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성경을 어떻게 만나는가 - 텍스트로 콘텍스트를 사는 사람들에게
박양규 지음 / 샘솟는기쁨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 한국 교회는 사회에서 심각하게 게토화되고 있습니다. 교회는 세상을, 세상은 교회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교회는 시대착오적인 집단으로 매도되고 있습니다. 교회 밖에서뿐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세대 간에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가나안성도가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말씀을 가르치고 설교하는 목사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교회가 성경이라는 텍스트를 성도들이 살아가는 현실이라는 컨텍스트에 어떻게 적용하고 실천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채, 성경적(?) 용어로 성도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저 믿으라고 강요만 하지는 않았는지요? 그러다 보니 신자들은 교회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는 신앙용어들의 의미를 곱씹지 않습니다. 또한 불신자들에게 이런 용어들은 별반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불통의 상황에서 성경 텍스트를 인문학적 시각으로 풀어내는 일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이런 작업을 제대로 해낸다면, 교회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대 간의 소통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 <인문학은 성경을 어떻게 만나는가>는 매우 시의적절한 시도입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오늘날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인문학이 대중매체에서 단순히 소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문학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인식과 인간에 대한 연민이 생겨나지 않고, 자신의 지적 수준을 드러내는 레퍼런스정도로 사용되고 있음을 개탄합니다.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인간을 향한 시선이지 인문학 지식이 아닙니다”(p. 25). 이 책은 인문학적 지식이 아니라 인문학적 시각을 가지고 성경이라는 텍스트를 보도록 도전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몇몇 명화들과 문학 작품들, 그리고 철학서의 내용을 친절히 소개합니다.


이 책은 성경 텍스트에 출중하게 드러나는 믿음의 영웅들에게 초점을 맞추기보다, 그들과 함께 한 아무개의 관점에서 텍스트를 해석하도록 도전합니다. 예를 들어, 아브라함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의 관점에서 문명화된 도시 사회를 떠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모세가 아니라 금송아지를 만들었던 백성의 관점에서, 여호수아나 라합이 아니라 여리고 성벽을 돌던 백성의 관점에서, 히스기야 왕이 아니라 앗수르 군에 포위되어 두려워하던 백성의 관점에서, 베드로가 아니라 베드로의 아내나 장모의 관점에서, 바울이 아니라 그의 지루한 설교를 듣는 드로아 성도들의 관점에서 텍스트에 전개된 사건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이런 식의 텍스트 해석은 인간의 연약함과 사회의 부조리를 깊이 인식하게 할 뿐 아니라 절망적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믿고 소망하고 사랑하게 합니다.


이 책 곳곳에 실린 공감사전에는 멍청비용, 자발적 아싸, 문찐, 싫존주의, 뇌피셜, 갑분싸, 할많하않, 등등, 교회에서는 좀처럼 들어볼 수 없는 요상한(?) 용어들의 의미를 알려 줍니다. 이런 용어를 아는 것만으로도 이 사회나 다음 세대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출판사 샘솟는 기쁨에서 참신하면서 따뜻하고 재미있으면서 유익한 책을 만들었습니다. 설교자들, 특히 다음 세대를 교육하는 목회자들, 이웃에게 기독교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주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고 싶은 분들, 그리고 신자든 불신자든 어떻게 살아야 하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 현대인들의 삶에 시금석이 될 진실을 탐하다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인간의 본성은 바뀌지 않으니, 고대 철학자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나 아리스토텔레스의 글들은 유의미한 삶을 살고자 깊이 고민하는 자들에게 지혜와 통찰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세운 <리케이온> 학당에서 정치학, 윤리학, 형이상학, , 연극, 음악, 생물학, 동물학 등등 거의 모든 학문의 기초 개념을 확립했다죠. 위대한 철학자로부터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펼쳐 들었습니다. 특히 부제(‘현대인들의 삶에 시금석이 될 진실을 탐하다’)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책은 모든 학문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 <정치학>, <수사학>, <형이상학> <시학> 등에서 뽑은 명언들을 열 가지 주제로 묶었습니다. 행복, 영혼과 중용, 친구, 사랑과 쾌락과 아름다움, 철학, 정치, 인간 행동, 일과 삶, 젊은이와 교육, 시와 예술. 따라서 관심 있는 주제를 펼쳐 전체를 읽다가 번뜩이는 문장이 눈에 띄면 마음에 새기는 것이 이 책을 읽는 가장 좋은 방식이지 싶습니다. 위대한 철학자의 글이라고 해서 긴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글들은 대개 짧고 번역도 잘 되어 있어서 아주 쉽게 몰입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주제의 글들을 읽어내는 데 20분 남짓이면 충분합니다.


