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석원? <보통의 존재>로 유명하다는데, 난 처음 들어보는 작가다. 부리나케 인터넷을 뒤져본다. 그는 ‘언니네 이발관’이란 그룹의 가수로 몇 장의 앨범을 냈다. 또 작가로 몇 권의 책도 냈다. <보통의 존재>와 <실내 인간>. 그리고 이 책 <언제 들어도 좋은 말>까지 하면 세 권의 책을 낸 작가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그의 두 번째 산문집이다. 첫 번째 산문집이 <보통의 존재>이고, <실내인간>은 그의 첫 번째 장편 소설인 것이다.

 

이 책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을 집어든 순간, 초생달이 박힌 심플한 표지에 독특한 책갈피와 표지질감까지 차분한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어떤 말일까 생각하며 표지를 연다. 산문집이라 해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담은 책이거니 했는데, 책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어 있다. 제2부 철수와 불운 올림픽 이야기는 약간 생뚱맞아 보였지만, 책 말미에 가서 이해가 되었다. 이 산문집 참신하다. 한편의 소설 같다. 자서전적 소설인가 아니면 제2부만 빼면 허구가 전혀 없는 작가의 삶과 내면의 생각을 산문으로 담담히 표현한 것인가? 중간 중간 파란빛 도는 보라색의 경구들은 베르나르 베르나르 소설에서 본 듯한 형식이다. 작가가 자신의 음악 작품에 사용한 듯한, 운율이 잘 맞아 떨어지는 글들은 흡사 힙합 가사다.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홀씨처럼 둥둥 떠다니다 / 예기치 못한 곳에 떨어져 피어나는 것 // 누군가 물을 주면 / 이윽고 꽃이 되고 나무가 되어 / 그렇게 뿌리내려 가는 것.”(p. 26).

 

사십대 초반 이혼남 이석원 작가는 삼십대 초반 이혼녀 김정희와 찻집에서 만난다. 이들의 만남에서 여자는 ‘수퍼 울트라 갑’이 되어 일방적으로 만남의 조건을 선언하고, 남자는 어쩔 수 없이 ‘을’이 되어 그녀에게 빠져 든다. 이런 일방적인 관계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지금 뭐해요?”라는 그녀의 메시지만을 기다리는 작가, 그는 우여곡절 속에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녀는 과거 남편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치유하며 진정한 사랑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와 헤어진 후 점차 마음의 평온을 찾아갈 때 즈음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그녀에게 이석원은, 아니 이석원에게 그녀는 그저 ‘보통의 존재’가 아닌 것일까? 이석원은 다시 김정희와 관계를 이어 갈 것이다. 그의 마음은 어떨까? “오랫동안 간절히 원하던 것을 마침내 갖게 되었을 때 / 왜 생각만큼 기쁘지 않을까 / 하지만 다시 이것을 놓아버린다고 생각하면 / 어째서 여전히 아찔할까”(p. 350). 어쨌든 작가에게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지금 뭐해요?”이다. 그것은 관계의 끈을 이어주는 말이다. 다시 사랑할 수 있게 해 주는 말이다.

 

산문집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흡입력이 느껴진 책은 처음이다. 아마도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고, 내면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의 첫 번째 책, <보통의 존재>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으로 보는 그리스 신화 - 번뜩이는 지성과 반짝이는 감성으로 나를 포장하자 눈으로 보는 시리즈
모리 미요코 외 지음, 박유미 옮김 / 인서트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이전에 인서트에서 출간한 <눈으로 보는 셰익스피어>을 읽고 많은 유익을 얻어 선뜻 <눈으로 보는 그리스 신화>를 집어 들었다. 그리스 신화를 모르면 서양의 문화, 철학과 문학 등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여러 번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책들을 읽어 보았는데 내용이 서로 많이 다르고, 그리스 신화 구조 자체가 복잡해서 책을 덮으면 그리스 신화 스토리가 잘 잡히지 않았다. 그저 몇 몇 유명한 신들의 이야기만 익숙히 기억할 뿐이다. 그나마도 그리스식 이름과 로마식 이름이 헷갈렸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그리스 신화의 흐름을 명쾌하게 파악하게 해 준다는 데 있다.

