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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연애 ㅣ 세상을 바꾼 그들의 사랑 1
김선희 외 지음 / 바이북스 / 2015년 3월
평점 :
세상을 바꾸는 탁월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의 사적인 영역에 대한 관심을 담아낼 시리즈 ‘세상을 바꾼 그들의 사랑’. 첫 번째 편으로 <철학자의 연애>가 나왔다. 예전에 난독증환자에게 글씨가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한 영상을 본 기억이 있다.
이 책을 읽을 때 한참 몸이 안 좋아서 정말 그 경험을 실제로 하게 되었는데 멀미가 날 거 같은 기분이랄까? 물론 몸이 좋아지고 나서 읽어도 꽤 난해한 책이긴 했지만, 첫인상
때문인지 꽤나 어려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역시 비범한 사람들은 사랑조차 평범하지 않은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뒤에 나올 종교인, 정치가, 과학자, 뮤지션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나면 또 다르게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역시 철학자들은 사랑조차 철학적으로 하는
것인가? 라고……
어쩌면 첫 번째가 바로 소설가 보부아르와 철학자 사르트르의 사랑을 다루고 있어서 일수도 있다. 예전에 이 커플에 대한 칼럼을 읽으면서, 아 정말 사랑은 100인 100색이라고 하지만 그 범주가 참 무한대에 가깝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서는 그들의 사랑을 ‘트리오의 실존사랑’이라는 틀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내가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인물, 마외가 갖고 있는 존재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들의 첫만남부터
함께한 마외는 비록 실제로 그들의 관계에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존재로서 혹은 일반명사로서 그들의
사랑에 영원한 낙인이 된 것이었다. 어쩌면 나에게는 너무나 난해했던 그들의 사랑, 그리고 그들의 사랑에 대한 글을 그저 ‘각인효과’에 기대어 이해하는 것이 실례일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적절한 접근이 아닐까 한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 바라보면 또 ‘트리오의
실존사랑’이 다르게 다가올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독일 민족주의자 하이데거와 영원한 이방인이었던 유대인 아렌트의 사랑은 나에게는 조금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나치 전범 아이히만에 대한 아렌트의 보고서를 인상깊게 읽었고, 특히
그녀가 말했던 ‘사유의 부재’에 대해 감명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래서 그녀가 나치활동전력이 있는 하이데거를 변호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던 거 같다. 그녀의 감정을 배제하더라도, 하이데거의 학문적 성취가 그의 면죄부가
될 수 있다니,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 아직은 어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