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정치 - 진보는 어떻게 독선과 오만에 빠졌는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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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세력이 여당이 되었을 때 기대한 바가 컸는데, 현 정국의 모습은 참담합니다. 강준만 교수의 <한국사 산책>을 즐겨 읽은 독자로서, 이 책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멘탈리티는 어떤지, 도대체 왜 이런 정치 사회적 상황이 벌어졌는지 답을 찾을 수 있겠다 기대하며 책장을 펼쳤습니다. 강준만은 현재 벌어지는 정치 형국을 그저 자세히 나열하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이유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각 장의 제목이 모두 로 시작합니다. “1. 왜 문재인은 늘 고구마처럼 침묵할까?”부터 8. 왜 추미애는 졸지에 이순신 장군이 되었는가?” “12. 왜 여당 의원들은 싸가지 없는 발언경쟁을 벌이는가?” “18. 왜 지지 정당이 다르면 가족마저 절연하는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질문과 분석이 가득합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기 전 그를 두어 번 정도 만났던 지인은 몇 년에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은 착한데, 대통령 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대통령이 돼서 놀랐어요. 대통령은 운세를 타고 나아야 하나 봐요.” 이 이야기를 들으며 대통령이 착하면 부드럽게 통치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강준만은 문재인의 착함과 인자함이 선택적으로만 나타나는 경향”(p. 46)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의 따뜻한 마음은 그가 대통령이 된 후에도 인사 문제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p. 64)고 했습니다. 문재인의 치명적인 약점은 공사 구분이 없는 정실주의와 패밀리 철학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진보에 대해 가차 없이 비판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대안도 언급하는데,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한 신문방송학과 교수답게 언론의 역할을 제시합니다. 두 개로 쪼개진 미국의 비극을 언급하면서 정치적 양극화는 디지털 혁명으로 더욱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소셜미디어는 당파성을 심화시키는 알고리즘으로 장사를 하기에, 위기에 몰린 전통 미디어들마저 생존을 위해 수용자의 비위를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통은 물 건너간 셈이 되었다고(pp. 320~321) 지적합니다. 저자는 이 엄청난 사회 갈등을 해결하려면 한 마디로 대화가 필요한데, 대화란 토론하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맞고 너희는 틀리다는 자세를 잠시 미뤄두고 우리도 틀릴 수 있고, 너희도 맞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대화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대화가 없는 불통의 책임은 집권 세력에 더 물어야 한다”(p. 328)고 일침을 가합니다.


이 지적에 나는 격하게 동의합니다. 현재 문재인 정권이 들어설 때 큰 기대를 가졌던 사람으로, 이 정권의 가장 큰 과오는 국민을 너무 심하게 편 가르기하여서 이 나라에 온통 갈등과 증오가 넘쳐나게 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목부터 도발적인 이 책, <싸기지 없는 정치: 진보는 어떻게 독선과 오만에 빠졌는가?> 아주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많은 것들을 균형 잡히게 볼 수 있는 시야를 열어주었습니다.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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