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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를 탐하다 - 한국 막걸리의 맛과 멋을 찾아서
이종호 지음 / 북카라반 / 2018년 4월
평점 :
‘막 걸렀다’라는 말에서
‘막걸리’라는 이름이 나왔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서, 나름 심리적 저항감이 좀 있었다고 할까요? 거기다 술을 본격적으로
접하는 시기에, 막걸리란 제가 다니는 대학과 라이벌이었던 대학의 상징과 같은 것이어서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거 같기도 하고요. 그러다 딱히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워낙 술을 다양하게 즐기는 편이라, 어느새 막걸리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지역의 특색을 살린 막걸리가 많다 보니,
더욱 그런 거 같네요. 제주도에서 마셨던 우도 땅콩 막걸리의 맛은 친구들과 쌓았던 즐거운
추억과 함께 아직도 생각나고 말이죠.
그러다 <막걸리를 탐하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요. 선조들이 잘 활용해온 막걸리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해나가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결과로만 보자면, 심지어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으니, ‘신의 물방울’이라고 하는 와인에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겠다 싶더군요. 거기다 재미있는 것은 저에게 처음에 저항감을 주었던 ‘막 걸렀다’라는 것 역시 막걸리의 장점이라고 합니다. 거친 체로 거르기 때문에
원료성분과 발효과정에서 증식한 효모균체가 그대로 막걸리 속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이라고 하네요. 막걸리를
흔들지 말고 위에 맑은 부분만 마시는 친구도 있었는데, 그러면 상당히 손해를 볼 수 도 있겠더군요. 이런 막걸리의 효과도 그러하지만, 역사도 잘 짚어주었는데요. 고구려 건국설화에서부터, 송나라 사신이 남긴 글에서도 고려 서민들이
마시던 탁한 술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요. 또 가뭄이나 기근이 오면 내려졌던 조선시대 금주령에서도, 농부들이 마시는 막걸리는 예외로 인정해주었다고 하니, 참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술임에 분명하네요.
일제강점기부터 절곡의 근현대사 역시 막걸리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요. 이는
한국의 양조장 24곳을 소개하는 이야기에 더 잘 드러나더군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기에 더욱 조명하고 싶은 막걸리 명소 24곳인데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이며,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지평주조의 지평생막걸리나 송명섭
막걸리, 소성 막걸리는 저 역시 알고 마셔 본 적도 있어서 더욱 반갑더군요. 그 중에 오랜 역사를 이어온 진천덕산양조(옛 덕산양조장)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한국전쟁때 한국군의 진지로 사용되기도
했던 양조장인데, 퇴각하면서 인민군이 진지로 사용할까봐 소각하려는 것을 막아낸 것도 그러하고요. 또한 새마을사업 때 도로포장사업으로 훼손될뻔한 것을 지켜낸 것도 그러하죠. 심지어
막걸리산업이 후퇴할 때 역시 후손들의 노력으로 다시 문을 열기도 했고요. 다행히 이제는 문화재청 등록문화제로
지정되어서 그러한 수고를 덜 수 있겠네요.
또한 ‘생강냉이술’이라는
이름이 특이해서 유심히 봤던 대강양조장과 ‘오메기술’이라는
것을 알려준 제주도의 이야기도 있네요. 다양한 누룩과 재료에 따라서 풍부한 확장성을 가진 것이 막걸리이던데, 개인적으로는 인절미를 좋아해서인지, 인절미를 이용한 막걸리를 마셔보고
싶어지더군요. 물론 그 방식이 복잡하고 어렵다지만, 언젠가는
그 방식을 살려낸 술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