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불교의 핵심이다 - 당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15가지 불교적 성찰
곽철환 지음 / 불광출판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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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나의 지식으로, 불교는 어떤 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마음수행을 통해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길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방대한 불교의 경문을 다 볼 수는 없지만, 이 책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을 제대로 배워, 부질없는 마음과 감정을 청소하고 싶었다.

 

저자 곽철한은 “불교는 고(苦)에서 시작해서 열반(涅槃, nirvana)으로 마친다”(p. 6)고 말한다. 나/나 아닌 것, 좋다/싫다, 등과 같이 이분법적 생각과 마음의 상태가 고(苦)이고, 따라서 일체행고(一切行苦)인 것이다. 따라서 부질없는 생각과 감정을 청소할 줄 알면 열반(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완전히 소멸된 상태)에 이른다. 수행의 시작은 순간순간 일어나는 생각이나 감정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잠시 멈추는 것이다. 초기불교의 수행법은 사마타(samatha, 고요함)와 위팟사나(vipassana, 꿰뚫어보는 통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뉜다. 결국 이 두 수행법은 모두 사티(sati,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여 지켜보는 것)를 바탕으로 한다. 결국, 마음 수행이 부처의 길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쉬운 말로 마음 수행을 설명한다. “불교는 손을 움켜쥠이 아니라 폄이다. … 불교는 패션쇼가 아니라 스트립쇼이고, 덧셈이아니라 뺄셈이고, 상승이 아니라 하강이고,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의 회귀이다.”(p. 60).

 

불교 용어를 전혀 모르는 독자에게 이 책은 불교 용어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고에서 열반으로 가는 4제(고제, 집제, 멸제, 도제), 고가 일어나고 소멸되는 열두 과정인 12연기(緣起), 열반으로 가는 세 가지 수행인 3학(學), 네 가지 알아차리기의 확립인 4염처(念處),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는 수행을 통한 7각지(覺支, 일곱 가지 깨달음의 요소), 등등. 저자는 불교적 용어를 아주 쉽게 설명하는 재주가 있다. 책 제목처럼, ‘불교의 핵심’을 명쾌하게 설명했다.

 

불교의 용어들을 이해하고 정리하면서, 내 마음에 드는 의문은 스님들처럼 출가(出家)하지 않고 일상의 삶을 살면서 이런 마음수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것에 관해, 부처는 이미 네 가지 마음, ‘자비희사(慈悲喜捨)를 설파했다.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慈), 모든 존재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悲), 남이 즐거우면 함께 기뻐하는 마음(喜), 남을 평등하게 대하려는 마음(捨)을 닦는 것이다. 이를 위해 들숨과 날숨을 의식하며,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지금 만나는 사람과 지금 하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불교에서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온갖 감정을 떠나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과 감정도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듯하다. 불교의 가르침은 지금 현재 이 순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순간 일어나는 일이나 만나는 사람, 혹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참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불교식 마음수행은 불교의 핵심을 이해했다고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비희사‘(慈悲喜捨)의 마음은 가지려고 노력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불자(佛子)는 아니지만, 마음공부에 관해서만큼은 불교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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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힘 살아가는 힘
도몬 후유지 지음, 전선영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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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았다. “인생 후반전, 나를 깨우고 삶을 지키는 것은 공부다.” 나는 오십대에 들어선 중년,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남은 삶을 가늠해보고 싶다. 지나온 삶은 후회가 더 많고, 남은 삶은 오리무중이다. 이 책은 강하게 도전한다. 오늘날은 인생 팔구십년의 삶을 살기에, 인생 오십년의 옛 시대에나 통하는 기승전결(起承轉結)의 삶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니 이제는 결(結)이 다시 전(轉)으로 바뀐 기승전전(起承轉轉)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늙어서도 배워야 한다. 중년을 넘으면서 또 한 번의 인생을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배워야 한다. 정말 지당한 말이다.