저는 첫 번째 주제 행복에 관해서 많은 지혜를 얻었습니다. “행복은 궁극적으로 자족(自足)적인 것이다”(p. 26). “행복은 일종의 활동인데 활동은 생겨나는 것이지, 어떤 소유물처럼 속하는 것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p. 29). “행복한 사람이란 바르게 행동하면서 잘 사는 사람이다”(p. 31). “행복은 오락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p. 34). 이런 문장들을 마음에 새기며 행복이란 무엇인지 나는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행복은 어떤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것입니다. 행복은 자족과 같은 미덕을 추구하며 올바르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서 경험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행복은 지속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이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락 같은 것으로 잠깐 느끼는 쾌락의 기쁨은 더욱더 아닐 것입니다. 오락은 단지 활동을 위한 휴식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6. 정치란 무엇인가에서도 많은 것을 분명하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은 본래 사회적 동물이다”(p. 127). “인간은 동물 중에 최고이지만, 법과 정의에서 분리되면 가장 최악이다”(p. 128). “그렇다면 최고의 사람은 법을 제정해야 하고, 법은 통과되어야 한다. 법이 어떤 요점을 전혀 결정하지 못하거나 잘못했을 때, 현인(賢人)이 결정해야 하는가? 모든 회중은 분명히 현인보다 열등하다. 하지만 국가는 많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무리는 그 어떤 개인보다도 많은 것을 더 잘 판단할 수 있다.”(p. 129). “()은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뛰어난 활동이고 모든 일의 목적이다. 그리고 그러한 최고선을 다루는 학문이 정치학이다”(p. 130). 그의 글에서 인간의 본질과 민주주의의 정치학에 대한 많이 배우고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7. 인간 행동에 대하여‘8. 일과 삶에 대하여에서도 유익한 문장들을 많이 접했습니다. 좋은 가문에서 태어난 사람, 즉 소위 금수저들에게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인간 행동의 7가지 원인은 무엇인지, 공동의 보석을 파괴하는 나쁜 자들은 어떤 자인지,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관리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이 제격입니다. 가볍게 독서하면서 묵직한 삶의 진리들을 얻을 수 있는 멋진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카키스토크라시 - 잡놈들이 지배하는 세상, 무엇을 할 것인가
김명훈 지음 / 비아북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 대선과 그 후에 일어나는 일들을 뉴스를 통해 접하면서, 민주주의 국가로 인정받던 미국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의아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전래동화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의형제를 맺은 세 친구가 입산수도했는데, 한 친구는 세 사람의 밥그릇에 밥을 골고루 담았고, 다른 친구는 자신의 밥그릇에만 꾹꾹 눌러 담았고, 또 다른 친구는 자신의 밥그릇만 살살 담았다는 것입니다. 후에 장원 급제한 친구가 출장길에 그를 해치려는 이무기를 만났습니다. 어디선가 도사가 나타나 이무기를 쫓아냈습니다. 이 도사는 자기 밥그릇만 살살 담았던 친구고, 이무기는 자기 밥그릇만 꾹꾹 눌러 담았던 친구였습니다(p. 18~19). 저자는 이 동화를 통해 탐욕이 인간을 잡놈으로 만든다는 사실과 자기 욕심만 채우는 자들이 대부분 승자가 되는 지금 세상의 현실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저자는 미국에서 트럼프와 같은 잡놈이 대통령으로 선출된 근본 원인을 날카롭게 분석했습니다. 미국은 특히 신자유주의의 얼굴마담인 로널드 레이건이 등장함으로써 신자유주의가 득세하게 되었습니다. 섹스 스캔들로 떠들썩했던 빌 클린턴은 영혼 없는 야욕가로서 많은 것을 신자유주의자들에게 양보했고,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정치는 대중들에게 큰 실망을 주었습니다. 