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경제 세계사 - 눈앞에 펼치듯 생동감 있게 풀어 쓴 결정적 장면 35
오형규 지음 / 글담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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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는 서울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서강대 경제대학원에서 공부했다. 평생 책을 읽고 공부한 그의 저력은 그의 저서들에서 멋지게 발휘되었다. 그는 경제라는 프리즘으로 역사를 조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 왔고, 그 결실이 여러 권의 책으로 드러났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고 진행하는 사회현상들을 경제 관점에서 설명하는 오형규의 글들은 매우 명쾌하여 읽기에 즐겁다. 인터넷의 바다에서 수많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이지만 그 정보들을 의미 있게 엮고 해석해내는 일은 만만하지 않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지적했듯, ‘사색은 없고 검색만 있는 시대’에 이 책은 역사를 제대로 읽어내게 하는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 준다. 그의 <경제로 읽는 교양 세계사>는 거시 경제사라면, 이 책 <보이는 경제 세계사>는 미시 경제사다. 돋보기로 역사적 사건들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해석해 내는 능력이 빛을 발한다.

 

이 책은 다섯 개의 Part로 나누어 경제사적 관점에서 꼭 알아야 될 35가지 결정적 장면을 재미있게 풀어 설명해 준다. 페스트가 사라진 것이 런던의 대화재이고, 이후 최초의 화재보험이 등장했다. 콜롬버스의 교환 중에 담배가 신대륙에서 구대륙에게 행한 복수라는 설명도 흥미롭다. 적기조례(Red Flag Act)와 같은 불합리한 규제가 세계최고 산업국 영국을 2류 국가로 전락시켰단다. 로마를 망친 무상복지 정책은 황제의 대중인기 영합 정치였다는 것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커피와 맥주와 라면의 역사도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심각하게 토론되고 있는 사회문제들(전쟁, 불공정 무역이나 노동착취, 세금, 복지정책, 금융위기, 문화정책, 젠트리피케이션, 휘게 라이프와 소확행 그리고 욜로, 석유나 원자력이나 태양열과 같은 자원 문제, IT산업과 AI인공지능, 등)을 토론할 때 경제사적 측면에서 많은 통찰력을 준다. 참으로 흥미롭고 많은 유익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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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진작 배울걸 그랬네 - 인문학적 통찰의 힘을 길러주는 일주일 간의 서양철학사 여행
장즈하오 지음, 오혜원 옮김 / 베이직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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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장즈하오는 대만의 중정대학 철학연구소에서 철학 교육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철학교육 일반화에 힘쓰는 자답게 철학의 본질과 철학사, 그리고 주요철학자들의 학설과 철학의 갈래들은 너무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우선 “일주일 철학여행”(Philosophy in One Week)이란 문구로 한번 철학의 바다에 빠져보라고 독자를 유혹한다. 책 제목이 정감 있다. <철학 진작 배울 걸 그랬네>!

 

‘월요일: 입문’부터 철학이 무엇인지, 본질적인 문제를 다룬다. 철학 탐구의 주제와 탐구 방법, 그리고 서양 철학의 3대 기본 문제까지 알려줌으로써 철학자들과 그들의 주장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보통의 철학책과는 사뭇 차별성을 보인다. ‘화요일: 기원과 발전’에서는 철학의 역사적 흐름을 잘 파악하게 해 준다. ‘수요일’에는 주요 철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이다. 주요 철학자들은 학창시절 대부분 들어본 이름이다. 그래서 더 친근감이 느껴졌다고 할까? 이 책은 각 철학자의 주장을 군더더기 없이 명확하게 소개한다. ‘목요일’에는 철학의 갈래들을 알려준다. 특히 종교철학에서 신의 존재에 대한 논쟁과 자유의지에 대한 주장들이 나의 흥미를 끌었다. 언어철학에서 언어를 ‘사용하는 것’과 ‘언급하는 것’의 차이, 언어의 중의성과 모호성, 참조(reference)와 느낌(sense), 외연(extention)과 내연(intension)에 대한 설명이 흥미로웠다. ‘금요일: 철학으로 세계 바라보기’에서 제시한 11가지 일상생활의 문제들을 살펴보면서 철학에 대한 다음과 같은 정의가 마음에 와 닿는다. 철학은 삶의 다양한 문제에 만족할 만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분석을 통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지 이해하도록 돕는 학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학문적인 철학이 아니라 실제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실천적 철학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의 문제를 좀 더 냉철하게 분석하는 법을 조금은 경험할 수 있었다. 페이지 양쪽 여백에 철학자들의 명언도 수록하고, 단어의 개념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한다. 철학자들의 그림이나 사진도 마음에 든다. 모든 챕터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3분 리뷰’는 지금까지 읽은 내용들을 정리하고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길라잡이가 된다. 한 주간 이 책을 통해 철학에 푹 빠졌다. 어느새 나도 지혜를 사랑하는 자가 된 것일까? 제대로 철학을 배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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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3
공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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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에 관해 설명한 책은 한두 권 읽어보았는데, 정작 <논어>는 읽어보지 못했다. 현대지성클래식 시리즈에서 <논어>를 원문과 함께 혁신적이고 정교한 전문가의 해석을 수록했다. 이제야 제대로 <논어>를 읽을 기회가 왔다. 

