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 그 개념의 역사
알리스터 맥그래스 엮음, 오현미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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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으로 나의 신앙은 그리고 한국 교회의 신학은, 장구한 기독교 역사의 전통 속에서 그리고 광대한 세계 교회 속에서 어디쯤 위치하는지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알리스터 맥그래스가 편집한 <기독교 신앙, 그 개념의 역사>는 이런 탐구에 안정적인 틀을 제공해 주는 매우 훌륭한 책입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벌써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이 책은 편집자가 기독교 역사를 서술한 서론을 시작으로 신앙의 여섯 가지 중심 주제(믿음, 하나님, 예수, 구원, 교회, 기독교의 소망)를 각각 다루고 있습니다. 조직신학에서 전통적으로 분류하는 방식을 따라 계시론(믿음론), 신론, 기독론, 구원론, 교회론, 종말론을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각 주제를 쓴 저자들 모두 신뢰할만한 저명한 신학자들입니다.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주제를 다룸에 있어서, 절대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매우 쉽고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PART00 아주 간략하게 살펴본 기독교 신앙의 역사에서 기독교 역사를 겨우 열여섯 페이지로 간략하게 기술했는데도 독자에게 통찰력을 제공해 주는 글이 상당히 많이 들어있습니다. 예를 들어, 포스트모더니티는 기독교 신앙을 순수 이성의 속박에서 자유롭게 해 주었다. 서양 문화에서 이성의 한계가 마침내 인정된 것이다”(p. 45)라는 문장입니다. 나는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는데, 이 글을 읽으며 포스트모던 시대에 세계종교로서 기독교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PART의 내용이 신앙의 기초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PART1 믿음에서는 믿음의 정의, 믿음과 이성, 과학의 관계, 신앙과 계시(성경)에 관해 다룹니다. ‘PART2 하나님에서는 하나님에 대한 정의와 하나님의 속성, 삼위일체 교리, 등을 다루고, ‘PART3 예수에서는 복음서의 신빙성, 요한복음의 독특한 성격, 성육신, 예수의 사역과 가르침, 예수의 죽음과 부활, 역사적 예수 탐구를 다룹니다. ‘PART4 구원에서는 십자가의 의미, 죽음과 사탄에 대한 승리, 하나님과의 화목, 칭의, 예정과 인간의 자유 등의 문제를 다루고, ‘PART5 교회에서는 교회의 기원과 신구약 교회, 교회의 이미지와 정체성, 교회의 사명, 등을 다룹니다. 마지막 ‘PART6 기독교의 소망에서는 그리스도의 부활, 신자의 부활 소망, 종말, 새예루살렘, 피조물의 회복, 천국, 그리스도의 재림, 등을 다룹니다.


방대한 기독교 신앙의 주요 주제를 이렇게 솜씨 있게 한 권으로 다룬 책은 세상에 또 없지 싶습니다. 책 곳곳에 정곡을 찌르는 신앙의 아포리즘(aphorism)과 주요 쟁점을 설명하는 핵심노트(Key Note)가 있습니다. 큰 포인트의 글자 크기도 마음에 듭니다. 책 뒤편에 부록처럼 있는 기독교 사상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명문(名文)’도 유익하고, ‘기독교 용어 사전도 기독교 신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원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CUP에서 <세계관, 그 개념의 역사> 출간 이후, 최고의 기독교 서적을 또 펴냈습니다. 앞으로 출간 예정인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서><바울의 발자취를 따라서>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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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서 - 고전으로 읽는 성서 EBS CLASS ⓔ
김학철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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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김학철 교수가 흥미로운 <마태복음서> 읽기를 시도했습니다. <마태복음서>를 기독교의 경전이 아니라 고전과 교양서로 읽어보자는 것입니다. <마태복음서>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읽으면서, 인간은 무엇이며 삶과 죽음은 또한 무엇인지,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참신한 독법(讀法)입니다. 그는 고전으로 <마태복음서>를 읽기 위해 역사비평을 사용합니다. ‘역사비평이란 문헌이 기록될 당시 저자와 청중을 고려해서 텍스트를 읽는”(p. 29) 방법입니다.