이런 토양에서 카키스토크라시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카키스토크라시(kakistocracy)’최악의(kakistos) 인간이 지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보다 이런 자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도록 한 미국 사회가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미국 사회는 돈을 숭배하는 사회입니다. 그런 사회에서는 물질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무조건 존경의 대상이 되고, 지도자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잡놈입니다. ‘잡놈이란 마음과 몸가짐이 천박한 사람으로 지도자로서는 최악의 인물입니다. 그들은 자격지심과 황금만능주의에 빠진 자들입니다. 그들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상스러운 승부욕을 가지고 있어서, 권력을 잡으면 그 권력을 마구 휘두르고 반대 세력에게 모욕을 주고 불이익을 주는 일을 서슴지 않습니다. 이런 자들은 현재 쾌락형인간으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당장의 물질적인 이익을 추구하며, 이를 위해 불법과 탈세를 식은 죽 먹듯 자행합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는 것은 미국 사회가 얼마나 부와 명성을 향한 욕망으로만 가득한 사회인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런 사회에서 사람들은 명성, 불링(bling), 나르시시즘을 신으로 받들어 모십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단지 미국뿐 아니라 대한민국도 카카스토크라시”(‘잡놈들이 지배하는 세상’)는 아닌지 돌아보니 소름이 끼칩니다.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의 가치와 국가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는 천박한 친미에서 벗어나 품격있는 나라와 사회를 꿈꾸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인문학을 통해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대한민국과 그 속에 사는 시민으로서 모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독서였습니다. 이 땅의 사회 지도층들과 젊은 청년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부사랑학교 게리 토마스의 인생학교 7
게리 토마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게리 토마스, 그는 기독교 영성 계발을 가르치는 탁월한 사역자입니다. CUP에서 번역 출간한 삶에 뿌리박은 영성, 게리 토마스의 인생학교시리즈는 연애, 결혼, 부부 관계, 그리고 자녀 양육에 관한 훌륭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부부 사랑 학교>의 원제목은 <A Lifelong Love(평생 사랑)>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단순히 부부가 사랑하며 살아가도록 하는 몇몇 기술들을 가르치는 것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신학적으로 더 근본적이고 깊은 결혼의 의미와 목적을 다룹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제목부터 깊은 울림을 줍니다. “하나님이 설계하신 결혼은 경이로운 실체다”(p. 21). 우리는 배우자를 오 육십 년 동안 매료할 만큼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라서, 결혼 생활을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려는 위대한 집념을 가지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배우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고쳐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결혼 생활을 고치려고 하는 것은 부질없습니다. 배우자를 하나님의 자녀로 생각하면, 배우자를 기쁘게 하는 것이 곧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임이 분명합니다. 6장에서 결혼 생활, 수도사처럼 하라”(p. 106)는 조언이 인상적입니다. 수도사가 세상 모든 것에 초연한 마음을 갖듯, 배우자가 나를 실망시켰다고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배우자가 나의 욕구를 채워 주지 못해도, 배우자를 사랑하는 것이 결혼 생활에서 나의 사명이지 않습니까? 요한 크리소스톰도 이렇게 말했다죠. “각자의 본분을 다하라. 아내는 남편이 사랑해 주지 않아도 남편을 존경해야 하고, 남편은 아내가 존경해 주지 않아도 사랑해야 한다”(p. 129). 한마디로 배우자의 몫은 내 소관이 아니니, 배우자가 본분을 다하든 하지 않든 내 쪽에서 안달해 봤자 그것은 시간 낭비에 불과합니다.