 

이 책, 역자 소준섭의 머리말에서부터 새롭게 배운 것이 많다. <논어(論語)>는 우리 선조들이 소중히 여긴 ‘마음의 양식’이다. 역자는 주희의 성리학으로 인해 <논어> 해석이 경직되었는데, 이제는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려면 먼저 공자 시대의 원어의 의미와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한자의 의미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그 유명한 논어의 첫 문장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는 일반적으로 “배우고 때로 익히니”로 해석해 왔다. 그런데 ‘습(習)’은 원래 ‘실천하다’라는 뜻이란다. 공자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을 강조한 사상가인 것이다.

 

이 책, 큰 활자의 한자에 자주색의 한글음역으로 가독성이 뛰어나다. 그리고 수려한 번역이 마음에 든다. 게다가 해설이 탁월하다. 역자의 해설 덕에 원문의 의미가 명쾌하게 들어온다. 인(仁)은 단순한 어짊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문제다. 인(仁)은 친(親)과 통하는 것으로 한 마디로 ‘애인(愛人)’ 인간을 사랑함이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매우 견실하고 꼼꼼하게 <논어 20편>을 전부 수록하였다. 중간 중간 공자의 제자들 그림과 소개도 있고, 간혹 있는 각주도 유용하다. 맨 뒤에는 ‘논어 해제’와 ‘공자 연보’까지 정말 잘 만들어진 책이다. 나는 현대지성클래식 시리즈 중에 <논어>와 <사마천 사기 56>을 가지고 있는데, 두 책 전부 소준섭의 편역(編譯)이다. 책날개를 보니, 소준섭이 편역한 <십팔사략>과 소준섭이 지은 <중국사 인물 열전>도 있다. 탐나는 책들이다. 현대지성클래식을 통해 중국의 고전들을 섭렵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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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잡학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왕잉 지음, 오혜원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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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무엇인가? 저자 왕잉은 철학은 사람을 지혜롭게 해 주는 학문으로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철학의 실용성’을 구현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단다.

 

chapter1은 철학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인간에게 삶에 대한 경이와 의문이 없었다면 철학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비판 정신을 가지고 세계와 자아를 생각해 보는 지혜의 탐구가 철학인 것이다. chapter2는 철학자들의 삶과 사상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철학자들이 겪은 삶의 희로애락을 소개하고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의 신념을 지켰음을 유쾌하게 드러낸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헤라클레이토스는 왜 울보가 되었는가? 인간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는가?(혜시와 장자의 이야기)

 

chapter3는 철학의 고전 명제에 관한 내용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장이 가장 흥미로웠다.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을 두 번 건널 수 없다”라는 말로 변화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모든 사물은 계속 변화한다면 존재하는 순간에도 변화하므로, 원래의 사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운동과 관련된 제논의 역설, 성경의 바벨탑 이야기의 철학적 함의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만물의 근원을 수(數)라고 생각한 피타고라스의 명제가 인류의 인식 역사에 얼마나 큰 진보를 주었는지! 공손룡의 백마비마론(白馬非馬論)은 특수개념과 일반개념의 차이를 알려 주지만 본질적으로 백마가 말이 아니라는 궤변까지 만들어냈다. 장자의 무용지용(無用之用)은 철학의 쓸모 없음이 실상은 철학의 쓸모 있음을 보여주는 사고 체계가 아닌가!