 

‘들어가며’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그리스 신화가 형성되었는지 서술한다. 또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와 헤시오도스의 <신통기>가 그리스 신화를 문학과 예술로 승화시키는 출발점에 서 있음을 말한다. ‘제1부, 세계의 시작과 신들의 전쟁’에서는 ‘카오스’(혼돈)에서 ‘가이아’(대지)를 통해 어떻게 신들이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시작으로 올림포스 열두 신과 바다와 죽음의 세계, 그리고 인간의 세계를 잘 정리해 놓고 있다. 특히 헤시오도스의 작품에 따라 현재의 인간이 만들어지기까지 다섯 단계를 거쳤고 시대가 흐를수록 인간은 타락했다는 설명이 흥미로웠다. 수많은 신들을 그리스명, 로마명, 영어명과 그 역할까지 깔끔하게 정리하여 도표(p. 89)로 보여 준 것은 앞으로 유용하게 참고가 될 것이다. '제2부, 신들과 인간의 이야기‘는 1부보다 더 흥미진진했다. 그림들도 훨씬 인상적이다. 바람기 넘치는 제우스의 사랑, 헤파이스토스와 아프로디테, 아폴론의 사랑이야기,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이것도 도표로 정리되어 있다. pp. 143~145), 테세우스의 영웅담, 오이디푸스의 비극, 미다스 이야기 등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제3부, 트로이아 전쟁‘에 나오는 영웅들은 많은 소설과 영화 등으로 친숙했다.

 

그러고 보니 그리스 신화의 내용과 그 언어는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 바다의 이름부터, 별자리 이름과 스포츠 용품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신들의 이름이 많이도 차용된다. 그리스 신화가 없었다면 화가들과 음악가들, 수많은 예술가들은 어디서 영감을 얻었을까? 그리스 신화는 마르지 않는 예술의 샘인 것이다. ‘부록’에서는 ‘명작으로 보는 신들의 사전’을 만들어 놓았다. 아쉬운 점은 ‘부록’만이라도 명작을 한 페이지 이상 큰 그림으로 실었으면, 그 내용이 더 강렬하게 기억되었을 것이다. 친절하게도 책 마지막에 두 장에 걸쳐 ‘그리스 신화 관계 가계도’도 수록되어 있다. 올림포스 12신도 확실하게 표시해 놓았다. 특히 신화에 나오는 수많은 이름을 마지막 장에 정리해 놓은 것은 앞으로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내용이 나올 때마다 참조하기 좋겠다 싶다. 그리스 신화도 정리해보고, 명작도 감상하고, 참고 자료도 확보한, 일석 삼조의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 상 - 조선의 왕 이야기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박문국 지음 / 소라주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 박문국은 문예창작학과와 사학과를 졸업하고 카카오스토리의 <5분 한국사 이야기>를 연재했다. 저자의 이력에 걸맞게 조선의 왕 1대 태조부터 14대 선조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조선역사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멋진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만든다고 역사적 사실을 과장하거나 왜곡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조선왕조실록과 역사연구가들의 고증에 기반을 두고 매우 균형 잡힌 역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을 통해 야사와 드라마 등으로 왜곡된 조선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되었고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 더 열리게 되었다.

 

