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비나무의 노래 - 아름다운 울림을 위한 마음 조율
마틴 슐레스케 지음, 유영미 옮김, 도나타 벤더스 사진 / 니케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독일의 바이올린 장인 마틴 슐레스케가 자신의 작업장에서 길어 올린 글과 사진작가 도나타 벤더스의 감각적인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책 <가문비나무의 노래> ‘아름다운 울림을 위한 마음 조율이라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이 책을 정말 잘 표현한 한 문장이라는 느낌이 든다. 특히, 그날그날의 화두를 담고 있어 자신의 생각을 더 깊이 있게 가다듬고, 스스로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정말이지 명상 책 같은 느낌이랄까?

가문비나무는 바이올린을 만드는 나무인데, 이를 노래하는 나무라고 불렀다. 울림이 좋은 바이올린 재목을 찾기 위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들에게 혹자는 왜 그런 고생을 자처하느냐고 묻곤 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충고 같은 그들의 말 속에는 체념이 담겨 있음을 그는 이야기한다. ‘은밀히 체념을 키워온 사람들의 충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사실 나에게는 아직까지 그것을 구분할 자신이 없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이 말이 자꾸만 떠오르곤 한다. 

 

"로렌츠, 넌 지금 작도를 하는 게 아니란다. 컴퓨터로 그리면 아주 똑바른 선을 그을 수 있겠지. 하지만 그건 스케치가 아니라 작도야. 네 스케치에서 선이 얼마나 곧은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림을 그리는 동안 네 스케치가 어떤 모습이 되어 가는지 유심히 보렴. 네가 그은 선들이 어떤 작품으로 탄생할지 기대하면서 말이야."

 

가족과 함께 파리의 퐁피두센터에 간 그는 현대 조각이 전시된 방에서 스케치를 시작한 아들이 선이 삐뚤 빼뚤 하다고 그림을 찢는 걸 보며 이런 충고를 해준다. 사실 나 역시 그러하다. 하다못해 다이어리에 일정을 써넣을 때 틀리게 쓰면 괜히 그 다음날 일정이 어긋날 거 같아서 기분이 별로일 때가 많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주위에는 악필로 유명하기까지 한데, 그렇게 집착할 거면 컴퓨터로 작성하는 게 탁월한 선택일 것이다.

문득 그가 말한 중용과 대립이 생각난다. 나 역시 너무 한 축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문제가 아닐까? 나의 계획과 목표로 향해 오로지 직선으로만 달려가고 싶어하는 욕심과 집착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얼마나 곧은지보다는 어떻게 완성되어 가는지를 보라는 충고가 참 고마운 말이었다. 인생의 목표라는 것은 일합에 승부가 겨뤄지는 그런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음에도 참 쉽게 변하지 않는 성격이다. 그래서 늘 이렇게 충고를 해주고 방향을 알려주는 책을 읽으며 도움을 받게 된다. 인생은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되새기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