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아침 바람의 향기 - 가사로 못 다한 오태호의 지나간 낙서 같은 이야기
오태호 지음, 강기민 사진 / 성안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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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들을 때면 가사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이라 좋아하는 작사가가 몇 명 있다. 그 중에서도 오태호가 쓴 노래들, 이오공감이나 서지원의 노래는 10년이 훌쩍 넘어간 지금도 아직까지도 내 아이팟에 자리잡고 있을 정도이다. 거의 내 인생의 절반을 함께하면서 많은 추억들이 아로새겨져 있는 그런 노래이다. 그때그때 좋아하는 노래들이나 오랜 시간 좋아한 노래들이 랜덤하게 흘러나오곤 하는데, 그의 노래가 흘러나올 때면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치 시간의 추를 되돌리는 듯 그 시절의 기억들에 감정이 촉촉해짐을 느끼곤 한다. 아름다운 멜로디도 좋지만 그 멜로디를 더욱 아름답게 느끼게 해주는 가사는 한편의 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태호의 에세이집을 읽는 것도 참 즐거웠다. <비 갠 아침 바람의 향기>를 줄여 비아바향으로 이야기하는 오태호는 저마다의 인생길에 비아바향이 깃들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비아바향이라는 말을 들으면 저절로 비 개인 아침의 향기의 청명함과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에세이에 첨부된 음원을 들을 때도 그런 감각들이 느껴졌다. 만약 내가 그에게 답장을 쓸 수 있다면 당신의 노래들이 내 인생에 비아바향이 되어준다고 말하고 싶다.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을, 때로는 그냥 그 순간의 단상을 모아놓은 메모장을 읽어 보는 듯 했다. 그러면서도 또 뭐라고 딱 꼬집어서 설명하기 힘든 내 생각을 글로 옮겨놓은 듯 하기도 했다. 가끔 노래가사를 듣다 보면 정말 내 이야기 같을 때가 있다. 특히 이별을 했을 때 더욱 그렇던가?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막연한 생각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마음이 정리되는 듯 하는 느낌도 받았다. 얼마 전 독일의 해바라기 밭이라고 하는 사진을 본적이 있다. 정말 빽빽하게 끝없이 이어지는 해바라기를 보며 도리어 좀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가 매사에 항상 의견 일치를 보이는 이상한 삭막함을 이야기할 때 바로 그 사진이 떠올랐다. 몇 명이 안 되는 부서직원들끼리 회의를 할 때도 의견 일치가 안되어서 답답할 때가 많았다. 왜 이렇게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걸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모두가 한 생각을 이야기한다면 그것도 꽤 삭막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는 사람들이 다르면서도 때론 엇비슷하게 그러면서도 조화롭게 커가는 들꽃이기를 바라는데, 나 역시 그런 모습이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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