 

이 책의 저자 도몬 후유지는 30년 남짓 도쿄 도청에서 근무하였고 86세가 넘도록 현역작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조직 생활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도 많고, 작가이기에 정보를 얻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 하고 있다. 조직 생활에 대한 그의 충고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조직 생활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인간성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동기 중 가장 큰 것은,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을 중국에서는 ‘풍도(風度)’라고 한단다. 둘째, 조직에서는 ‘죽’형 인간이 아니라 주체성과 협조심을 동시에 갖춘 ‘주먹밥’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충고는 현재 조직의 리더인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는 부하 직원들에게 인간적인 매력, ‘풍도’가 있는가? 또 나 자신 개성을 상실한 ‘죽’형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부하 직원들에게 ‘주먹밥’형 인간이기 보다는 ‘죽’형 인간이기를 강요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그는 도청근무 중 공문서를 알기 쉬운 문장으로 작성함으로써 자신의 소설 작법의 기본을 갖추었단다. 글을 쓸 때 짧은 문장을 이어가는 기술을 익히면 군더더기 없는 확실한 문장을 쓸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짧고 알기 쉬운 문장으로 타인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고 밝힌다. 이렇게 이 책에는 중년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는 충고가 많다. 중년에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너무 조급하지도 말고, 자기만의 공부법을 터득해야 한다. 인생 경험도 있으니, 지식과 행동의 균형을 잡고 융통성 있게 공부해야 한다. 무엇을 읽고 무엇을 읽지 않을 것인지 취사선택할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저자는 심신이 피곤하면 미술관에 가고, 매일같이 위성방송이나 DVD로 영화를 보았다. 때로 밤새도록 상영하는 극장이나 호텔에 가서 행방을 감춘단다. 그는 이것을 ‘시한부 증발’이라고 재미있게 표현한다. ‘시한부 증발’은 작가에게 하나의 충전 기간인 것이다. 호텔에서 홀로 발가벗고 어슬렁거리는 모습, 1인 격투기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웃음이 나온다. 그는 이런 우스꽝스럽게 ‘광기’를 발산해서 정신적 균형을 되찾는다고 했다.

 

저자는 인생 후반전을 즐겁고 의미 있게 사는 법에 대해 이웃집 아저씨가 이야기하듯 들려준다. 비장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유쾌한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부끄럽고 후회가 되는 일조차도 ‘인생의 조미료’라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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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인문학 1 -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 이미지 인문학 1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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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책은 나를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책, ‘역시’하며 감탄한다. <이미지 인문학1>은 디지털 시대의 예술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너무나 중요한 개념들을 정확하게 설명한다. 너무 많은 작품과 디지털적 문화현상을 적절하게 예를 들고 있어 현란할 정도다.

 

고전 철학은 피직스(physics)와 메타피직스(metaphysics)를 구별하는 이원론적 사고방식을 전제한다. 그런데 디지털이 지배하는 시대에는 이런 이분법적 사고가 무너지고 있다. 가상과 실재, 허구와 사실이 중첩된다. 이것을 ‘파타피직스(pataphysics)’라고 한다. 진교수는 이런 현상은 선사시대(prehistory)에 있었던 주술의 원리라고 말한다. 디지털 기술로 인해 이제는 선사시대와 동일한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역사이후(post-history)의 ‘기술적 마술’이라고 이름 짓는다. 그러기에 파타피직스는 ‘묘함, 혹은 섬뜩함(uncanny)’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본래 메타피직스(形而上學)을 패러디한 ‘파타피직스’는 과학주의에 대한 반발로 고도의 지적 농담을 담아내는 사이비과학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알프레드 자리(Alfred Jarry)의 파타피직스는 초현실주의(surrealism)와 초합리주의(surrationalism)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교수는 설명한다. 초현실주의 작품들을 보면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현실과 가상이 묘하게 중첩된다. 최근의 비디오 게임도 점점 더 현실과 가상이 중첩된다. 한 마디로 ‘파타포(pataphor)’의 능력이 힘껏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예술이나 게임 정도에 국한 되지 않는다. 파타피직스의 파타포는 이제 보편적 현상이 되었다. 진교수는 협송(narrowcasting)인 ‘칼라TV’가 촛불 시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사람들은 왜 그렇게 시위에 동참하게 되었는지를 매우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또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어떻게 파타피지컬한 놀이인지를 설명한다. 가벼운 농담으로 시작된 이 놀이가 과도하게 진지해져 정치적 파장이 커졌을 때 그것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파타피직스의 현상은 정치적으로도 이용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일베’(일간베스트) 트롤링 사이트다. 저자는 국정원이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전략을 사용해서 젊은 층을 선거에 동원했다고 지적한다.