1대 태조 이야기부터 흥미를 돋운다. 새 왕조의 시작에서 정도전이 말하는 왕도정치의 핵심이 정치의 유연함에 있음을 잘 밝히고 있다. 또 왕자의 난을 통해 3대 왕이 된 이방원이 외척을 숙청하고 ‘6조직계제’를 시행함으로 왕권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왕과 대간 사이의 밀당이 지속되었다는, 그럼에도 태종은 유교정치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려 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가하면 4대 왕 세종의 치적(治績)뿐 아니라 ‘조선통보’를 만든 화폐개혁과 같이 실패한 정책도 알려주고, 세종이 유난히도 고기를 좋아해서 건강이 좋지 않았다는 개인사도 들려준다. 7대 왕 세조가 친족을 수없이 참살한 잔혹한 왕위 찬탈자였지만 군주로서의 책임감으로 <경국대전> 편찬도 지시했고, 민생안정에 큰 노력을 기울였음을 균형 있게 알려준다. 하지만 그는 조선의 유교적 시스템을 무너뜨린 자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9대 성종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도학군주, 수성의 군주로 알려진 성종 때에 사림(士林)이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 밝히고, 그로 인해 학문 중심의 발전은 이루어졌지만 군사 역량이 크게 쇠퇴했음도 지적한다. 또 다른 왕들 이야기에서처럼 성종의 개인사를 한 문장으로 깔끔하게 알려준다. ‘낮에는 요순, 밤에는 걸주’(p. 151).

 

이 책은 이런 식으로 14대의 왕들의 이야기를 정말 흥미롭게 전개해 나간다. 지금까지 읽은 역사 이야기 중에 가장 흥미진진하면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조선의 역사를 새롭게 생각해보게 만든다. 게다가 군데군데 하늘색 페이지에 재미있는 역사적 단편 상식들도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태종 때 일본으로부터 조공으로 받은 코끼리를 유배 보낸 이야기도 재미있다. 사약(賜藥)이 ‘죽을 사(死)’가 아니라 임금이 하사했다는 뜻에서 ‘줄 사(賜)’를 쓰며 사약의 성분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조선의 독특한 사형법도 들려준다. 조선시대의 과거 제도가 고려 시대와는 달리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혁신적인 시스템이었고, 당시 그 제도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도 말하며 조선의 문치주의를 치켜세운다. 중종 대의 괴물 출현 이야기가 주는 의미,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의 대결 이후 조선 정치가 특징 중의 하나인 붕당 정치의 시작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들려준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요즘 영조와 사도세자에 관한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어서, <조선의 왕 이야기(하)>가 더욱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
마크 트웨인 지음, 오경희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미스터리한 이방인>은 마크 트웨인의 미완성 유고작품, 마크 트웨인식의 어린왕자’, ‘인간 존재론적 자기반성의 철학적 통찰이라는 거창한 소개에 흥미를 느껴 읽게 되었다.

 

아직 중세 시대의 모습이 남아있는 오스트리아의 한 마을 에셀도르프에 삼총사가 있었다. 이들은 필립 트라움이라는 사탄을 만난다. 그와 함께 마을 사람들을 돕고자 하지만, 이 작품의 화자 테오도르 피셔의 눈으로 보면 오히려 엄청난 고통을 준다. 예를 들어 니콜라우스는 물에 빠진 리사를 건지려다 함께 익사하고 리사의 어머니 브랜트 부인은 마녀로 처형을 당한다. 하지만 이들의 죽음은 오히려 이들에게 축복이었다고 사탄은 알려준다. 이들이 죽지 않았다면 니콜라우스는 더 많은 세월 질병으로 고통당했을 것이고, 리사는 타락한 삶을 살다가 고통스럽게 죽었을 것이다. 정말 운명은 그렇게 결정되어 있는 것일까? 도둑으로 몰려 재판을 받는 피터 신부는 승소하지만 결국 미친 채 살아간다. 사탄의 방식에 이의를 하는 테오도르 피셔에게 사탄은 화를 내며 말한다. “온전한 정신과 행복은 절대 함께 할 수 없는 조합이라는 것을 여태 모른단 말이야? 말짱한 정신을 가지고 행복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p. 188).

