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터호른 - 외로움이 나를 아름답게 한다
정보근 지음 / 시간여행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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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에 연극이 공연될때 귀족들이 무대 뒷편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그들은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입장이였다. 그래서 그 시대의 희곡을 읽다보면 그 풍부한 묘사에 절로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된다. 맘만 먹으면 누구나 좋은 사진기를 들고 여행을 떠날수 있는 요즘은 백마디 말보다 한장의 사진으로 이야기하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마터호른]은 달랐다. 포세이돈의 마차를 끄는 백마로 이야기하는 라인폭포, 알프스의 산봉우리들이 빛을 잃어가는 시간, 너무나 청명해 사진으로 담을수조차 없었던 레만호, 아수라 백작과 같은 절벽을 지는 암벽 노스페이스.. 이 풍경들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내 마음속에 스위스의 아름다운 자연이 그려지는 듯 하여 정말 행복한 시간이였다. 물론, 사진도 꽤 많이 수록되어 있었지만.. ^^*
대부분 사람들이 여행을 꿈꾸지만 현실의 벽에 막혀 쉽게 떠나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말을 부정하기 쉽지 않다. 해외 출장이 잦아 외국을 자주 가기만.. 정말 가기만 했던 정보근님은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아름다운 자연과 문명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스위스로의 여행을 떠난 그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20대때 만났던 스위스가 떠오른다. 정말 그림같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곳이였다. 왠지 어디선가 하이디가 뛰어나올듯한 풍경..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위스만 시간이 멈춰버린 듯 다른 나라에 비해 뒤쳐져있다거나 그런 것도 절대 아니였다. 그때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참 대단한 노릇 아닌가?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며 발전해온 스위스인들의 힘에 주목한 마터호른을 읽으며 좀 더 스위스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스위스인의 땀으로 가꾸어내고 있는 스위스의 풍경을 사랑한 많은 예인들이 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윌리엄텔의 마을 알트도르프였다. [상식의 오류사전]이라는 책에 의하면 윌리엄 텔이 실존인물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 곳에서는 달랐다. 주민이 직접 배역을 맡아 1년여를 걸쳐 준비해하여 꾸미는 연극 [윌리엄 텔]을 100년 넘게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윌리엄 텔이 설령 실존 인물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곳에서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음이 분명하다. 생각해보면 세익스피어 역시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설이 꽤 많다. 하지만 그의 생가가 있는 스트랫포드 어폰 에이본을 찾았을때 그 곳의 분위기에 완전히 빠져들어버렸었다. 특히 프랜시스 베이컨의 이야기를 유머로 받아친 이야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마 내가 알트로르프를 찾게 되면 마찬가지 아닐까? 어쩌면 자연과 마찬가지로 문화 역시 가꾸어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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