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탐험의 숨은 영웅 톰 크린
마이클 스미스 지음, 서영조 옮김 / 지혜로울자유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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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탐험하면 보통 1911년에 있었던 로알 아문센과 로버트 스콧의 경쟁이 생각난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비록 탐험에는 실패했지만, 모두가 살아서 돌아올 수 있는 리더쉽을 발휘했던 그래서  가장 위대한 실패라는 찬사를 받았던 어니스트 섀클턴 정도까지 떠올리기 쉽다.

톰 크린이라는 이름은 솔직히 낯설었다. 하지만 그는 그 시대 가장 중요한 네 개의 탐험 가운데 세 번의 탐험에 참가하여 헌신적인 일을 해냈던 인물이다. 그에 대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던 영국에서 하류층 심지어 아일랜드출신이었던 그에 대한 이야기가 알려지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거기다 열다섯 살 나이에 영국 해군에 입대를 했던 그가 딱히 자신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도 한계가 있었을 거 같다. 또한 열다섯 살의 나이에 집을 떠나면서 고향을 기억할 기념품 하나를 죽을 때까지 간직했지만, 고향에 돌아가지는 못하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두고 만다.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글을 남길 시간적 여유도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를 기억하는 많은 동료들의 목소리와 그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 톰 크린의 영웅적인 행보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원제목 그대로 ‘An Unsung Hero’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의 삶뿐 아니라 동료들의 삶까지 소중하게 여겼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노랫소리로 일상의 작은 위로를 해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극한의 상황에서도 동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헌신했던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특히 남극점을 향한 뜨거운 경쟁에서 결국 아문센에게 1등의 자리를 빼앗기고, 심지어 베이스 캠프로 돌아가다 선발대 5명이 전부 사망한 테라노바 탐험대때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최종선발대에서 제외된 3명중에 하나였는데, 아무런 장비도 없었고 먹을 것도 말도 안되게 부족한 상황에서 홀로 56km를 걸어가서 구조대를 이끌고 돌아온 사람이 바로톰 크린이었다. 그가 횡단했던 사우스조지아 섬에는 크린 빙하가 남극 대륙에는 크린 산이 있다고 한다. 비록 뒤늦게 세상에 알려진 찬양받지 못한 영웅이지만 그가 탐험했던 남극대륙과 그와 함께했던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 이렇게 책으로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문득 얼마 전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에 큰 기여를 했지만, 뒤로 숨겨져 있던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가 절로 떠오른다. 평민으로 태어나는 것,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 어떤 인종으로 태어나는 것, 그런 것들은 본인의 선택이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그들의 위대한 발자취가 역사의 뒤안길로 그렇게 사라져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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