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
서영인 지음, 보담 그림 / 서유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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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에세이를 즐겨 읽게 되요. 서영인의 <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은 제목에 관심이 먼저 갔었죠. 나름 바쁘게 하루를 보낸 거 같은데, 막상 일기를 쓰려고 보면 뭘 했는지 잘 기억도 안 나곤 해서 더 공감이 갔나 봐요. 서울에서 혼자 살아가는 쓰는 사람서영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많이 웃기도 하고, 때로는 감탄하기도 하고,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네요.

망원동에 자리를 잡는 이야기 세상에는 별별 집이 다 있다로 시작하여 편의점 공동체로 다정함과 무심함 사이 망원동 주민으로 살아가게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지니까요. 달리다 보면 고통이 사라지고 희열이 찾아온다는 러닝하이는 없었지만 마라톤까지 섭렵하면서 즐기는 달리기와 혼자 살아가는 것의 분기점을 요리로 생각하며 한때는다양한 음식을 만들어내던 이야기도 기억에 남고요. 저와는 정반대로 끼니때는 밥을 먹어야 하는 식성이라, 까다로운 기준과 생존이라는 조금은 안 어우러지는 목표를 갖고 백반집을 찾아 다니는 길을 함께하고 싶기도 하고요. 채식과 육식사이에서 쉼 없이 갈등하며 자신의 채식 취향을 단련하는 그녀가 꿈꾸는 과욕의 채식의 날이 올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망원동의 다양한 상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편파적이며 주관적인그 취향을 보여주죠. 서점 역시 그러한데요. 망원동에 있는 동네서점에서 낯선 책을 만나는 이야기에 왠지 가슴이 설레는 기분마저 들더군요. 예전에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를 읽으면서 지역의 색을 살리는 출판문화를 부러워했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책의 제국 아래에 은밀하게 만들어진 언더 그라운드의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더욱 좋았고요. 기본에 충실하고 맛있는 음식점들이 장사가 잘 되어서 오래오래 함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기억나네요. 오래간만에 예전에 즐겨 찾던 음식점에 다녀왔는데, 주인할머니의 포근한 미소처럼 그대로 그 맛을 지키고 있는 것에 왠지 모르게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할머니가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바라던 제 마음 역시 무심함과 다정함 사이 그 어딘가였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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