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인간 과학 - 우주 생명 정신을 주제로 한 석학들의 대화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6
한스 페터 뒤르 외 지음, 여상훈 옮김 / 씽크스마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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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인슈타인은 "종교 없는 자연과학은 무력하고, 자연과학 없는 종교는 눈먼 것이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다르게 신학과 과학은 지적인 평화를 지키기 위해 서로의 영역을 지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가 된 것이 아닌가 하네요. 그래서 독일 바이에른 방송이 자연과학과 신학의 대화를 4부작으로 진행한 것이 조금은 낯설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신 인간 과학>은 평온한 토스카나의 여름 밤에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 학자들의 대화를 담고 있습니다.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제가 우려했던 것만큼 어려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더라고요. 자연과학에서 인간을 너무나 객관적인 관찰자로 가정하고 있지 않은가에 대한 의문도 생기고요. 자연의 질서와 신의 전후관계를 가정하는 과정도 그러했습니다. 인간이 신이 세계를 만들어낸 질서를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종교이기에 과학이 종교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이해가 되고요. 자연을 주변세계로 볼 것인지,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 볼 것인지에 대한 입장도 흥미로웠고요. 보통 과학에 대해서는 그 결과만을 살펴보는 것도 바쁘기 때문에, 사유의 과정을 잠시나마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이 좋은 경험이었네요.

 얼마 전에 현대인과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나는 누구인가>에서 자연과학의 시선에 갇혀 도리어 세상을 좁게 보고 있다라는 글을 오랫동안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저는 종교가 사람을 편협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죠. 이 책을 읽으면서도 결국 누구나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종교도 과학도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 없고, 답해줄 수 없기에, 서로가 갖고 있는 다른 시점을 이해하고, 또한 서로의 한계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죠. 그렇게 함께 모여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요즘 우리가 말하는 융합과 창조의 학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라이너 쿤체의 경고에 답하기 위한 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우리는 지구를 괴롭혔고,

지구는 이제 자신의 걸작품을 거두어 들인다.

그 하나인 우리까지도.

-라이너 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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