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당신 - 알츠하이머와 함께한 어느 노부부의 아름다운 마무리
올리비아 에임스 호블리젤 지음, 김정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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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알츠하이머와 함께한 어느 노부부의 아름다운 마무리..[내 곁에, 당신] 사실 처음 책 제목을 봤을때는 너무 말랑말랑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원제 역시 ten thousand joys & ten thousand sorrows였기에 더욱 더 그랬는지도.. 하지만 시를 사랑하고 언어유희를 즐기던 비교문학가이자 교수인 홉이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고 돌아오는 날.. 그의 부인인 올리비아가 '그래, 우리는 둘이 함께 있잖아'라고 생각하는 걸 보며 도리어 한국판 제목에 더욱 끌리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은 환자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이 다 고통받게 되는 병이기도 하다. 학창시절 친구의 할머니가 치매를 앓고 계셨다. 할머니의 병수발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엄마를 돕기 위해 친구는 늘 수업이 끝나면 칼같이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친구가 좋아하는 책을 들고 집을 놀러간적이 몇번 있는데.. 볼때마다 달라지는 할머니의 모습을 어린마음에 조금 무서워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정신이 돌아오면, 찬송가를 부르시며 자신을 데려가달라고 절실하게 기도하시는 할머니의 자그마한 뒷모습이 참 마음이 아팠다. 지적 능력이 상실된다는 것.. 심지어 그것을 스스로 인식한다는 것.. 참 두려운 일이다. 올리비아가 인용한 그리스인 조르바의 표현대로 '총체적 위기'라는 말이 딱이다. 
그래서.. 그녀가 병원을 뒤로 하고 우리 삶의 다음장, 마지막 장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으며 했던 말이 더더욱 인상적이였는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알츠하이머를 인생의 마지막 장이자 인생이 주는 마지막 깨달음으로 받아들이는데.. "이건 내 생에 최고의 교육이야"라고 말하는 홉과 삶에 찾아오는 문제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라는 충고를 실천하는 올리비아. 물론, 두 사람에게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절대 아니다. 예정된 결말로 흘러가는 그 시간들 속에서 생활의 균형은 깨져버리고 절망스러운 시간도 수시로 찾아온다. 하지만 그녀는 변함없이 홉의 곁을 지키고 그 시간들을 축복이고 선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녀가 꿈에서 찾은 지헤.. '부서진 것도 조각의 일부야' 라는 말이 아직도 떠오른다. 그 누구도 빗겨 나갈수 없는 것이 노화이고 퇴행이다. 그 과정에서 나 역시 올리비아처럼 '부서진 것도 조각의 일부'라고 말하며 그를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 아니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제대로 수용할 수 있을까? 예전같았으면 쉽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6년이라는 시간동안 알츠하이머를 감당해온 홉과 올리비아의 기록을 보고 나서는 참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솔직히 처음에는 홉이 스크랩해두었다던 기사.. 알츠하이머로 고통받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 바다로 뛰어든 남자의 이야기에 더 공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가 남겨둔 성찰, 제안 그리고 생각의 씨앗같은 것들이 떠오르는 걸 보면 어리기만 한 내 생각도 이 책과 함께 아주 조금은 자라났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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