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
마크 트웨인 지음, 오경희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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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스터리한 이방인>은 마크 트웨인의 미완성 유고작품, 마크 트웨인식의 어린왕자’, ‘인간 존재론적 자기반성의 철학적 통찰이라는 거창한 소개에 흥미를 느껴 읽게 되었다.

 

아직 중세 시대의 모습이 남아있는 오스트리아의 한 마을 에셀도르프에 삼총사가 있었다. 이들은 필립 트라움이라는 사탄을 만난다. 그와 함께 마을 사람들을 돕고자 하지만, 이 작품의 화자 테오도르 피셔의 눈으로 보면 오히려 엄청난 고통을 준다. 예를 들어 니콜라우스는 물에 빠진 리사를 건지려다 함께 익사하고 리사의 어머니 브랜트 부인은 마녀로 처형을 당한다. 하지만 이들의 죽음은 오히려 이들에게 축복이었다고 사탄은 알려준다. 이들이 죽지 않았다면 니콜라우스는 더 많은 세월 질병으로 고통당했을 것이고, 리사는 타락한 삶을 살다가 고통스럽게 죽었을 것이다. 정말 운명은 그렇게 결정되어 있는 것일까? 도둑으로 몰려 재판을 받는 피터 신부는 승소하지만 결국 미친 채 살아간다. 사탄의 방식에 이의를 하는 테오도르 피셔에게 사탄은 화를 내며 말한다. “온전한 정신과 행복은 절대 함께 할 수 없는 조합이라는 것을 여태 모른단 말이야? 말짱한 정신을 가지고 행복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p. 188).

 

마크 트웨인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과 위선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인간의 문명은 이웃에 대한 불신과 개인의 욕망이 바탕에 깔려 있다”(p. 173)고 본다. 알량한 도덕 개념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짐승들보다 못하다! 이 유고작품에는 기독교 인생관과 가치관에 대한 신랄한 비판, 즉 인간과 신에 대한 지독한 경멸과 조롱이 담겨 있고, 극단적 염세주의가 짙게 깔려 있다. 역자는 이 책을 쓸 무렵 트웨인은 정말로 깊은 상실과 사회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딸과 아내를 저세상에 먼저 보내고 지독한 상실감에 빠져 하늘을 원망했고, 필리핀을 식민지로 삼으려는 미제국주의에 실망했으며, 미국인의 인종차별과 물질만능주의의 모습에 대해 체념 상태에 있었다는 것이다(p. 237),

 

이 작품은 마크 트웨인의 특유의 재치 넘치는 유머와 문학적 상상력이 여전히 가득 담겨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삶에 대한 애정과 희망이 느껴져 내 마음이 따스하고 편안해졌다. 그런데 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은 읽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미스러티한 이방인은 작품에 등장하는 사탄 혹은 마크 트웨인 자신일 것이다. 그 이방인의 시선으로 냉혹한 운명의 실체와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나는 불편했던 것이다. 이 작품의 이방인은 그야말로 잔혹한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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