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 한 권으로 읽는 오리지널 명작 에디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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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은 톨스토이의 소설이 대부분 그렇듯 그 방대한 분량 때문에 읽기가 망설여집니다. 또 너무 유명한 소설이라 줄거리는 이곳저곳에서 들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줄거리를 안다는 것과 분량이 많다는 것, 게다가 극 중 인물들의 러시아식 이름이 낯설어 선뜻 집어 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번에 출판사 스타북스에서 600페이지 내외의 축약본을 출간했기에 용기를 내어봅니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유명합니다. “행복한 가정은 살아가는 모습이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괴로워하는 법이다”(p. 9). 이 소설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이 문장은 소설 전반의 흐름에 대한 복선을 깔고 있군요. 레빈과 키티는 매우 평범하지만 행복한 가정이고, 육체적 욕망에 사로잡힌 안나와 브론스키는 격정적이지만 결국 파국을 맞는 불행한 가정입니다. 소설의 줄거리만 따라가면 오늘날 TV막장 드라마와 별반 다르지 않은 불륜 소설입니다. 이런 소설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브론스키를 택한 안나의 심리 묘사가 돋보입니다. 그녀는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이혼을 허락해주지 않는 남편에 대한 증오심 또한 증폭됩니다. 그럴수록 브론스키의 사랑에 매달립니다. 브론스키의 사소한 언행에 사랑을 의심하며 자살로 복수하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감정에 솔직한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감정이 자신을 속일 수도 있으니까요. 감정에 따라 추구한 육체적 기쁨은 잠깐이며, 그로 인한 위태로운 상황은 결국 불행으로 끝나고 맙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선명하게 떠오르는 인물은 레빈입니다. 레빈은 소심하고 열등감도 있지만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시골에서 농부들과 함께 풀을 베면서 삶의 기쁨을 느낍니다. 그는 질문합니다. “,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p. 245).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이 아닙니다. 그는 몇 번이나 골몰히 생각했었습니다. 자기 내면을 깊이 탐구하는 일은 결국 타인과의 참된 소통을 가능하게 합니다. 레빈은 죽음에 관해서도 깊이 생각했습니다. 이 소설이 레빈의 말과 생각으로 마무리를 장식하는 것을 보니, 톨스토이는 레빈을 통해 의미있게 사는 법을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열대야가 열흘 가까이 이어진 찜통 더위 속에서 고전 소설에 푹 빠져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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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실루엣 - 그리스 비극 작품을 중심으로 빠져드는 교양 미술
박연실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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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신고전주의 화가들이 그리스 비극 작품을 읽고 인상적인 장면을 그린 명화를 소개합니다. 저자 박연실은 문화진흥원 주관으로 개설된 프로그램에서 그리스 비극과 관련된 명화 감상 강의를 7개월간 진행하였고, 그때의 강의록을 바탕으로 <명화의 실루엣>을 저술하였다고 합니다. 문학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 전개되는 시간예술이라면, 미술은 인상적인 사건이나 이미지를 공간 안에 펼치는 공간예술입니다. 이 책은 그리스 비극이라는 시간예술과 미술이라는 공간예술의 만남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주 참신하고 멋진 기획임이 분명합니다.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하면,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나는 아이스퀼로스의 <아가멤논>,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 <헬레네> <헤라클레스>, 그리고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 정도는 그 내용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하여 이 작품들을 토대로 그린 회화는 아주 친근하게 다가왔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비극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린 작품은 아무래도 쉽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자가 회화 감상을 위해 필요한 문학작품의 내용을 어느 정도 알려주어서 회화를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표지 그림은 앤서니 프레더릭 어거스트 샌디스의 <트로이의 헬레네>군요. 인간 중 가장 아름다운 헬레네를 불만 가득한 모습으로 표현했네요. 그런가 하면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의 <트로이의 헬레네>는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에우리피테스의 <헬레네> 극의 내용을 생각하면 둘 다 이해가 됩니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명화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아무래도 그리스도 비극 작품들을 좀 더 탐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 뒷부분에 있는 부록 모의고사를 풀어보면서 비극의 내용을 조금은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이 책 맨 뒤에는 그리스 비극 작가들의 책과 미술 관련 도서를 실어놓았습니다. 관련 인터넷 사이트 주소도 꼼꼼하게 알려줍니다. 그리스 비극 작품들을 하나씩 구입해서 읽어 봐야겠네요. 그때 이 책 <명화의 실루엣>을 참고하면 문학작품을 즐기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 문학작품을 즐기다 보면 이 작품들을 바탕으로 그린 회화 작품도 더 깊이 감상할 수 있겠죠? 이 책, 그리스 고전 문학 작품과 신고전주의 회화 감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멋진 책입니다. 무더운 여름, 이 책을 통해 문학과 미술의 세계로 풍덩 빠질 수 있습니다.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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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삶 - 타인의 눈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는 독서의 즐거움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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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삶(The Reading Life)>, 책 제목부터 맘에 듭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기독교 작가 C. S. 루이스의 저서들에서 독서와 관련된 글을 발췌했으니 어찌 읽지 않고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엮은이의 글에서 독서에 관한 인상적인 문장을 발견합니다. “좋은 책의 관건은 당신이 몇 권을 독파하느냐가 아니라 그중 몇 권이 당신을 독파하느냐에 있다”(p. 10).