 

이 책 덕분에 우리 시대의 문화와 사회적 현상들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이해하고 조금은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수없이 접하는 디지털 이미지들과 현상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현시대도 현재의 나의 삶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지 인문학 2>를 검색해 본다. 아직 발행되지 않은 듯하다. 출판되는 즉시 사서 읽어야겠다. 파타피직스의 이미지로 가득찬 디지털/포스트 디지털 시대에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나는 지금의 수많은 이미지에 어떻게 반응하고 사유하고 살아내야 할지 생각해 본다. 진중권 교수의 근간 <게이미피케이션-게임의 미학>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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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늦복 터졌다 - 아들과 어머니, 그리고 며느리가 함께 쓴 사람 사는 이야기
이은영 지음, 김용택 엮음, 박덕성 구술 / 푸른숲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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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사람 사는 냄새가 풀풀 풍긴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 김용택의 모친 박덕성 할머니가 병원 침상에서 며느리 덕에 글을 배웠다. 그리고 어머니가 달라졌다. 뒤늦게 자식으로부터 독립되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침상에서 바느질과 글쓰기를 하면서 자존감이 회복되고 행복하셨다. 시어머니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시어머니를 대하는 며느리의 마음도 달라졌다. 시인의 아내 이은영은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밝힌다. “사랑은 책임과 의무가 아니다. 사랑은 마음이 가는 것이다. … 글쓰기를 하면서 내 마음이 어머니께 새롭게 가 닿았다. 어머니가 새롭게 내게 다가왔다.”(p. 16).

 

며느리는 병상에서 집과 자식을 그리워하며 한탄만 하고 계실 시어머니를 생각하며 천과 실이 담긴 반짇고리를 내 밀었다. 어머니는 조각보를 만드는 일에 몰두하셨고, 어머니 특유의 문양을 수 놓으셨다. 며느리는 이런 생각을 한 자기 자신이 말할 수 없이 기특했다. 내친김에 며느리는 바둑판 모양의 공책과 여러 색깔의 사인펜을 사서 시어머니에게 건넸다. 글을 배운 어머니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아들이 선생이 된 때가 젤로 좋았다고, 며느리가 우리 집에 올 때 환장하게 이뻐서 좋았다고, 손자를 가졌을 때 제일 좋았다고 쓰셨다. 신랑 얼굴도 모르고 시집와 아들 딸 쑥쑥 낳고 바람 피는 남편 앞에서 오히려 큰 소리 떵떵 치고 살았다고 말씀하신다. 어머니의 말씀을 녹음해서 적으며 며느리는 지나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어떻게 결혼생활을 했고 시어머니에게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소담하게 글로 담아냈다. 그 시어머니에 그 며느리다. 어쩌면 이렇게 담백하게 할 말 다 써 놓았는가!

 

김용택 시인은 어머니와 아내의 글을 접하고서는 책을 만들자고 했다.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 있었던 갈등에 직면하면서 그게 우리 모두의 일이며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어머니의 일생을 생각하며, “어머니의 삶에서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의 저울눈은 평행이었다.”(p. 222)고 말한다. 책 마지막에 있는 화보에는 어머니의 손바느질한 조각보 사진들이 실려 있다. 아들 시인은 어머니의 조각보를 보며 이렇게 노래한다. “한 땀 한 땀 바늘 끝이 떨리고 / 꽃실이 딸려갈 때마다 / 산새 소리가 꽃가지 사이로 새어나온다.”(p. 225).

 