‘2. 더 친밀한 연합으로 세우는 결혼 생활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조언은 자녀를 최우선순위에 두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녀가 아직 아가일 때부터 분명히 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 둘만으로 완전한 가정을 이루셨습니다. 자녀는 하나님의 놀라운 축복이지만, 자녀 없이도 부부만으로도 하나님 보시기에 완벽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부부는 한 몸을 이루고 있습니다. 두 개인이 죽고 한 부부로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부부의 친밀함은 있을 수 없습니다. ‘3. 더 깊은 사랑을 추구하는 열정에서는 결국 사랑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임을 분명히 합니다. 나는 사랑받기를 원하지만, 하나님은 내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를 원하십니다. “참사랑은 절대적 호의(absolute benevolence). 절대적 호의란 상대가 가장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가짐이다”(p. 282). 이 절대적 호의를 다르게 표현하면 평생 사랑’(a lifelong love)입니다.


이 책을 통해 부부가 평생 사랑하며 사는 것이 하나님이 뜻임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각 장 마지막에는 평생 사랑 가꾸기기도’(prayer)가 실려 있습니다. 부부의 평생 사랑을 위해 꼭 필요한 가르침과 정신을 구체적인 질문들을 통해 확실히 붙잡을 뿐 아니라, 기도를 통해 배우자를 평생 사랑하는 일을 더욱 열망하게 됩니다. 모든 크리스천 부부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실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토 에디터스 컬렉션 10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 시절 시험 준비를 하며,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와 그의 철학 소설 <구토>에 대해 이렇게 외웠습니다: 실존주의의 기본개념은 실존이 본질에 우선한다라는 명제로 표현될 수 있다. 사르트르의 <구토>실존주의를 세상에 선언하기 위해 많은 문학적 기법을 사용한 독특한 철학 소설이다. 나는 실존주의와 <구토>를 이렇게 멋지게(?) 설명할 수 있지만, 솔직히 말해 사르트르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구토>를 읽어본 것도 아닙니다. 사실 <구토>가 난해하다고들 해서, 읽어볼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문예출판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구토>를 번역 출간했기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문장은 생각보다 담백합니다만, 전체 줄거리를 따라가는 일은 쉽게 흐름을 놓칠 수 있기에 꽤 신경을 써야 합니다. 주인공 로캉탱은 어느 날 물수제비를 하려다 구토감을 느낍니다. 그의 생활은 무미건조합니다. 그는 부빌의 도서관에서 프랑스 혁명기의 인물인 롤르봉 후작을 연구하고 카페에서 재즈곡 섬 오브 디즈 데이즈(some of these days)’를 들으며 일상생활에 안주하는 사람들을 살펴봅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모험이나 경험이 없는, 기껏해야 말의 잔해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는 독학자를 만나는데, 그 독학자는 책에서 진리를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인물입니다. 아마도 사르트르의 분신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어쨌든 로캉탱은 롤르봉이란 인물을 연구하는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롤르봉 씨는 나의 동업자였다. 그는 존재하기 위해 내가 필요했고, 나는 내 존재를 느끼지 않기 위해 그가 필요했다.”(p. 230). 그는 화요일 일기에 이렇게 씁니다. “아무 것도 없다. 존재했다”(p. 242). 주인공은 옛 애인인 안니도 만나보지만, 실존의 불안은 그를 떠나지 않습니다. 어느 날 그는 마로니에 나무뿌리를 보며 구토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 인간이나 사물이 언어에 의해 얻게 되는 의미를 박탈당할 때 벌거벗고 드러나는 존재의 본래 모습이 구토를 유발한 것입니다. 모든 존재에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는 것, 이것이 사르트르가 로캉탱의 깨달음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로캉탱은 흑인 여자가 부르는 재즈 섬 오브 디즈 데이즈를 들으며 다시 소설 집필과 같은 모험을 통해 구토’(La nausée)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책 뒤편에 있는 변광배 교수의 작품해설<구토>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구토>이 부재하는 세계에서 인간이 정면으로 바라봐야 할 실존의 조건을 문제 삼는다”(p. 434), 이 작품의 의의를 설명합니다. 맨 뒤에 있는 장 폴 사르트르 연보도 꼼꼼히 살펴보며 사르트르의 생애를 따라가 보려 했습니다. 사르트르에 관해 다른 책을 읽어본 적이 없고, <구토> 또한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이라 다른 출판사의 책과 비교할 수 없지만, 굉장히 잘 번역된 책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존주의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은 조금 어렵겠지만, <구토>(문예출판사 )를 읽을 것을 권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