이 책에는 독자의 흥미를 끄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마태복음서> 내용을 묘사한 많은 미술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르네 마그리트, 렘브란트, 윌리엄 블레이크, 루벤스, 카라바조, 제임스 티소, 등의 작품이 다수 실려 있습니다. 미술 작품 감상을 좋아하는 나 같은 독자에게는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고대 신화 이야기도 나오고, 그리스 철학자들, 동양 고전도 등장합니다. 이 책 한 권을 읽는 것으로도 인문학적인 소양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듯합니다. 저자가 언급한 많은 작품과 이야기가 <마태복음서>의 메시지를 실감 나게 드러내서, 독자들의 이해력을 넓혀 주고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책은 마태복음 본문을 샅샅이 해석해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마태복음서>에 나오는 주요 사건과 예수의 설교를 참신한 시각으로 해석해 냅니다. 저자의 해석은 일반적으로 교회 설교단에서 해석하는 것과는 관점이 사뭇 다릅니다. 예를 들어, 대학살을 부른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우리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는지 질문을 던집니다. 예수뿐 아니라 우리 모두도 누군가의 죽음과 희생과 용납의 결과로 생명을 얻었으니, 그 용납과 헌신에 어떻게 응답할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예수가 악마의 시험을 당당하게 맞서 물리친 이야기에서는 불굴의 정신과 지치지 않는 용기를 읽어냅니다. 마지막으로, 예수의 죽음과 그의 시신을 수습한 아리마대 요셉 이야기에서 저자는 부활을 읽어냅니다. 예수 살아생전 비겁했던 요셉은 예수의 죽음 앞에서 다시 용기를 내었고, 회피하던 자리에서 진실을 마주하는 자리로 나아갔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바로 이것이 부활 이야기의 시작 예수가 부활하기 전에 부활 사건을 맞이하는 이야기”(p. 214)라고 말합니다.


기독교 경전이 아닌 인류의 교양과 고전으로 <마태복음서> 읽기는 삶에 관한 많은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독교인들뿐 아니라 비기독교인들도 꼭 읽어야 할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기독교인으로 나는 <마태복음서>의 원래 기록 목적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태복음서>는 본래 예수와 복음을 세상에 알려주고자 기록된 문서입니다. <마태복음서>경전으로 읽어내는 일을 등한시하지 않으면서 고전교양으로 읽어낸다면, 훨씬 풍성하게 삶의 철학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도록 자극하는 멋진 이 책, 기독교인뿐 아니라 비기독교인들에게도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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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없는 정치 - 진보는 어떻게 독선과 오만에 빠졌는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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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세력이 여당이 되었을 때 기대한 바가 컸는데, 현 정국의 모습은 참담합니다. 강준만 교수의 <한국사 산책>을 즐겨 읽은 독자로서, 이 책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멘탈리티는 어떤지, 도대체 왜 이런 정치 사회적 상황이 벌어졌는지 답을 찾을 수 있겠다 기대하며 책장을 펼쳤습니다. 강준만은 현재 벌어지는 정치 형국을 그저 자세히 나열하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이유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각 장의 제목이 모두 로 시작합니다. “1. 왜 문재인은 늘 고구마처럼 침묵할까?”부터 8. 왜 추미애는 졸지에 이순신 장군이 되었는가?” “12. 왜 여당 의원들은 싸가지 없는 발언경쟁을 벌이는가?” “18. 왜 지지 정당이 다르면 가족마저 절연하는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질문과 분석이 가득합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기 전 그를 두어 번 정도 만났던 지인은 몇 년에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은 착한데, 대통령 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대통령이 돼서 놀랐어요. 대통령은 운세를 타고 나아야 하나 봐요.” 이 이야기를 들으며 대통령이 착하면 부드럽게 통치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강준만은 문재인의 착함과 인자함이 선택적으로만 나타나는 경향”(p. 46)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의 따뜻한 마음은 그가 대통령이 된 후에도 인사 문제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p. 64)고 했습니다. 문재인의 치명적인 약점은 공사 구분이 없는 정실주의와 패밀리 철학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진보에 대해 가차 없이 비판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대안도 언급하는데,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한 신문방송학과 교수답게 언론의 역할을 제시합니다. 