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 -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혁신이 가져올 새로운 전문직 지형도
리처드 서스킨드.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위대선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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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의 미래라고 하지만, 전문직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번역자의 말처럼 차라리 직업의 미래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전문직을 비롯하여 직업 전반을 아우르는 이야기였다. 영국을 중심으로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때,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공장에 불을 지르고 기계를 부수었다는 이야기를 읽었을 때,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과 그 정보기술에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 미래를 그려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를 읽으며, 그때처럼 웃을 수는 없었다.

이 책은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 최고 자문위원회 회장이자 법률 기술 전문가로 활동해온 리처드 서스킨드의 30년간의 연구와 옥스퍼드 베일리얼 칼라지에서 경제학을 강의하고 있는 대니얼 서스킨드의 연구가 더해 완성되었다. 그들은 사회에서 엘리트 계층이라고 불리는 의사, 변호사, 회계사, 경영컨설턴트, 기자, 건축가 등의 직업의 현재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였다. 이미 정보통신혁명을 통해 전문성이 자유화되었고, 전문가들의 업무가 분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술 혁신이 전문직의 가치만을 높일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더욱 정확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할 것을 그들은 요구하고 있다.

예전에 구글이 구축하고 있는 디지털 바벨의 도서관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들은 구글 엔그램 뷰어라는 혁신적인 관찰도구를 만들어 냈다. 3000만 권 가량의 도서를 디지털화해서 검색까지 가능하게 만든 것인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굳이 그것을 다 암기할 필요도 없고, 검색 한번이면 누구나 쉽게 원하는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편집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정확한 조제를 수행하고 있는 로봇 약사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IBM의 인공지능 시스템인 왓슨 Watson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미 알려진 의료, 금융, 법조계뿐 아니라 교육이나 성직자의 역할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솔직히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기계적인 반복을 수행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인간이 과연 기계의 효율성을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물론 인공지능이 인간을 다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왔던 부분들을 이미 조금씩 잠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기계와 공존하는 미래를 인정하고, 거기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의 전문직이라고 손꼽히는 것 중에 가장 관심이 가는 것 바로 준전문가(para-professionals)이다. 지금도 SNS를 통해 이루어지는 집단지성集團知性의 모습이, 인류의 미래가 될 것이라 예측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그러했다. 솔직히 책을 읽다보면 조금은 아연해지는 기분이 든다.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요즘은 도리어 미래에 떠밀리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분석하고 연구하고 대책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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