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을 보자마자 떠오른 것은 삼국지연의의 적벽대전이었다. 화공술을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했던 동남풍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바로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몰락을 가속화시킨 러시아 원정이다. 예전에는 러시아에는 혹한이라는 자연의 보호막이 있었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아무리 영토확장과 제국주의적인 논리에 사로잡혔다 하더라도, 그렇게 예측할 수 없는 날씨는 아니었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서, 제일 먼저 그 부분을 찾아보았다. 재미있었던 것은 그 당시의 러시아의 날씨는 자연의 변덕스러움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여름에는 이례적인 무더위가 찾아왔다. 건조해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흙먼지가 날리기도 하고,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온통 진흙탕이 되기도 했다. 겨울이 오자 혹한과 폭설은 기본에, 얼음폭풍이 불어오기도 했다. 물론 보급 등 다른 문제들도 컸지만, 병사들이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기상이변은 상상 이상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로날트 D. 게르슈테는 날씨뿐 아니라 조금 더 장시간에 걸쳐 형성되는 기후에도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면 농사에 유리한 기후가 계속되면서 대도시 로마를 지탱할 수 있게 해준 로마제국의 기후 최적기가 있다. 이와 유사하게 중세 유럽에도 온난기가 찾아와 많은 국가들이 자신의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지구온난화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근거로 이 시기를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전 지구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또한 유럽 역시 이후 갑작스러운 악천후가 찾아오면서, 대기근을 찾아왔다. 너무나 길어진 장마는 일조량을 부족하게 만들고, 음식을 저장할 때 필요한 소금마저 생산할 수 없게 만들었다. 거기다 그렇게 인구가 급감하자, 산림면적이 늘어나게 되면서, 숲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온도가 내려가면서 소빙하기처럼 추운 시대가 찾아오기도 했다. 이와 비슷하게 마야 문명은 환경파괴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몰락하기도 했다.

예전에 사람들에게서 지역색이 드러나는 것 역시 날씨의 영향임을 분석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날씨가 인간사회의 번영과 몰락에 어떻게 영향력을 만들어내는지를 살펴보는 과정 역시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니, 지구온난화로 점점 더 물이 부족해지는 캘리포니아를 만날 수 있었다. 인류의 기술혁신을 이끌고 있는 한 축인 캘리포니아가 어떻게 이를 극복해나갈지에 대한 호기심도 살짝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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