루이스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확장하려는 열망이 있습니다. 이 열망은 독서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단순히 머리로 하는 독서로는 자신의 존재를 확장하지 못합니다. 그런 점에서 독서는 전인격적인 행위가 되어야 합니다. 루이스는 버스에서 공상과학소설을 읽는 소년 이야기를 합니다. 그 소년의 독서는 자발적이고 불가항력이며 사심이 없다”(p. 138)고 평가하면서, 이 아이는 적어도 값진 소득을 거두었다고 말합니다. 그 값진 소득이란 자신을 잊어버리는 경지”(p. 139)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독서는 즐거워야 합니다. 그래서 독서를 통해 자신을 잊고 책의 인물이나 사상에 깊이 빠져야 합니다. 이는 자신의 세계를 넘어서는 일이며 동시에 가장 자기다워지는 일입니다.



나는 진정한 독서가일까?’(pp. 23~27)를 읽으며 나 자신을 평가해봅니다. 이 글에 따르면, 읽은 책을 다시 읽는 일이 즐겁다면, 독서 활동을 그 자체로 매우 중시한다면, 자신의 삶을 뒤바꿔 놓은 책들을 따로 꼽을 수 있다면, 그리고 읽은 내용을 계속 반추하고 떠올린다면, 진정한 독서가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고전 읽기의 중요성도 말합니다. 또 독서법을 여행법과 비교한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나라에 가면 현지 음식을 먹고 그곳 사람들의 삶을 체험하려고 노력해야 여행을 끝나면 이전과 다른 생각과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독서도 그래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시대의 문학을 읽으면서 자신의 얼굴만 비추어 보고 있다면 그것은 과거를 낭비하는 것입니다. C. S. 루이스는 진정한 독서가였기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작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독서와 책에 관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명문장들이 많이 있습니다. 나의 서평이 너무 부풀리고 장황한 말투여서 오히려 문장을 죽이지나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독서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책 읽는 일에 관해 많은 통찰력을 얻고, 진정한 독서가가 되실 겁니다. 저에게도 즐겁고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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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매력적인 철학 - 아테네 학당에서 듣는 철학 강의
김수영 지음 / 청어람e(청어람미디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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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을 추측해 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작업입니다. 이런 작업을 통해 그리스 철학자들의 사상을 확인해 보는 것도 아주 유익하고요. <이토록 매력적인 철학>은 책 제목 그대로 철학의 매력을 마음껏 뽐냅니다. 라파엘로는 교황 율리오 2세의 집무실 중 서명의 방’(Room of the Signature) 벽면에 프레스코화 <아테네 학당>을 그렸습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지혜를 이 그림 안에 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을 시대순으로 소개합니다. 제일 먼저 피타고라스, 헤라클레이토스, 파르메니데스까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주장을 아주 쉽고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피타고라스가 철학’(philosophy, 지혜에 대한 사랑)이란 말을 처음 만들어냈다죠. 피타고라스에 따르면, 철학자는 자신이 지혜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자입니다. 이런 점에서 소크라테스도 피타고라스의 영향 아래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만물은 다 변한다고 생각했던 헤라클레이토스와 모든 것은 불변한다고 본 파르메니데스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아테네 학당> 그림에서 정중앙에 위치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왼쪽에 서서 말을 하고있는 소크라테스를 추측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오른손 모습, 발의 위치, 옷 색깔, 왼손에 들린 책 방향까지 라파엘로가 이들 철학자의 사상을 얼마나 명확히 꿰뚫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디오게네스와 에피쿠로스. 제논과 에우클레이데스(유클리드)에 관해서도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라파엘로의 그림 속에서 철학자들을 확정하고 그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니 그들의 사상까지도 잘 정리가 됩니다. 라파엘로가 <아테네 학당>에 신플라톤주의자 플로티노스를 그린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런데 여성 철학자 히파티아, 조로아스터와 아랍의 철학자 아베로에스를 그려 넣은 것은 상당히 의외입니다. 