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의 마들렌
박진희 지음 / 리즈앤북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홍차에 적신 마들렌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의 기억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마르셀이 등장합니다. 저도 그 장면을 보면서 홍차에 적신 마들렌은 어떤 냄새가 날까 따라해본적이 있었는데, 냄새에 대한 감각보다는 황금빛 마들렌에 홍차가 스며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추억을 떠올리는 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어쨌든 그래서 그 후로 특정한 냄새를 통해 과거의 일을 기억해내는 걸 보고 '마들렌 효과'라고 했다는데, 이 이야기가 참 잘 어울리는 에세이를 만나게 되었네요. 바로 <나른한 오후의 마들렌>인데요, 아쉬운 것은 밥만 잘 먹더라라를 2PM의 노래로 적어놨다는 겁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도 해보았는데, 그래도 덕분에 오래간만에 옴므의 밥만 잘 먹더라를 들으며 나머지 글을 읽었으니 더 좋은 추억이 되었네요. 한편으로는 사랑이 떠나가도 가슴에 멍이 들어도 한 순간뿐이더라 밥만 잘 먹더라 죽는 것도 아니더라라는 노래가사가 참 잘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큰 기대를 안 했었는데, <프로포즈>라는 영화를 정말 유쾌하게 봤었죠. 특히나, 산드라 블록이 무릎을 꿇고 청혼을 하는 장면을 보며 정말 행복하게 웃었던 기억들이 떠올라요. 이 책을 쓴 박진희는 첫 키스 후에 달라지는 그들의 표정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계약결혼을 했던 그들이 가족을 만나게 되면서 첫키스를 하게 되죠. 그때 분명 스파크가 튀긴 해요. 원래 키스는 상대의 냄새를 맡기 위한 그런 행위였다네요. 그리고 후각만이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변연계와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독일에서는 당신의 냄새가 싫어졌다라는 말이 이별의 말이기도 하대요. 제가 요즘 쓰는 바디 미스트가 오렌지와 사과의 향을 섞어놓은 것인데, 남편에게는 모과향처럼 느껴지나 봐요. 원래 향수를 자주 바꿔 쓰는 성격이라 남편이 좋게 느껴지는 향에 대해서는 말을 해주곤 하는데, 이 향기를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듯 합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그다지 마음에 드는 향이라고 생각 안 했었는데, 남편이 마음에 들어 하니 같은 제품을 또 사게 되더라고요. 솔직히 냄새라는 것은 정말 주관적인거잖아요. 많은 사랑을 받았던 르 빠 겐조라는 향수가 저에게는 물비린내로만 기억되는 것처럼 말이죠. ‘마들렌 효과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이왕이면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향기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생기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