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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오아물 루 그림,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아주 오래전에 읽었습니다. 이제 꽤 나이가 들어 다시 읽어보는 <어린 왕자>는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올까요? <어린 왕자>는 어수선한 한 해를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며 읽기에 딱 좋은 책입니다.
<어린 왕자>는 이 땅에도 이미 수십 종의 번역본으로 출판되어 있습니다. 열림원 출판사에서도 작가의 탄생 120주년을 맞이해 김석희의 번역으로 <어린 왕자>를 출간했습니다. 김석희는 신춘문예에 당선된 필력이 있는 분으로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를 넘나들며 많은 책을 번역했습니다. 번역은 의미를 정확히 전달할 뿐 아니라 원문의 뉴앙스와 분위기까지 전달해야 하기에, 고난도의 문학적 활동입니다. 오죽하면 ‘번역은 반역’이라는 표현까지 있겠습니까? 그래서 문학작품을 누가 번역하느냐에 따라 그 책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는데, 김석희의 번역은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 중국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인 ‘오아물 루’가 그린 그림 덕분에 열림원 출판사의 <어린 왕자>는 훌륭한 문학작품으로 태어났습니다. 고급 용지와 하드 카버, 멋진 표지, 가독성 높은 편집과 인상적인 일러스트, ‘옮긴이의 덧붙임’과 ‘생텍쥐페리의 연보’, 그리고 미색 용지에 인쇄된 프랑스어 원본까지, 이 모든 것 때문에 수십 종의 <어린 왕자> 번역본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서 소장하라면 나는 거침없이 열림원의 <어린 왕자>를 뽑을 것입니다.
저자가 어릴적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그림을 어른들에게 보여주며 ‘이 그림 무섭지 않아요?’라고 물어보면, 어른들은 모자가 뭐가 무섭냐고 대답했다죠(p. 8). 중학교 때 처음 이 이야기를 접하고는 조금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한참 어른이 된 뒤에 다시 이 이야기를 접하니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팍팍한 현실에 매어 살면서 상상력도 꿈도 잃어버린 나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양을 그려달라는 어린 왕자에게 상자를 그려 주자 어린 왕자는 기뻐했죠(pp. 15~17). 술 마시는 게 부끄러워 그 부끄러움을 잊으려고 다시 술을 마시는 술꾼 이야기(pp. 67~69)는 지금 이 땅의 어른들이 부끄럽게 사는 모습입니다. 어린 왕자가 찾아간 별들, 임금님이 사는 별, 허영꾼이 사는 별, 술꾼이 사는 별, 장사꾼이 사는 별, 점등원이 있는 아주 작은 별, 학자가 사는 아주 큰 별, 그리고 지구까지, 실상 헛된 일에 분주하면서도 어리석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린 왕자>는 어른과 아이, 질문과 대답, 행복과 슬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등과 같은 이중적인 주제를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살았는지 돌아보게 하고, 진정으로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삶에 지치고 마음이 헛헛할 때, 이 책을 집어 들어 아무 페이지나 눈길 가는 대로 읽어 보세요. 어린 왕자가 슬그머니 사랑과 희망을 건네 줄 겁니다. 행복한 책 읽기였습니다.