 

chapter4에서는 동서양의 유명한 철학자들이 인류 문명의 등대와 북두칠성이 되어 사람들은 이 빛을 보고 험난한 파도를 넘어 지혜의 언덕으로 올라갔음을 알려준다. 철학의 아버지 탈레스, 존재 개념을 최초로 언급한 파르메니데스, 윤리학의 토대를 다진 안티스테네스, 서양철학의 창시자 소크라테스, 그리스기독교 변증가 테르툴리아누스, 스콜라 철학의 집대성자 토마스 아퀴나스, 근대 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 프랑스 사상의 아버지 볼테르, 고전철학의 창시자 칸트, 초인 니체, 실증주의 창시자 콩트, 실존주의 철학의 하이데거, 실용주의의 존 듀이, 해체주의의 데리다, 등. 수많은 철학자들의 공헌을 간략하면서도 명쾌하게 서술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 저자의 놀라운 능력이다. chapter5에서는 세상을 뒤흔든 철학자들의 명언을, chapter6은 철학사조를, chapter7은 철학용어들을 알려준다.

 

이 책, 정말 <철학잡학사전> 맞다. 너무나 재미있는, 그리고 알아두면 잘난척 하기도 좋고, 나름 일상 생활에 써 먹기 좋은 철학실용서다. 이 책 덕분에 철학자들과 친구처럼 놀아보았다. 가끔 심심풀이로 이곳저곳 들추어 읽어보아도 유용한 책이다. 읽고 나니 꽤 지혜로운 사람이 된 듯한 착각이 든다. 딸려 온 <철학노트>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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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이후의 한국사 - 전쟁보다 치열했던,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살아남은 자들의 시간
이상훈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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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그리고 전쟁 이후 사회는 급변한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굵직한 전쟁 이후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인류 역사를 이해하는데 너무나 중요하다. 그런데도 나는 전쟁사를 중심으로 한국역사를 풀어가는 연구들을 많이 접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의 큰 관심을 끌었다. 저자 이상훈는 전쟁사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역사학자로 육군사관학교에서 한국사와 군사사를 강의하는 교수다. 전쟁사를 다루는 역사학자답게 그는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은 승패가 가름하는 전쟁의 절정이 아니라 종전 이후 갈등이 봉합되고 새로운 문제가 불거지는 시기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이전에 접해보지 못한 역사적 사실들을 들려준다. 삼국의 운명을 가른 관산성전투를 설명하면서, 먼저 신라가 한강 유역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를 새로운 각도에서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신라가 한강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백제와의 동맹을 파기하고 고구려와 연화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군사적으로 보면 신라가 한강 유역을 차지하면 최대 수혜자는 백제가 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백제는 고구려와의 국경선을 신라에게 순순히 넘겨주고, 충북 옥천 관산성을 공격해 신라에게 치명타를 날리려고 한 것이다. 실제로 백제는 관산성전투 초기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백제의 성왕이 직접 전투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관산성으로 향하다 매복한 신라군에게 공격당해 사망한다. 이로써 백제의 큰 그림이 어그러지고 말았단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 백제의 의자왕은 다시 적극적으로 신라 공략을 추진하지만, 당과 동맹을 맺은 신라는 이를 막아내고 오히려 백제가 멸망한다. 관산성전투로부터 백여 년이 흐른 뒤의 일이다. 역사에 만일은 없다지만, 만일 관산성 전투에서 성왕이 죽지 않고 전쟁에서 승리했다면 한반도의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얼마 전 영화 <안시성>을 보았다. 영화를 보내는 내내 통쾌했다. 이런 의문이 들었다. 당태종은 왜 그렇게 고구려를 함락시키려고 안달이 난 것일까? 그리고 고구려의 연개소문은 한 때 어떻게 당과의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는가? 이 책은 이 문제를 다루면서 <김해병서>라는 병법서를 소개한다. 신채호 선생이 <김해병서>를 연개소문이 지은 것으로 믿고 싶었을 정도로 고구려가 당의 대군을 맞아 잘 싸웠음을 설명한다.

 

세상이 어수선해지면 참언(讖言 - 앞일의 길흉화복에 대하여 예언하는 말)이 많이 나타나거나 문신(文身)이 유행하는 이유도 재미있게 읽었다. 몽골의 수군이 결코 약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임진왜란에서 조선 육군이 영천 복성전투에서 통쾌하게 승리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운요호 사건의 진실과 강화도 조약이후에도 조선이 국제 정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정말 아쉬웠다. 일제 침략 이후 담배 전매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일본이 독도에 영토 표주를 몇 차례에 걸쳐 세웠는지 우리나라는 어떻게 이를 막아내고 독도를 지켰는지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서른 편 이상의 흥미로운 역사다큐멘터리를 본 것 같다. 한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는 매우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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