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과 에리카 김을 말한다 - BBK 사건 진상 파헤치기 8년 여 변호사의 육성 증언
메리 리 지음 / 진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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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나 역시 BBK사건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 그저 수많은 피해자와 엄청난 피해액을 만들어낸 대형 금융 사기 정도로 기억하고 있고, 김경준이나 이명박 그리고 에리카 김의 이름 정도만을 들어봤을 뿐이다. 그래서 ‘BBK사건 진상 파헤치기 8년 여 변호사의 육성 증언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이명박과 에리카 김을 말한다>을 읽기 전에 어느 정도 검색을 해보았다. 아무래도 옵셔널 벤처스 코리아의 변호사다 보니 조금은 편향적인 시선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이 사건에 대한 기사나 글들은 내가 알고 있는 수준이거나 혹은 조금은 어긋난 시선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너무 많이 들어본 사건이지만 거기에 대한 취재나 심도 있는 분석은 상당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에서 상세하게 기술된 범죄방식을 읽으며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예전에 어느 신문사를 인수한 유명인물의 방식을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물론 이 사건의 경우에는 김경준과 그 무리들이 벌인 불법성이 미국 법정에서 입증되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다고는 할 수 없을 거 같다. 어쩌면 그래서 메리 리의 지적대로 미국에서는 금융범죄를 강력하게 응징하는 지도 모르겠다. 법이라는 것은 허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범죄기술은 나날이 발달하고 법은 거기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는 한계는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러한 틈새를 파고들어가는 사람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법은 그 위엄을 잃을 것이고 사회가 가져야 할 도덕성에도 금이 갈 것이다. 불 특정한 다수의 서민이 피해자가 되는 금융사기를 벌이고도 그 실체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많은 피해자들은 권력과 부의 힘 앞에서 자신들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깨닫고 절망할 것이다.

BBK사건이 일어난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BBK사건은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서 유야무야 잊혀지고 있는 사건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책이 출판된 것이 어떻게 보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대중들의 관심 저 너머로 사라져가는 이 사건을 자꾸만 현재로 끌어와야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힘이 실리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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