나도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난다. 일본의 식민지 시대와 육이오 전쟁을 겪으신 어머니, 전쟁에서 다치신 아버지와 함께 여섯 형제를 키우시느라 안 해본 일이 없으셨다. 생전에 어머니가 TV 드라마를 보시다가 말씀하셨다. “얘야, 내 살아온 것 소설로 쓰면 몇 권은 되고, 연속극을 만들면 수백 회는 방송할 수 있을게다.” 어머니가 보고 싶다. 그리고 어머니를 잘 모셨던 아내가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본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당사자들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일들이 숱하게 많은 법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생에 대해, 가족 혹은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많이 감사하게 되었다. 삶이란 살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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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드로잉 다이어리 : 나무를 그리다 - 전2권 - 본책 <나의 드로잉 다이어리 : 나무를 그리다> + 드로잉 다이어리 <My Drawing Diary : The TREE> 나의 드로잉 다이어리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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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원 교수의 ‘스케치 쉽게 하기 시리즈’ 덕분에 나는 그림다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작년에도 그의 책, <이지 드로잉 노트: 여행 그리기>를 따라 그림을 그려 보았다. 그 때도 여러 종류의 잎사귀와 나무, 꽃 등을 그렸다. 그는 모든 스케치의 3대 주제는 나무와 건물과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그 책에서 나무를 여러 번 그렸다. 특히 페더링(feathering)으로 잎사귀를 그려보는 훈련은 나무 그리기의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었다. 이제 <나의 드로잉 다이어리: 나무를 그리다>는 3대 주제 중 ‘나무’에 관해서만 다양하게 그리는 훈련이다.

 

모든 그림이 그렇듯, 나무 스케치의 기본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잘 관찰하는 것이다. 세상은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여 주고 내가 이해하려 하는 것만 비춰준다. 이 책에서 김 교수는 “나무를 그리면 그릴수록 나무를 더 그리워하게 됩니다”(p. 7)라고 말한다. 나무를 잘 그리려면 나무를 사랑하고 나무를 그리워해야 한다. 화가는 많은 종류의 나무를 스케치하면서 나무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준다. 다산 초당 툇마루에 있는 동백나무, 올림픽 공원의 비쩍 마른 은사시 나무, 남이섬의 메타세쿼이아, 삼청공원의 산딸나무, 팔당호 주변의 일본 목련, 제주도의 야자나무 등, 37가지의 나무마다 사연이 있고 화가만이 가지고 있는 인상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38번째 나무 이야기(story of trees, 38)’ “나만의 나무”에서 한 말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누구를 사랑하는 데 그 사람의 이름이 중요하지 않듯 나무를 그리는 데 나무의 정확한 이름을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 그림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그린다고 말합니다. 정확한 형태보다는 느낌으로, 냉철한 분석보다는 직관으로 그린 그림이 보기에도 아름답습니다.”(p. 140). ‘나무 이야기’는 ‘나무 그리기의 철학’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에는 나무 그리기(drawing of trees)에 관한 14가지 팁과 drawing practice가 나온다. 나무의 뼈대를 그리는 방법, 다양한 잎사귀 모양과 열매, 이미지 드로잉, 컨투어 드로잉(contour drawing), 등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김 교수는, 나무는 가장 그리기 편한 주제로 상상력을 발휘해서 자기 멋대로 그려도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25년간의 미술 교육 경험으로 나무 그리기를 마음 수양의 놀이로 승화시킬 수 있는 비결을 알려준다(p. 112). 첫째, 이미지 드로잉, 즉 1분 안에 그림을 끝내는 연습을 한 달간 매일 반복한다. 둘째, 아주 작게 그려보는 연습을 수시로 한다. 셋째, 일 년 동안 그린 모든 그림을 그리자마자 찢어 버린다. 한 마디로 나무를 그리는 행위 자체에만 집중한다면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으로 달려가 0.3mm의 검은 색 하이테크 펜을 구입했다. 먼저 어깨에 힘 빼고, 이 아름다운 책 오른쪽 페이지에 있는 밑그림 위에 나무를 그려본다. 밑그림이 있어서 그 위에 펜을 갖다 대니 멋진 나무가 한 그루씩 드러난다. 꼼꼼히 펜 스트로크를 연습한다. 자유로운 선을 이용해 드로잉도 해 본다. 나무 그리기에 슬슬 자신감이 붙는다. 아직 밑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도 다 하지 못했는데, 이 책에 딸려 있는 드로잉 노트에 눈이 간다. 모눈종이, 밑줄종이, 그리고 백지와 다양한 색깔의 종이로 묶여진 노트다. 멋지다. 아직 밖으로 나가 직접 나무를 보고 그려보지는 않았지만, 무한한 애정으로 나무를 바라보고 쓱쓱 나무를 그리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 책, 나무 그리기에 애정을 갖게 하는 멋지고 미술책이다. 김충원 교수의 그림 연습 책들은 항상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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