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하룻밤 자고 나면 좋아질 거야 - 100년을 산 할머니의 인생 지혜
니핑 지음, 이현아 옮김 / 예담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사실 난 니핑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몰라서... 검색을 해보았다. 지적인 능력과 편안함, 바른 언어구사력 품위를 바탕으로 대중들의 오랜 사랑을 받는 50대의 여자대중문화인이라는 소개를 보았다. 그리고 이 책에는 그녀의 할머니가 그녀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할머니는 다 그런거 같다. 친할머니는 일찍 돌아가셨지만 외할머니가 아직 계셔서... 책에서 할머니가 자꾸 삶아주시는 만두를 죽기살기로 먹는 이야기를 보며 외할머니가 생각났다. 길쭉한 호박이 아니라 둥그스름한 호박으로 호박전이나 나물을 해주면 잘 먹던 손녀를 아직도 기억하시고... 저번에 찾아갔을때 냉장고에 신문으로 꽁꽁 싸매놓은 호박들을 꺼내주셨다. 온다는 소리를 듣고 직접 따러 가셨는데... 나쁜사람들(...)이 따가서 몇개 남지 않았다고 서운해하시며 꺼내주시는 호박들... 신문에 그렇게 싸놓으면 금새 상하지 않는다며 잘 챙겨주셨지만 갖고 나갈수 없는 거라는걸 알면서도... 할머니가 꺼내주시는 호박을 한도끝도 없이 받아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괜찮아, 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아질거야..시간이 약이다.. 아마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말이 아닐까 한다. 나 역시도 이런 위로를 받은적이 있고... 정말 시간만이 답이 될때가 있다는 걸 온몸으로 깨달은적도 있으니 말이다.

 

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외할머니는 가장 통속적인 말로 나를 일깨워주고 지탱해주었다. 답답해할 때마다 외할머니는 소소한 비유로 정신이 확 들게 했다. 외할머니는 너그러움과 선량함으로 내 결점과 잘못을 고쳐주었고, 지혜와 빛으로 나를 비추고 따듯하게 해주었다.

 

이 책안에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법한 그런...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면 손해보는거 아니야?? 라는 반문을 할법한 이야기들이 담겨져있다. 하지만 외할머니는 오랜 세월 스스로 행하셨고 그럼으로서 얻은 지혜를 아낌없이 나누어주셨다. 니핑의 할머니는 예전에 땅콩종자의 껍질을 벗기는 일을 하셨다고 한다. '똑똑한'사람들은 자기집에 안 좋은 땅콩을 가져온 좋은 땅콩과 몰래 바꾸기도 했지만 할머니는 그런 '똑똑한'일을 한번도 하신적이 없다고 한다. 왜 그러셨냐고 묻는 손녀에게 할머니는 이런 답을 해주신다.

 

큰땅콩이나 작은 땅콩이나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지만 땅에 심는 것은 다르다. 좋은 씨앗에서 큰 땅콩이 나오고 나쁜 씨앗에서는 작은 땅콩이 열리지. 아이도 마친가지다. 너희들이 옆에서 보고 있는데 내가 그 '똑똑한' 일을 했다면 너희들은 자라서 똑똑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씨앗을 심느냐에 따라 나오는 과실도 다르다.

 

책을 읽는 내내 사람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독불장군이라고 우겨대도 따듯한 정이 느껴지는 추억 한자락은 누구나 갖고 있을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나에게 이런 따듯한 말을 나를 바르게 이끌고자 하는 사람이 얼마나 남아있을까 생각했다. 친가는 유난히 냉정했고 외가는 유난히 다정했다. 난 그 중간에 끼어서 그 어느쪽과도 가깝게 지내질 못했던 거 같다. 그래서일까... 내가 나이를 들어가는 만큼... 내가 의지하던 몇몇 어른들에게도 공평히 시간이 흘러... 이제는 내 곁을 한분 한분 떠나시려고 한다. 난 아직 언제 철 들거냐는 소리를 듣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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