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미처 몰랐던 클래식의 즐거움
홍승찬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인생을 듣는다는 것이라는 책 소개가 이렇게 잘 맞을 수가 없었다. 음악가의 삶과 그들의 음악을 이야기해주는<그땐 미처 몰랐던 클래식의 즐거움>은 나에게 있어서 음악을 더욱더 사랑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가야 했던 클래식 공연만큼 지루한 것은 없었는데, 이제는 그 매력에 푹 빠져서 이런저런 책을 찾아보게 된다. 클래식은 알면 알수록 그 향취가 더해진다. 은방울꽃을 보고 깨끗한 모양과 향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도 좋지만, 그 계단처럼 달린 종모양의 꽃 때문에 천국에의 계단으로 불린다던 지, 그리스 신화 속의 용사의 핏방울이 향기롭게 피어난 꽃 이라던지 하는 이야기를 알면 더욱더 그 꽃이 흥미로워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랄까?

소치 동계 올림픽에 참여하는 김연아 선수가 프리곡으로 선정한 아디오스 노니노는 피아졸라가 자신에게 생명을 주고 음악의 길로 이끌어준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방문을 걸어잠구고 반도네온으로 연주했다는 곡이라고 한다. 그의 부인이 한숨 소리마저 끔찍했다고 했다는데, 이런 이야기를 알고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보니 그 느낌이 또 다르게 다가왔다. 피아졸라는 탱고의 황제로 불리며, 탱고를 클래식의 영역으로까지 끌어올렸지만, 그를 알아본 택시기사가 승차거부를 할 정도로 고국에서는 배척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굴하지 않고 누에보 탱고를 창시해냈다. 또한 이미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 선수의 프리곡인 피아노 협주곡 F장조를 만든 거슈윈 역시 재즈의 클래식화에 기여했다고 한다. 이런 음악들을 배경으로 연기한 김연아 선수도 한국에서 피겨의 대중화를 이끌어낸 걸 보면 흥미로운 연결고리처럼 느껴진다.

내가 좋아하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뿐 아니라 널리 알려져 있는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는 오페라 부파라고 한다. 이는 막과 막 사이에 연주되던 막간극 인터메초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하는데, 보통사람들의 소박하고 통속적인 이야기를 익살스럽게 풀어내며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일본에도 그 막간을 이용한 공연이 있다. 일본의 가면악극 노와 노 사이에 막간에 공연된 교겐인데, 도리어 무거운 노보다 더욱더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걸 보면 흥미롭다. 또한,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이 담겨 있는 가곡집 <미르테의 꽃>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이지 감동적이었다. 결혼식 전날 클라라에게 헌정한 가곡집, 그 중에서도 헌정을 들으며 책을 계속 읽어나갔는데, 슈만이 클라라를 안아주며 마지막으로 건낸 말 나도 알아가 사랑에 대한 것이라는 이야기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클래식뿐 아니라 대중음악가인 비틀즈와 이글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뭐 그들의 대중음악의 클래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특히 나는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를 정말 좋아한다. 그 씁쓸한 그리움이 가득 담겨 있는 듯한 목소리와 기타소리가 흘러 나오면 긴장이 절로 풀리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이 책에 소개된 대로, ‘호텔 캘리포니아는 물질만능주의와 쾌락주의에 빠진 로스앤젤레스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문득 이 이야기를 읽고 다시 한번 노래 가사를 떠올려 봤다. 'We are all just prisoners here of our own device' 어쩌면 이 노래로 이글스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그 씁쓸한 감각도 거기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