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협 나남문학번역선 12
하하키기 호세이 지음, 정혜자 옮김 / 나남출판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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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나서 뒷면의 내용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일본인이 썼다는 사실이 놀라운, 그러나 일본인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이야기!' 문득, 조센징이라는 어휘는 조선인을 지칭하는 말인데 왜 그것이 낮춰서 말하는 것이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한일합방이 이루어진 후, 일본은 우리나라사람 역시 자신과 같은 황국신민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하시근이 처음 탄광에 끌려가서 훈련을 받을때처럼 황국신민 서사를 암송하게 하고 천자의 백성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일방적인 수탈과 강제동원뿐이였다. 한마디로 겉으로는 같은 황국신민이나, 조선인은 그저 조센징일뿐이라는 차별적인 인식의 발로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하시근 역시 17이라는 나이에 병약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해협을 건너 일본으로 끌려간다. 유난히 말수가 없었던 아버짖지만 가난했지만 온가족이 모여 살아가던 시절 술을 마시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말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고 범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사랑날 방법이 있다.'라는 말을 인생의 교훈으로 삼은 그는 2년동안의 잔혹한 탄광에서의 생활을 견뎌내고 다시 해협을 건너 한국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때의 자신과 함께했던 동료들.. 제대로 된 비석하나 없이.. 아니 기록한줄 남지 못하고 그렇게 폐석산에 남겨진 동료들을 위해 47년의 흐른후 다시 세번째로 해협을 건너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책의 원제는.. 三たびの海峽.. 즉 세번 건넌 해협이다. 일본으로 강제징용된 그의 여행이 짝수가 아닌 홀수로 끝난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불길하게 느껴지던지.. 현재와 과거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한번 잡으면 놓기 힘들정도로 잘 짜여져있고 빠른 전개가 펼쳐진다. 하지만.. 난 이 책을 읽는 내내 탄광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그가 했던 생각이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황과 일본인은 나를 속였다.'


아버지를 대신하여 오기 위해서 나이를 속였던 어린 그와 그와 함께 한 동료들의 생활은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까지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이.. 특히나, 조선인이지만 일본인의 앞잡이가 된 자들의 행태는 도리어 일본인이 저지르는 만행보다 더 가혹하기만 했다. 유태인의 대한 책을 읽을때나, 한일강제합방 시기에 대한 책을 읽을때나.. 참 의아하기도 하고 때로는, 삼국지에 등장했던 칠보시가 떠오르곤 한다. '콩깍지를 태워 콩을 볶누니 콩이 가마솥 안에 있어 운다. 본래 이들은 같은 뿌리에서 나왔는데, 서로 삶기를 어찌하여 급하게 구는가..' 라고 하던.. 지난 일이라고 한다. 이제 미래를 위해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원한은 강물에 흘려버린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것은 피해를 입은 쪽에서 할 말이지 가해자가 입에 올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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