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어떻게든 살아간다옹 - 노자와 길고양이에게 배우는 인문학 사진에세이
이토 준코 지음, 박미정 옮김, 미나미하바 슌스케 그림 / 미디어샘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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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어떻게든 살아간다옹>을 읽다보면, 길고양이와 노자사상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은 미처 몰랐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이야기하던 논어의 가르침이 세상에 널리 퍼져있을 때, 노자는 묘목이 자라나서 큰 나무가 되어가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 의연하게 살아갈 것을 이야기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저 그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길고양이를 보며 이 책의 저자 이토 준코는 노자의 말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고양이의 사진과 거기에 달려 있는 말풍선이 잘 어우러져서 더욱 읽는 재미가 있었다. 하품을 하고 있는 고양이에게 긴장이 풀리니까 하품이 나온다옹이라는 말풍선이 있다. 그래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유연하게 받아들이세요라는 요지의 글을 한장의 사진으로 잘 표현해낸 거 같다. 또한 위에서 보니까 한 눈에 다 보인다옹이라고 말하고 있는 고양이는 아무리 사는 게 바쁘다 하더라도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라는 글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예전에 한참 답답한 일에 스스로 갇혀 있는 기분이 들 때, 제발 한걸음만 물러서보자 라며 자신을 다독였었는데, 이제는 고양이 사진을 떠올리면 될 거 같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했던 사진은 바로 흔들리는 머리결이 좋다냥~”이다. 두피마사지를 받고 나오면 바람결에 내 머리결이 흔들리면서 코끝을 감도는 허브향이 참 좋다. 일상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순간 중에 하나이기도 한데, 그 행복한 느낌을 고양이가 너무나 잘 표현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진에는 완고하게 고집하는 것은 죽어가는 것이며 유연하고 연약한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라는 글이 있었다. 가끔은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더 우기게 될때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완고하게 내 고집을 내세우면서도, 속으로는 그런 내 자신이 너무 비겁하게 느껴져서 어쩔 줄 모르곤 한다. 확실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이 글과 사진이 내 마음을 툭툭 두드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의 즐거움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요즘처럼 성과만능주의의 세상에서,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완전하지 않기에 온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라는 말이 주는 위로가 참 따듯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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