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져도 꺾이진 마라 - 두 세계에 속한 삶
핑푸 & 메이메이 폭스 지음, 김화곤 옮김 / 사공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2006<인크 Inc.>에서 선정한 올해의 기업인 핑푸. 그녀는 성장세가 가장 빠른 500대 기업의 축하연 인크 500대회폐막 기조연설을 "세계는 평면이 아니라 3D입체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물론, 그 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세계는 평평하다>의 토머스 프리드먼의 기조연설에 대한 유머러스한 발언일수도 있지만, 3D이미징과 프린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지오매직 소프트웨어를 이끌고 있는 그녀다운 발언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있기까지의 시간을 가감 없이 담아내고 있는 책 < 휘어져도 꺾이진 마라 >는 부제인 두 세계에 속한 삶처럼 두가지의 세계가 끊임없이 맞물리며 진행된다. 상하이에서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하던 핑푸에게 마오쩌뚱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운동인 문화대혁명이 닥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진짜 부모가 있는 난징으로 끌려와 흑색분자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2층짜리 기숙사의 좁은 방에서 여동생을 책임지며 성장하게 된다. 난징 항공우주 대학 캠퍼스 기숙사에서 보낸 그녀의 10여년의 세월은 고되고 힘겨웠다. 그저 검은피를 가졌다는 이유로 당한 학대에 도리어 터진 신발이라고 놀림 받기도 하지만 그녀는 그 시간 동안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며 성장해왔다.

어린 시절 그녀에게 상하이 아버지는 추운 겨울의 세가지 벗인 세한삼우(歲寒三友)에 대하여 이야기해준다. 사시사철 푸른 강인한 힘을 가진 소나무, 역경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용기를 가진 매화 그리고 유연해서 휘어지지만 결코 꺾이지 않는 회복탄력성을 가진 대나무를 마음에 간직한 그녀는 어려운 시기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고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된다. 물론 아는 영어라고는 달랑 세마디뿐인채로 미국으로 왔을 때도 그러했다. 그녀에게 읽을 책을 가져다 주며 너는 소중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주는 아저씨도 자애로운 사랑을 전해준 상하이 어머니와 분석적인 난징어머니도 그녀의 변함없는 응원군이 되어주었다. 또한 흑색분자로 태어나 하찮은 존재로 취급 받던 시절 그녀에게 건네진 우화석도 큰 힘이 되어주었다. 수백 년 동안 강바닥에서 다른 돌들과 함께 굴러다녀 강하고 매끄럽게 다듬어진 우화석은 그녀의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문득 어린 시절 아빠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며 좀더 둥글해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준 것이 기억난다. 단순히 성격에 대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는 세상과 많이 부딪치지 않아서 더욱더 유약한 면이 많이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가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이상하게도 그녀가 미국에서 이루어낸 엄청난 성과나 화려한 이력보다도 나는 그녀가 성장하는 과정이 더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세한삼우가 주는 교훈은 오랜시간동안 마음에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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