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팝콘북
이부키 유키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회사에 남아 새로운 일을 할까, 동료와 함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까. 하늘을 가득 메울 것 같은 벚꽃 잎을 올려다보며 아오야기는 미소를 짓는다. 다음 무대의 막이 오르려 하고 있다. (371p)

이부키 유키의 <컴퍼니>를 읽으며, 입가에 내내 미소가 감돌았던 거 같아요. 그리고 이야기의 마무리를 보며 절로 박수를 치게 되었다고 할까요. 저는 이전에 이 작가의 책 <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 트라비아타>를 읽으며 주인공들의 관계 때문에 길을 잃었다라고 한 적이 있는데요. 이번에는 사람들이 어우러져서 만들어가는 과정도 딱 제가 좋아하는 것이라 감각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본 여성 가극단인 다카라즈카에서 출간 즉시 뮤지컬화했다고 하더군요.

제약회사에서 일한지 벌써 25년차, 47세의 만년 총무과장인 아오야기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새로운 도전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나름 무난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던 삶에 거대한 균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거든요. 부인이 아이를 데리고 떠나버리고, 심지어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시키시마 발레단으로 좌천까지 당하게 되죠. 발레단의 연말공연을 성공리에 진행하면 본사로 돌아오게 해준다고 하지만, 회사라는 조직은 누구의 자리라고 정해진 것은 없잖아요. 그저 무명의 자리이고, 그 자리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도 회사는 아무런 무리 없이 돌아가니까요.

그렇게 컴퍼니(カンパニ-)를 옮긴 아오야기는 새로운 컴퍼니(カンパニ-)와 함께 새로운 커리어를 써내려가기 시작합니다. 회사의 광고모델이기도 한 검은 머리의 귀공자로 불리는 세계적인 발레리노 다카노 하루카를 중심으로 회사명 변경의 캠페인의 피날레를 바로 발레 공연으로 하기 위한 조정자로 발길을 내딛지만 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그의 인생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죠. 그저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려고 시작했던 일이, 그의 삶을 바꾸게 된 것이죠. 마치 하나의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리는 것처럼 말이죠. 어쩌면 우리의 삶이 그러한 것이 아닌가 해요. 처음에는 노력이 재능을 이기지 못한다는 유이와 재능이 노력을 이기지 못한다는 다카노의 이야기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하고, 발레와 공연에 친근감과 흥미를 갖게 하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기도 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쩌면 최고가 될 수는 없어도, 최선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결말까지도 지극히 현실적이었던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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