두 개로 쪼개진 미국의 비극을 언급하면서 정치적 양극화는 디지털 혁명으로 더욱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소셜미디어는 당파성을 심화시키는 알고리즘으로 장사를 하기에, 위기에 몰린 전통 미디어들마저 생존을 위해 수용자의 비위를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통은 물 건너간 셈이 되었다고(pp. 320~321) 지적합니다. 저자는 이 엄청난 사회 갈등을 해결하려면 한 마디로 대화가 필요한데, 대화란 토론하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맞고 너희는 틀리다는 자세를 잠시 미뤄두고 우리도 틀릴 수 있고, 너희도 맞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대화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대화가 없는 불통의 책임은 집권 세력에 더 물어야 한다”(p. 328)고 일침을 가합니다.


이 지적에 나는 격하게 동의합니다. 현재 문재인 정권이 들어설 때 큰 기대를 가졌던 사람으로, 이 정권의 가장 큰 과오는 국민을 너무 심하게 편 가르기하여서 이 나라에 온통 갈등과 증오가 넘쳐나게 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목부터 도발적인 이 책, <싸기지 없는 정치: 진보는 어떻게 독선과 오만에 빠졌는가?> 아주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많은 것들을 균형 잡히게 볼 수 있는 시야를 열어주었습니다.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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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이 그림 여행 - 화가의 집 아틀리에 미술관 길 위에서 만난 예술의 숨결
엄미정 지음 / 모요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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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없는 그림 여행>은 미술사를 전공한 프리랜서 번역가이며 책 편집자가 6주 동안 감행했던 그림 여행을 기록한 책입니다. 이 책은 코로나로 옴짝달싹 못 하는 시기에 미술을 좋아하는 저 같은 독자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 화가가 걸었던 길을 따라 걷고, 화가의 작품들이 걸려있는 미술관과 박물관, 성당, 혹은 화가의 집을 방문하게 해줍니다. 그림 여행하면 우아하고 낭만적인 뉘앙스를 풍깁니다. 하지만 직접 몸으로 화가의 길과 작품을 좇아 떠나는 여행은 고되고 힘든 여정입니다. 작가가 뒤러의 여행길을 짚어 가다 거센 비바람 속에 길을 잃고 헤맸기에, 아시시의 수녀원을 찾아 인적 끊긴 골목길을 하염없어 걸었기에 독자들은 우아하게 그림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고생 끝에 명화 앞에 섰을 때 느꼈던 감흥을 독자는 온전히 경험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래도 작가의 담백한 필력에 의지해 조금은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크게 세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독일과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뒤러, 페르메이르, 클림트의 길을, 이탈리아 스페인을 중심으로 조토, 앙귀솔라, 카라바조, 엘 그레코의 길을, 프랑스를 중심으로 모네, 고흐, 세잔, 시나크, 마티스의 길을 걸어 봅니다. 화가들이 살았던 곳, 화가들의 작품이 걸려 있는 곳들을 직접 찾아가 명화를 감상하는 것과 책에 인쇄된 그림을 보는 것은 차원이 다를 것입니다. 임미정은 구스타프 클림트 센터 건물에 클림트의 풍경화로 둘러싸인 전시실의 창을 사진으로 보여줍니다(p. 114). 계절에 따라 바뀌는 창밖의 풍경과 함께 클림트의 풍경화를 직접 보아야 자연과 인간과 예술이 어떻게 어울려지고 서로 교감하는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따라가다 보니, 문득 화가의 집, 성당, 미술관으로의 유럽 여행을 떠나고 싶어집니다. 클로드 모네가 그린 <생 라자르 역>도 가보고 싶고, 모네의 정원에서 산들바람과 햇살을 느끼고, 한밤중에 론 강을 찾아가 고흐가 그린 <론강 위로 별이 빛나는 밤>의 정취를 느끼고 싶습니다. 이 책, 그림 감상의 즐거움과 함께 그림 여행에 대한 갈망을 내 마음에 불어 넣었습니다. 책 뒤편에 작가가 탐방했던 미술관이나 작가의 집의 사진과 주소를 수록해 주었다면, 후에 독자가 그림 여행을 직접 떠날 때 유용하게 사용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책에 대한 불평은 아니고요, 이 책을 즐긴 독자로서 고마운 마음을 아쉬움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행복한 그림 여행이었습니다. 작가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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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오아물 루 그림,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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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아주 오래전에 읽었습니다. 이제 꽤 나이가 들어 다시 읽어보는 <어린 왕자>는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올까요? <어린 왕자>는 어수선한 한 해를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며 읽기에 딱 좋은 책입니다.


