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으로의 여행 스페인을 걷다 - 가장 이색적인 유럽, 스페인으로 떠나는 역사 여행 시간으로의 여행
정병호 지음 / 성안당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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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다채로운 매력을 담아낸 시간으로의 여행’, <스페인을 걷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책 제목이 참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느 곳이든 시간이 중첩되어 만들어졌겠지만, 스페인은 그런 시간의 흔적을 잘 간직하고 있기에, 스페인을 걷는 것은 시간으로의 여행이 되는 것이다. 대학시절 친구와 함께한 긴 유럽 여행의 종착지가 바로 스페인이었는데, 그때의 나는 스페인의 현재만을 바라보고 왔다고 생각했다. 사실 너무 지쳐서 돌아다니기보다는 휴식 위주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기억하는 풍경들이 그 순간만을 담아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구성이 조금 독특하다. 여행작가인 정병호가 이고 스페인 여행의 안내자를 자청한 엘레나가 등장한다. 그녀는 정말 스페인의 문화와 역사에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었고, 나라는 시점 때문인지 나 역시 그녀와 함께 여행을 하는 듯한 즐거움이 느껴졌다. 13일의 여행 동안 그들은 스페인의 다양한 도시를 돌아다닌다. 언제부터인가 한 도시에서 조금 시간을 길게 보내는 여행을 선호하게 되었는데, 도시마다의 매력이 뚜렷하게 자리잡고 있는 스페인을 그렇게 만나려면 정말 긴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스페인에 남아 있는 마지막 이슬람 유산, 그라나다새로운 문화 랜드마크의 탄생, 빌바오가 기억에 남았는데, 다시 목차를 보다 보니 축구도 좋아하지만 심지어 스페인의 모든 문화와 예술의 종착지, 마드리드를 빼놓을 수도 없을 거 같다.

그런 즐거운 고민을 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은 아무래도 정병호와 엘레나에 있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를 듣다 보면, 스페인의 모든 곳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아름다운 풍경, 경이로운 건축물을 포착해낸 사진도 인상적이었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알고나니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달리의 미술관이 있는 달리의 고향, 피게레스도 그러하다. 어린 달리에게 일곱 살 때 뇌막염으로 죽은 형이 다시 태어난 것이라고 주입시킨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자 고흐가 떠올랐다. 고흐는 죽은 형의 이름을 물려받고, 매일 그 묘비를 보면서 성장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달리의 성장과정을 듣다 보니, 문득 달리의 작품세계와 다른 예술가의 점수를 매길 정도의 과시욕이 어디에서 왔는지 추측해볼 수 있기도 했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몰랐다면, 그리고 그 외에 다른 이야기를 몰랐다면 나에게 달리 미술관은 아주 다르게 다가왔을 것이다.

이 책보다 더 자세하게 여행정보를 실은 책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스페인 여행을 다시 가게 된다면, 이 책을 꼭 가방에 챙겨 넣을 거 같다. 이 책과 함께라면 스페인을 더욱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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