그만큼 라파엘로는 아테네 학당에 그려 넣고 싶은 철학자에 대해 얼마나 깊이 살펴보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 장, ‘ <아테네 학당> 그 이후의 이야기에는 라파엘로의 죽음과 무덤, 묘비명, 그리고 그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기라성같은 사람들을 언급합니다. 마틴 루터, 츠빙글리, 에라스무스, 마키아벨리, 토마스 모어, 코페르니쿠스, 등등. “라파엘로가 타계한 1520, 유럽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로 분주”(p. 195)했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라파엘로는 고대와 중세를 살피고, 르네상스 시대를 살면서 근대를 내다 보았다고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아테네 학당>은 역사의 풍요로움에 대한 아름다운 증거이자 철학에 내려진 놀라운 축복”(p. 198)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청소년들이 개괄적으로 한번 읽으면 철학에 대해 많은 이해가 생길 것이며, 덩달아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철학 교양서적으로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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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 일상의 단어들에 숨은 의미 그리고 위안과 격려
데이비드 화이트 지음, 이상원 옮김 / 로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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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한마디의 단어에 위로와 희망과 용기를 얻곤 합니다. 사람들은 위로와 희망을 주는 단어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단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용기, 용서, 우정, 감사, 등과 같은 것들 말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화이트는 분노, 절망, 실망, 등과 같은 단어에서도 깊은 희망과 위로를 발견합니다. 저자는 진정한 분노의 중심에는 온전히 여기에, 온전히 살아가려는 삶의 불꽃이 타오른다”(p. 22)고 간파했습니다. 절망은 상실로 채워지는 혹독한 세상에 묶여 있는 인간들 사이를 이어주는 이해의 원천”(p. 56)이라고 말합니다. 실망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망은 인간의 삶에 대한 신뢰와 관대함을 낳는 저변의 숨은 자비로움”(p. 61)이며, 실망 없이 살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삶을 생동감 넘치게 하는 취약성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실망은 더 큰 존재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한 해방의 첫걸음”(p. 62)이 될 수도 있고, 더 큰 비탄에 앞서 찾아오는 유익한 신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데이비드 화이트의 <위로>200페이지의 얇은 책이지만, 그 내용만은 묵직합니다. 저자가깊이 묵상하고 시적 언어로 표현하는 쉰둘의 단어들은 어느 하나 무심히 스쳐 지나갈 것이 아닙니다.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단어 하나하나가 깊은 감동으로, 때로는 따뜻한 위안으로 다가옵니다. 위안은 우리가 유한한 존재이고 떠나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이미 아는 그 지혜에 주목해야만 찾아온다”(p. 184)는 작가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옳습니다. 삶은 우리가 원하는대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우리는 유한한 존재로 언젠가는 이생을 끝나고 떠나야 하겠죠. 유한하고 부족한 존재이니 언제나 그림자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에게 그림자가 있다는 것은 내가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그림자가 없는 투명한 존재이기를 갈망하지만, 그것은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빛만 있는 완벽한 삶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하고 그림자와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러할 때 우리는 아름다운 단어들뿐 아니라 어두운 단어들을 통해서도 위로받고 삶의 한 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이런 멋진 책을 쓴 저자의 이력이 이채롭습니다. 그는 여러 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냈습니다. 자연에 깊은 관심을 가진 저자는 해양 동물학 학위가 있는 여행가이며 갈라파고스 섬의 가이드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이 무더운 여름, 이 책 한 권 들고 어디 깊은 골짜기에 들어가 시인의 감성으로 풀어낸 일상의 단어들을 가슴에 간직하고 싶습니다. 이 책, 한번 읽어 보세요. 평생 마음속 깊이 간직할 단어들이 분명 생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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