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똑똑 - 외롭고 건조한 삶을 채색하는 심리 에세이
박승숙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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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의 일이다.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창고에 있는 상자들을 뒤적이다 오래되고 낡은 상자를 하나 찾았다. 거기에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주고받은 쪽지와 편지가 담겨 있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때는 정말 쪽지를 많이 주고 받았었다. 정말 사소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쪽지와 편지들. 때로는 한쪽 이야기만 남겨져 있어서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감이 안 오기도 했지만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러다, 무슨 노래제목처럼 부치지 못한 편지를 한 통 발견했다. 지금까지도 정말 친하게 지내는 친구에게 나름 절교를 선언한 내용이었는데, 솔직히 지금까지도 내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편지를 읽으면서 그 때의 내 감정들이 정말 봇물 터지듯 되살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그만큼의 오글거림은 덤이었지만친구에게 농담으로 내가 너랑 절교하려고 했던거 기억나냐며 그때의 이야기를 꺼냈는데, 두 사람의 기억이 은근히 어긋난다고 할까?

그런데 이번에 <마음 똑똑>이라는 심리에세이를 읽으며 그것이 꼭 나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초등학교 동창회에서는 기억맞추기 게임이라는 것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고 하는데, 문득 우리의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라는 이야기가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왜곡되는지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읽다보니, 내가 갖고 있는 기억들 역시 내 식으로 주목하여 그 의미를 파악하고 보관한 것에 불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학창시절에는 그렇게 고민하며 편지를 써야 했던 기억이 아주 쉽게 잊혀지기도 하지 않는가? 심지어 기억이라는 것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진실이라고 하는데, 그 말에도 정말 공감이 갔다. 감당할 수 있는 것.. 내 경험에 따르면 그것은 심지어 좋았던 기억조차 다 모아서 나쁘게 만들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언젠가부터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일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과연 그것이 진짜 그런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 날 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서 그렇게 받아들이게 된 것일까? 그런 의문이랄까? 기억이라는 것이 편집이 가능하다면, 가능하다면 내 마음을 괴롭히는 일들도 편집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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