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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 일상의 단어들에 숨은 의미 그리고 위안과 격려
데이비드 화이트 지음, 이상원 옮김 / 로만 / 2021년 7월
평점 :
때론 한마디의 ‘단어’에 위로와 희망과 용기를 얻곤 합니다. 사람들은 위로와 희망을 주는 ‘단어’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단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용기, 용서, 우정, 감사, 등과 같은 것들 말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화이트는 분노, 절망, 실망, 등과 같은 단어에서도 깊은 희망과 위로를 발견합니다. 저자는 “진정한 분노의 중심에는 온전히 여기에, 온전히 살아가려는 삶의 불꽃이 타오른다”(p. 22)고 간파했습니다. 절망은 “상실로 채워지는 혹독한 세상에 묶여 있는 인간들 사이를 이어주는 이해의 원천”(p. 56)이라고 말합니다. 실망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망은 “인간의 삶에 대한 신뢰와 관대함을 낳는 저변의 숨은 자비로움”(p. 61)이며, 실망 없이 살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삶을 생동감 넘치게 하는 취약성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실망은 “더 큰 존재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한 해방의 첫걸음”(p. 62)이 될 수도 있고, 더 큰 비탄에 앞서 찾아오는 유익한 신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데이비드 화이트의 <위로>는 200페이지의 얇은 책이지만, 그 내용만은 묵직합니다. 저자가깊이 묵상하고 시적 언어로 표현하는 쉰둘의 단어들은 어느 하나 무심히 스쳐 지나갈 것이 아닙니다.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단어 하나하나가 깊은 감동으로, 때로는 따뜻한 위안으로 다가옵니다. 위안은 “우리가 유한한 존재이고 떠나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이미 아는 그 지혜에 주목해야만 찾아온다”(p. 184)는 작가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옳습니다. 삶은 우리가 원하는대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우리는 유한한 존재로 언젠가는 이생을 끝나고 떠나야 하겠죠. 유한하고 부족한 존재이니 언제나 그림자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에게 그림자가 있다는 것은 내가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그림자가 없는 투명한 존재이기를 갈망하지만, 그것은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빛만 있는 완벽한 삶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하고 그림자와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러할 때 우리는 아름다운 단어들뿐 아니라 어두운 단어들을 통해서도 위로받고 삶의 한 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이런 멋진 책을 쓴 저자의 이력이 이채롭습니다. 그는 여러 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냈습니다. 자연에 깊은 관심을 가진 저자는 해양 동물학 학위가 있는 여행가이며 갈라파고스 섬의 가이드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이 무더운 여름, 이 책 한 권 들고 어디 깊은 골짜기에 들어가 시인의 감성으로 풀어낸 일상의 단어들을 가슴에 간직하고 싶습니다. 이 책, 한번 읽어 보세요. 평생 마음속 깊이 간직할 단어들이 분명 생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