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인문학 1 -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 이미지 인문학 1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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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책은 나를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책, ‘역시’하며 감탄한다. <이미지 인문학1>은 디지털 시대의 예술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너무나 중요한 개념들을 정확하게 설명한다. 너무 많은 작품과 디지털적 문화현상을 적절하게 예를 들고 있어 현란할 정도다.

 

고전 철학은 피직스(physics)와 메타피직스(metaphysics)를 구별하는 이원론적 사고방식을 전제한다. 그런데 디지털이 지배하는 시대에는 이런 이분법적 사고가 무너지고 있다. 가상과 실재, 허구와 사실이 중첩된다. 이것을 ‘파타피직스(pataphysics)’라고 한다. 진교수는 이런 현상은 선사시대(prehistory)에 있었던 주술의 원리라고 말한다. 디지털 기술로 인해 이제는 선사시대와 동일한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역사이후(post-history)의 ‘기술적 마술’이라고 이름 짓는다. 그러기에 파타피직스는 ‘묘함, 혹은 섬뜩함(uncanny)’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본래 메타피직스(形而上學)을 패러디한 ‘파타피직스’는 과학주의에 대한 반발로 고도의 지적 농담을 담아내는 사이비과학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알프레드 자리(Alfred Jarry)의 파타피직스는 초현실주의(surrealism)와 초합리주의(surrationalism)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교수는 설명한다. 초현실주의 작품들을 보면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현실과 가상이 묘하게 중첩된다. 최근의 비디오 게임도 점점 더 현실과 가상이 중첩된다. 한 마디로 ‘파타포(pataphor)’의 능력이 힘껏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예술이나 게임 정도에 국한 되지 않는다. 파타피직스의 파타포는 이제 보편적 현상이 되었다. 진교수는 협송(narrowcasting)인 ‘칼라TV’가 촛불 시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사람들은 왜 그렇게 시위에 동참하게 되었는지를 매우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또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어떻게 파타피지컬한 놀이인지를 설명한다. 가벼운 농담으로 시작된 이 놀이가 과도하게 진지해져 정치적 파장이 커졌을 때 그것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파타피직스의 현상은 정치적으로도 이용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일베’(일간베스트) 트롤링 사이트다. 저자는 국정원이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전략을 사용해서 젊은 층을 선거에 동원했다고 지적한다.

 

이 책 덕분에 우리 시대의 문화와 사회적 현상들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이해하고 조금은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수없이 접하는 디지털 이미지들과 현상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현시대도 현재의 나의 삶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지 인문학 2>를 검색해 본다. 아직 발행되지 않은 듯하다. 출판되는 즉시 사서 읽어야겠다. 파타피직스의 이미지로 가득찬 디지털/포스트 디지털 시대에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나는 지금의 수많은 이미지에 어떻게 반응하고 사유하고 살아내야 할지 생각해 본다. 진중권 교수의 근간 <게이미피케이션-게임의 미학>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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