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장 - 뉴욕타임스 부음 기사에 실린 지상의 아름다운 별들에 관한 기록
유민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행장(行狀)이라는 말은 낯설다. 차라리 obituary라는 영어 표현이 더 익숙하게 느껴지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행장이라는 제목이 갖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행장은 국어사전의 풀이에 따르면 '사람이 죽은 뒤에 그 평생에 지낸 이력과 업적을 기록한 글'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뉴욕타임스의 부음에 등장한 30명의 행장을 담은 책이다. 뉴욕타임스 부음은 잘난 사람 업적을 남긴 사람이 아닌 열심히 세상을 살다간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특히, 장수한 인물들이 선택되는데.. 그 긴 시간을 충실하게 살아온 아름답고 보람찬 인생이야 말로 사람들이 배우고 싶은 삶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인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이야기가 끝날때 등장하는 QR코드를 보면 부음기사를 직접 읽어볼 수도 있다. "나는 당나귀를 사랑한다. 그것이 내가 해야만 할 일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던 엘리자베스 스벤슨은 영정사진마저 당나귀와 함께 했다고 한다. 부음기사에 나온 사진을 보면서 이 여인이 얼마나 당나귀를 사랑하는지 느낄수 있었다. 또한 1-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인 클로드 스탠리 슐스의 영정사진으로 사용된 소년시절의 모습을 보며 그렇게 어린나이부터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에 놓여졌던 그이기에 평화주의자가 될 수 밖에 없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홈리스이면서도 '무명의 대학자'로 명명된 피터 비스는 모든 사람에게 말을 걸고 모든 사람들에게 미소를 만들어줬던 사람이라고 한다. 받아들일지 말지의 여부는 각자의 판단이지만 이해하는 것은 시대의 요구임을 이야기해준 동성애 인권운동가 루 말레타, 적자생존의 논리가 아닌 약한자도 기여할 수 있는 복합생존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 릿키 와이어..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였던 인물은 바이블을 현지어로 번역한 유진 니다였다. 그가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모습은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일본에서 많이 행해진다는 '슈우카츠(終活)'를 한다면 나 역시 이렇게 행장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