<어린 왕자>는 이 땅에도 이미 수십 종의 번역본으로 출판되어 있습니다. 열림원 출판사에서도 작가의 탄생 120주년을 맞이해 김석희의 번역으로 <어린 왕자>를 출간했습니다. 김석희는 신춘문예에 당선된 필력이 있는 분으로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를 넘나들며 많은 책을 번역했습니다. 번역은 의미를 정확히 전달할 뿐 아니라 원문의 뉴앙스와 분위기까지 전달해야 하기에, 고난도의 문학적 활동입니다. 오죽하면 번역은 반역이라는 표현까지 있겠습니까? 그래서 문학작품을 누가 번역하느냐에 따라 그 책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는데, 김석희의 번역은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 중국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인 오아물 루가 그린 그림 덕분에 열림원 출판사의 <어린 왕자>는 훌륭한 문학작품으로 태어났습니다. 고급 용지와 하드 카버, 멋진 표지, 가독성 높은 편집과 인상적인 일러스트, ‘옮긴이의 덧붙임생텍쥐페리의 연보’, 그리고 미색 용지에 인쇄된 프랑스어 원본까지, 이 모든 것 때문에 수십 종의 <어린 왕자> 번역본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서 소장하라면 나는 거침없이 열림원의 <어린 왕자>를 뽑을 것입니다.


저자가 어릴적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그림을 어른들에게 보여주며 이 그림 무섭지 않아요?’라고 물어보면, 어른들은 모자가 뭐가 무섭냐고 대답했다죠(p. 8). 중학교 때 처음 이 이야기를 접하고는 조금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한참 어른이 된 뒤에 다시 이 이야기를 접하니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팍팍한 현실에 매어 살면서 상상력도 꿈도 잃어버린 나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양을 그려달라는 어린 왕자에게 상자를 그려 주자 어린 왕자는 기뻐했죠(pp. 15~17). 술 마시는 게 부끄러워 그 부끄러움을 잊으려고 다시 술을 마시는 술꾼 이야기(pp. 67~69)는 지금 이 땅의 어른들이 부끄럽게 사는 모습입니다. 어린 왕자가 찾아간 별들, 임금님이 사는 별, 허영꾼이 사는 별, 술꾼이 사는 별, 장사꾼이 사는 별, 점등원이 있는 아주 작은 별, 학자가 사는 아주 큰 별, 그리고 지구까지, 실상 헛된 일에 분주하면서도 어리석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린 왕자>는 어른과 아이, 질문과 대답, 행복과 슬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등과 같은 이중적인 주제를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살았는지 돌아보게 하고, 진정으로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삶에 지치고 마음이 헛헛할 때, 이 책을 집어 들어 아무 페이지나 눈길 가는 대로 읽어 보세요. 어린 왕자가 슬그머니 사랑과 희망을 건네 줄 겁니다. 행복한 책 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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