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배터리 킹 - 가나 빈곤층에 희망을 밝힌 착한 자본주의 실험기
맥스 알렉산더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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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라는 이름으로 공짜로 주러 온 사람들에게 익숙한 아프리카 가나의 작은 마을에 물건을 팔겠다고 나타난 오브루니가 있다. ‘오브루니란 가나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언어중에 하나인 튀어로 백인이라는 의미이다. 아마 가나인들 에게도 낯선 일이겠지만, 미국에서 성공한 젊은 사업가로 살아가던 휘트 알렉산더와 언론인인 맥스 알렉산더에게도 그만큼 낯선 일이기는 했다. <아프리카의 배터리 킹>은 아프리카에서 착한 자본주의의 희망을 보여준 '부로(BURRO)'의 정착과 성장기를 솔직하면서도 유쾌한 시선으로 담아낸 책이다.

하루에 1달러로 먹고 사느라 쓸 돈이 거의 없는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판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휘트는 손전등과 라디오 그리고 핸드폰에 사용되는 배터리에 반나절의 수입을 털어 넣고 있는 생활패턴을 분석하여, 충전 가능한 건전지를 제공하기로 한다. 그들이 매달 사용하는 배터리 비용보다 저렴한 금액을 선납하고, 원할 때마다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런 것을 무료로 해줄 수 있지도 않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가져온 기금이 떨어지면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윤을 발생시켜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가나 사람들의 생활을 개선하는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빌 게이츠가 했던 개발도상국에서도 자본주의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연설의 모범답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 연설이 많은 사람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켰을 때, 막상 거기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때 동생의 사업구상을 듣고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던 맥스는 빈곤국가에 위치한 세계 은행에서 오랜 시간 일해온 경제학자의 조언에서 그 곳의 상황에 맞춰라는 문구에 강조표시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에는 가나에서 살아가는 것,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물을 트는 것조차 스릴 넘치는 모험이 될 수 있고, 그저 그랬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담긴 레스토랑의 메뉴판을 이해하게 되고, 생명을 거는 운전 이전에 차를 타는 것조차 육체에 정교한 고문이 되게 해주는 도로상황과 효험은 보장할 수 없지만 에누리는 상당히 잘 되는 정령술사까지 말이다. 가나 사람들이 스스로 돈을 벌고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함으로써 지속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낸 부로의 선순환도 놀라웠지만, 그 도전기를 그려낸 이 책 자체도 정말 유쾌하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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