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유배지 답사기 - 조선의 귀양터를 찾아서
박진욱 지음 / 알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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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단절되는 유배라는 형벌은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예전에 정약용의 일대기를 다룬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유배생활 동안 자신의 사상을 집대성한 그였지만, 그의 삶은 곤궁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남해에서 귀양살이를 하며 쓴 구운몽을 통해 유배 문학을 꽃피웠다는 평을 받는 서포 김만중도 그러했듯이 유배길을 떠나야 했지만, 그 곳에서 자신들의 흔적을 충실히 남겼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200여년 전 남해로 귀양한 류의양의 <남해문견록>을 만나게 이 책의 저자 박진욱은 그들의 이야기를 <남해 유배지 답사기>로 담아냈다.

참 독특한 답사기가 아닐까 싶다. 재판을 하면서 새로운 사진을 넣었다는 말이 있었지만, 사진에 크게 의지하지 않게 되는 그런 책이다. 그의 글로 스케치되는 남해의 옛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도리어 독특한 감각으로 다가온다. 현재 남해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고, 더불어 역사를 여행하는 느낌도 좋다. 기사환국의 상세한 내용을 읽는 것도 좋지만, 난곡사 창건기에 기록된 글을 통해 미루어 짐작해보는 역사이야기와 대국산성에 내려오는 전설을 함께 만나는 것도 흥미롭다. 이렇게 다채로운 답사기는 정말 오래간만에 만나는 기분이 들어서, 남해뿐 아니라 다른 곳의 유배지 답사기도 나왔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생긴다.

충무공 이순신의 이야기가 함께하는 관음포에 대한 이야기는 역사의 아픔이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관음포는 그 지형에 따라 지어진 이름에서 바뀐 것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그 이름을 부를수록 힘을 갖는다고 했던가? 그래서 그 곳에서 왜구를 소탕할 힘을 갖게 된 것일까? 하지만 말이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한 일 중에 하나가 바로 관음포를 메워 땅으로 바꾼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난 아니, 조선에서 난 쌀의 대부분을 자신의 나라로 가져가버렸었다. 왜 그 사실이 이렇게까지 씁쓸한지 말이다.

예전에는 발길이 닿지 않는 외진 곳이 귀양지였겠지만, 지금은 도리어 그런 곳이 세상사에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처가 되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예전에도 귀양이라는 것은 물러나고 돌아가고 멈출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주었다니,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참 여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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