 

마크 트웨인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과 위선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인간의 문명은 이웃에 대한 불신과 개인의 욕망이 바탕에 깔려 있다”(p. 173)고 본다. 알량한 도덕 개념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짐승들보다 못하다! 이 유고작품에는 기독교 인생관과 가치관에 대한 신랄한 비판, 즉 인간과 신에 대한 지독한 경멸과 조롱이 담겨 있고, 극단적 염세주의가 짙게 깔려 있다. 역자는 이 책을 쓸 무렵 트웨인은 정말로 깊은 상실과 사회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딸과 아내를 저세상에 먼저 보내고 지독한 상실감에 빠져 하늘을 원망했고, 필리핀을 식민지로 삼으려는 미제국주의에 실망했으며, 미국인의 인종차별과 물질만능주의의 모습에 대해 체념 상태에 있었다는 것이다(p. 237),

 

이 작품은 마크 트웨인의 특유의 재치 넘치는 유머와 문학적 상상력이 여전히 가득 담겨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삶에 대한 애정과 희망이 느껴져 내 마음이 따스하고 편안해졌다. 그런데 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은 읽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미스러티한 이방인은 작품에 등장하는 사탄 혹은 마크 트웨인 자신일 것이다. 그 이방인의 시선으로 냉혹한 운명의 실체와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나는 불편했던 것이다. 이 작품의 이방인은 그야말로 잔혹한 어린왕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현승의 시세계와 기독교적 상상력
금동철 지음 / 연암사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독교 시인으로 박두진, 박목월은 많이 알려져 있다. 나도 그들의 시집은 한두 권씩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시인과 함께 대표적인 기독교 시인인 김현승에 대해서는 오직 그의 유명한 시 <가을의 기도>만 알고 있었다. “가을에는 / 기도하게 하소서 / /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 가을에는 / 사랑하게 하소서 // // 가을에는 /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 /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나는 이 시에 기도’, ‘사랑등과 같은 단어가 있으니 당연히 기독교적 시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는 왜 자신의 영혼을 마른 나뭇 가지 위에 있는 까마귀로 표현한 것일까?

 

금동철 교수는 시인 김현승의 시들을 시대별로 연구하여 그의 시세계가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가득 차 있음을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김현승의 시세계는 세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등단 시기부터 <김현승의 시초>, <옹호자의 노래> 시기까지 초기 시에는 신의 축복을 누리는 자연 이미지와 신을 찾는 메마른 자아가 특징적으로 등장한다. <가을의 기도>가 바로 초기 시 중 하나이다. 이제 나는 왜 시인이 자신의 영혼을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로 표현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신을 찾는 메마른 자아의 모습이다. 둘째, <견고한 고독><절대 고독>으로 대표되는 중기는 고독이 중심 주제다. 많은 비평가들은 이 시기에 시인이 기독교 신앙을 부정하고 신의 존재를 부정하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금동철은 오히려 이 시기의 시들도 기독교적 세계관으로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시인의 고독은 신의 존재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신으로부터 단절된 경험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 시기의 시에는 메마르고 건조하며 생명력을 상실한 존재로서 자아의 이미지가 강하게 형상화된다. 이 시기의 시에 나타난 하나님에 대한 부정적 태도와 방황은 하나님을 찾아가는 과정의 하나이며, 따라서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김현승 시선집>과 유고 시집인 <마지막 지상에서>에 실린 후기 시에서 다시 자연은 풍성하고 여유로운 이미지를 회복한다. 시인은 고혈압으로 쓰러져 죽음을 경험하고 신앙을 회복한다. 하지만 이 죽음의 경험으로 한순간에 신앙을 회복한 것이 아니다. 그의 삶 전체가 기독교의 신을 찾아가는 여정이었고, 표면적으로 하나님을 부정하는 듯한 중기의 시까지도 기독교적 세계관의 관점에서만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 김현승의 삶 전체를 조망해보면, 그의 시가 기독교적 상상력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다. 그와 그의 시들은 태생적으로 기독교의 신앙을 떠나서는 이해될 수 없다. 김현승은 본질적으로 기독교적 세계관 속에서 생각하고 시를 지었다. 이 책, <김현승의 시세계와 기독교적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김현승의 시집 전체를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알차다. 한 명의 시인을 이렇게 통시적으로 살펴보는 일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이 책은 김현승의 시들에 담겨있는 함축적인 이미지들을 시인의 관점에서 기독교적으로 명쾌하게 해석해준다. 이 책 덕분에 김현승의 시시계로 깊이 들어가는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