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미술사 박물관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12
실비아 보르게시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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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으로 유명한 미술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세계 미술관 기행 시리즈. 이번에 읽은 <빈 미술사 박물관> 12번째 책인데, 이제서야 이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는 게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가는걸 좋아하지만, 배경지식이 풍부하지 않을 때는 제대로 감상하고 나오지 못할 때도 많았다. 그래서 이렇게 작품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놓치기 쉬운 작품의 주요한 이미지를 확대해서 보여주는 책이 있어서 좋다.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위협이 유럽에 만연해있을 때, 합스부르크 왕가는 여로 곳에 나눠 보관중이던 자신들의 예술유산과 보물을 벨베데레 궁전으로 옮겼다. 그리고 19세기 말 이 컬렉션으로 소장할 미술사 박물관을 건설하게 된 것이다. 그때 천장 전면에 그림을 그린 사람중에 하나는 황금빛 화가로 불르는 구스타프 클림트였다는 것도 미술사박물관에 남겨져 있는 컬렉션이 추가되는 순간일 것이다.

책을 읽으며 관심이 가는 작품을 정말 많이 만나게 되었다. 특히 얀 스테인의 거꾸로 된 세상은 작품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되었다. 105*145cm에 이르는 작품인데, 실제로 이 그림을 보게 된다면 한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될 것 같다. 심지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돼지나 식탁 위의 개까지 눈길을 끌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탐욕에 대한 격언들이 작품속에 어떻게 담겨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책을 읽기 위해 몇 장 넘기자마자 서있는 사람의 다리 사이로 보이는 어린아이의 그림이 있었다. 그 그림을 보자마자 짜증스러워하는 여자아이를 팔로 감싸고 장난기 어린 입매와 비밀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남자아이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과연 이게 어떤 그림인가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니 드디어 문제의 그림이 등장했다. 바로 파르미자니노의 활을 깍는 쿠피도였는데, 만약 앞에서 그림의 일부를 미리 보지 못했다면, 쿠피도의 모습에 눈길이 먼저 갔을 것이 분명하다. 책으로 작품을 먼저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의 표정과 그 아이들이 상징하는 사랑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파르미자니노는 이 작품뿐 아니라 볼록 거울에 비친 자화상까지 인상적이었다. 나무로 거울과 비슷한 공을 만들어 그려낸 작품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가서 보고 싶은 작품 중 1순위에 꼽고 싶다.

뿐만 아니라 작자 미정이었지만 여러 정황상 장 푸케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어릿광대 고넬라는 세밀화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솜털 하나까지 느껴지는 섬세함뿐 아니라 나이가 들어 두꺼워지는 피부결까지 묘사해내는 것이 경이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정말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던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의 생생한 감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티치아노의 자객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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