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송한나의 뮤지엄 스토리 -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황학동 도깨비 시장까지
송한나 지음 / 학고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박물관 같은 삶을 살자... 하루하루를 의미있는 기억으로 채워 내 역사의 한장면으로 만들어 가고 싶어하는 큐레이터 송한나씨의 책을 읽으며 나 역시 나만의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보여주는 박물관이라는 공간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과거.. 나의 현재.. 나의 미래가 흐르는 그 공간들이 다 박물관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어린시절 할아버지의 무릎위에서 핫코코아를 마시고 있는 꼬마아이를 기억하는 찻집할머니가 훌쩍 커버린 나를 알아보시는 그 공간도.. 또 얼마전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 꽃상여와 장례의식을 열심히 영상으로 담아낸 것도.. 모두가 나만의 박물관이 되는 것이다. 많은 감정이 담겨있는 의미있는 나의 하루이기도 하지만 몇십년을 이어온 한 찻집의 역사이기도 하고 잊혀져가는 우리의 풍습을 기록한 것이기도 하니..
사실, 나는 박물관을 가는 것을 좋아한다. 외국여행을 할때면 박물관과 미술관과 서점은 꼭 찾아갈 정도이다. 하지만 박물관은.. 하루에 모든 걸 볼 수 없다는 것이 슬프다. 그래서 갈때마다 또 가게 되는 곳이 박물관이고 평생을 걸쳐 수백번 찾을 곳이라는 그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물론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당연히 그러하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그 곳 자체가 우리의 역사가 그대로 담겨져 있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국립박물관 뿐 아니라 부산근대역사관 역시 그 존재 자체가 우리나라의 역사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그리고 지나간 역사.. 화석화된 역사를 담은 공간이 아니라 기억하는 행위마저 담고자 하는 쇼아기념관이나, 밀라이 학살의 진실을 보여주는 밀라이 학살박물관, 가상의 인물이지만 그의 역사를 담아놓은 셜록홈즈 박물관, 그리고 꼭 한번 찾아가보고 싶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정말 다양한 박물관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마지막 작은 박물관 이야기를 보면서 일본에서의 추억이 많이 떠올랐다. 그 곳에 있을때는 정말 다양한 박물관을 찾아다닐 수 있었다. 여러가지의 테마로 만들어진 곳도 훌륭하지만, 자신의 집에 만들어놓은 작은 개인 박물관들도 흥미로운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박물관을 어렵게 생각하고 딱딱하고 공부해야 하는 곳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이렇게 다 함께 즐기고 나누는 공간으로 인식되어 우리나라에도 작은 박물관들이 더 다양하게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이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주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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