많이 비유하곤 하는데요. 저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죽음에 대한 본능적 혹은 근원적인 두려움조차 뛰어넘게 만드는 것, 중독보다 더 강력한 것이 권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권력의 움직임에 따라 역사를 살펴보는 <왕은 어떻게 무너지는가>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는데요. 역사 속에서 펼쳐지는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이라고 할까요? 특히나 유럽 중심의 세계사가 아니라, 오스만 제국과 인도, 브라질과 멕시코까지 살펴볼 수 있는 것 역시 매력적으로 느껴지더군요.

최근에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태양왕이라 불리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요. 거기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발레를 권력과시와 정치적인 목적으로 잘 활용했더군요. 그래서인지 러시아의 안나 여제가 얼음궁전을 지은 이유도 기억에 남아요. 안나 이바노브나를 추대한 러시아 귀족들은 그녀가 예카테리나 1세처럼 정치에 큰 뜻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귀족들의 생각과 달리 그녀는 권력에 대한 집착을 보였고,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얼음궁전을 활용했다고 해요. 루이 14세가 발레에서 귀족들을 자신의 들러리로 세운 것과 비슷하게, 안나 여제 역시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귀족들에게 자신의 하인과 결혼을 하게하고, 얼음궁전에서 첫날밤을 지새우게 하며, 구경거리로 삼은 것이죠. 이를 표현한 그림에서도 그런 모습이 아주 잘 드러났는데요. 이처럼 책에는 다양한 사진자료가 수록되어 있어서 읽는 맛을 더해주더군요.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공작부인의 모델이 되어버린 티롤의 여백작 마르가레테의 이야기는 약간 입맛이 쓰다고 할까요? 이 책에 등장했던 수많은 인물들 중에, 그녀가 유난히 악독했던 것은 아닌데 말이죠. 물론 캉탱 마시가 그린 그림이 마르가레테를 그린 것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 그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마르가레테를 떠올리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삽화가 존 테니얼의 등장인물 공작 부인을 그런 형태로 묘사했고, 사람들이 마르가레테를 연상한다는 것이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성이 권력욕을 드러낼 경우에는 매우 부정적으로 확장시켜나가고, 반면교사나 희화화의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것이 말이죠. 여성이 권력을 탐하고, 그 것이 무너졌을 때의 여파는 상상이상인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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